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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7/03/25 15:15:47
Name   호라타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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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페다고지와 안드라고지 사이


[그림 1] 대학 계열별 취업률 현황
자료: 교육부(2016).  "2015 「고등교육기관 졸업자 취업통계」 조사결과 발표". p. 3 (http://kess.kedi.re.kr/post/6657477?itemCode=03&menuId=m_02_03_02)


1. 페다고지에서 안드라고지로


   평생교육은 계속해서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교육 철학 혹은 방향입니다. 2015년 유엔에서 발표한 지속가능개발목표(SDGs)에서는 새천년개발계획(MDGs)에서 제시했던 평생교육을 이어 받고, 질적인 확장을 역설합니다. 기술과 지식의 생산 및 변화 주기가 짧아지면서, 한 사람이 생애과정 중 특정 시기에 집중적으로 지식을 습득하고, 이후에 적용하는 산업시대 공교육 모델은 힘이 약해집니다. 학교를 졸업하고 일터에 들어간 이후에도 교육의 중요성은 커지지요. 평생교육 개념 자체는 유치원에서 대학교-대학원, 그리고 그 이후를 모두 포괄합니다. 이 경우 지나치게 추상화 되기도 하고, 기존에 있던 교육학들과 겹치는 지점이 있습니다. 앞서서 평생교육이 학문이라기 보다는 교육 철학 및 방향이라고 적은 이유는 이러한 오해를 피하기 위해서입니다. 존재하는 학문 중 평생교육에 해당하는 것을 꼽자면 HRD, 성인교육, 직업교육 정도를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셋은 상호 배타적이지 않고 겹치는 지점이 존재합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성인 교육'이라는 범주가 그나마 셋 중 가장 범위가 넓다고 볼 수 있을 듯합니다.

   교육학이라는 뜻을 지니는 페다고지(Pedagogy)는 아동 및 청소년의 교육에 해당하는 용어입니다(어린아이paid+리더agogus; 그리스어). 성인의 교육학에 해당하는 용어는 안드라고지(Andragogy)라 부릅니다(어른aner+리더agogus; 그리스어). 안드라고지라는 용어는 1920~30년대부터 사용했지만, 미국 전역으로 파급한 사람은 노울즈(Knowles)라는 학자입니다. 구태여 안드라고지라는 용어를 통하여 성인의 교육학을 표현했다는 것은, 아동이나 청소년과는 다른 성인의 특징이 있고 성인들을 교육할 때는 이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을 뜻합니다. 이 학자는 안드라고지를 이루는 기본적인 6가지 정의를 다음과 같이 소개합니다.

   1) 인간은 자라면서 의존적인 성향에서 자기주도적인 인간으로 자신의 자아개념이 변한다.
   2) 성인은 나이가 들면서 경험의 저수지를 축적해 가는데, 그것은 학습에 있어 풍부한 자원이 된다.
   3) 성인의 학습에 있어서 준비된 상태는 자신의 사회적 역할에 부합하는 발달과업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4) 인간은 성장하면서 시간 관점에 변화가 생긴다 - 지식은 미래에 적용하기 위해서이기 보다는 즉각적으로 적용하기 위해서인 것이다. 그러므로, 성인은 학습에 있어 주제 중심적이라기 보다는 문제 중심적이다.
   5) 성인들은 외적으로 동기가 유발되기 보다는, 내적으로 유발된다.
   6) 성인들은 어떤 것을 배우는 데 왜 배우는지의 이유를 알아야만 한다.

  가정들을 보다 풀어서 설명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현재의 사회/교육 체계 하에서는 아이들보다는 어른들에게 더 많은 권한과 책임이 주어집니다. 어찌보자면 성인과 미성인을 구분하는 것은 나이라기 보다는 사회 내에서 특정한 위치를 차지하고 세분화 된 각 영역에서 자율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 여부라 볼 수도 있겠지요. 페다고지가 권유하는 바와는 달리, 일반적인 교육은 학생들의 욕구나 개별성을 억압하는 방향에서 많이 이루어져왔습니다. 학교라는 공간 아래에서 교사와 학생 사이에는 불균등한 권력 관계가 존재했습니다. 전자가 후자의 결과인지, 후자가 전자의 결과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학창 시절의 경험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는 성인들은 많습니다. 성인이 되어 자율적인 경험을 쌓아놓은 시점에서, 과거의 부정적인 경험을 떠올리게 하는 상황에 놓인다면 교육에 참여하고자 하는 마음이 들지 않겠지요. 경험 또한 살아온 세월의 길이 만큼이나 성인들이 아동 및 청소년보다 많을 수 밖에 없으며, 이 경험은 학교라는 제한된 공간과 학생이라는 제한된 역할을 벗어나서 각자 다양한 궤적을 통해 쌓아온 것입니다. 배움 그 자체가 역할인 학생이 아니기에, 성인들은 현재 주어진 사회적 역할 속에서 학습의 필요성을 찾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자면 직장 생활을 위해 새로운 기술을 배워야 하거나, 출산 후 어린 자녀를 돌보기 위해 육아에 관련된 지식을 알아야 하는 것입니다. 많은 학자들이 발달과업이라 불리는 이 상황을 '삶의 상황(Lindeman)', '가르칠 수 있는 순간(Havighurst)' 등으로 지칭하며 누군가 기꺼이 배울 준비를 마치기 위해 중요하고, 어찌 보면 필수적인 상황이라 정리했습니다. 많은 경우 이는 미래의 상황이라기 보다는 눈앞에 닥친 상황입니다. 그러니 교양이라 부르는 주제중심적 학습이 아닌, 문제 중심적 학습이 됩니다. 누군가 강요할 수 있는 부분이 적기에 외적인 동기 유발보다는 내적인 유발이 더 중요하고, 배우는 이유를 알아야 학습 효과가 큽니다. 성인의 경험을 학습에 적절하게 끌어들이는 것도 중요한 기법입니다. 예를 들자면, 저는 야학교에서 어머니들에게 사회를 가르쳤었는데, 현대사 부분은 다 살아오면서 겪으셨던 내용인지라 기억을 상기시키면서 재구조화에만 치중하면 되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여섯가지 정의를 보면서 혹자는 고개를 갸우뚱거리리라 생각합니다. 자기주도성은 어린아이들에게서도 나타나며, 어린아이들 또한 어른들만큼이나 풍부하고 다양한 경험을 지니기도 합니다. 외적인 동기 유발과 내적인 동기 유발의 효과 / 알아야 할 필요를 제시해야 하는가 아닌가는 구태여 어른이나, 아이냐에 따라 차이가 있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전혀 새로운 무언가를 접하게 될 때는 성인들도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교사에 대한 의존성이 높아집니다. 노울스가 제시한 안드라고지의 가정들은 다소 성급하게 페다고지와 안드라고지 사이를 구별짓고자 했던 것이 아닌지 의심해 볼 수 있습니다. 노울스 본인도 1970년에 낸 저서 「성인교육의 현대적 실천Modern Practice of Adult Education」에서 부제를 '안드라고지 대 페다고지'로 적었다가 1980년도 판에서는 '페다고지에서 안드라고지'로 바꾸었습니다. 둘을 완전히 구별하기 보다는, 연속선상의 서로 다른 끝으로 파악해야 한다는 입장 선회였지요. 그러나 이러한 관점 또한 페다고지 내 존재하는 다양성을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간과했다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학습은 경험을 통해 의미를 창조하는 것이라 보는 구성주의 관점의 교육학을 보자면, 안드라고지와 반대편에 있다는 페다고지라는 연속선상의 한 끝이 가리키는 바가 무엇인지 의아할 수 밖에 없지요.  


2. 페다고지와 안드라고지의 사이에서


   사범대와 교대를 가르는 기준에 대해 물으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목표가 초등교육인가, 중등교육인가를 생각합니다. 얼핏 보면 당연해 보입니다. 그런데 구성원 입장에서 느끼는 차이를 꼽자면 [교사 정원 수요 - 공급 간 차이]가 중요한 차이로 나타납니다. 수요 측면에서 보자면 교대나 사범대나 같습니다. 한국에서 교사 정원은 초등교사든, 중등교사든 국가가 전적으로 통제합니다. 공급 측면에서 보자면 둘 사이에 차이가 나타납니다. 교대는 국가에서 대학 설립인가를 계속해서 통제했으나, 사범대는 사립 대학에서도 손쉽게 개설이 가능했었습니다.

   이러한 구조적 배경 하에서, 1997년 아시아 경제 위기 이후 한국이 IMF를 통해 워싱턴 콘센서스를 받아들입니다. 한국 사회 내 직업안정성이 줄어들면서, 정년이 보장되는 공무원에 대한 선호가 증가합니다. 교사도 궤를 같이하며 인기가 높아지고, 대학에서는 일종의 합법적인 공무원 준비 학과라 볼 수 있을 사범대학을 앞다투어 신설하면서 규모를 팽창 시킵니다. 허나, 최근까지도 학생 인구 규모는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향후 학령기 인구가 감소할 것으로 드러나면서 신규 교사 충원은 조심스러워집니다. 공무원의 정년 보장이라는 조건이 두 가지 방향으로 작용하는 셈입니다. 교육 계열 내 초등교육과 중등교육의 취업률 차이는 그 결과입니다. 2015년 기준 대학 졸업생의 취업율을 보면 중등교육은 39.3%, 초등교육은 76.7%입니다(교육부, 2016). 2016년 기준 재학생의 수는 교대가 11,729명이고, 사범대가 57,080명입니다(교육통계연구센터, 2017). 규모 차이와 실업률을 함께 고려하면 사범대학 출신 실업자의 규모는 교대 출신의 약 9배가 된다고 거칠게 추측할 수 있습니다.

   본 전공이 졸업 이후 진로와 연관되는 정도가 약하고, 취업률이 낮은 것은 인문/사회 계통 학과가 공유하고 있는 특성입니다. 허나, 사범대학(중등교육 계열)의 가장 낮은 취업률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또다른 요인들을 동원할 필요가 있습니다. 상기한 제도적 상황 하에서 특수 목적대학이라는 이념이 역으로 작용하는 지점을 짚어볼 수 있겠지요. 취업을 준비하는 후배들은 '사범대 출신인데 왜 이 회사로 취업을 준비하지요?'라는 질문에 적합한 서사를 구성하기 위해 골머리를 앓는다는 이야기를 하고는 합니다. 정부에서도 문제를 인지하고 있고 교원양성기관평가를 통해 사범대학 규모를 단계적으로 축소하고 있습니다. 그 과정 속에서 중간에 낀 졸업생들은 나름대로 생존을 위한 전략을 모색합니다. 다수는 아니지만 몇몇은 그나마 교육을 공부했다는 점 때문에 평생교육, 구체적으로는 HRD 계통으로 나가기도 합니다. 평생교육의 대두라는 세계적 흐름 속에서 나타난 직군이지요. 물론 성인교육, HRD 등의 추상적인 수준의 단어를 접하며 사람들이 상상하는 것과, 실제 일을 하며 접하게 되는 상황은 판이하게 다릅니다.

   안드라고지와 같이 성인 학습의 중요 요소들을 과학화하고, 그에 따른 적절한 처방을 제시하고자 하는 시도는 많습니다. 그러나 아직까지 한국의 현실 상황에서 우리가 접하게 되는 성인학습, HRD, 직업교육 등의 모습은 학교 교육의 변형처럼 느껴집니다. 대기업의 경우 자체적인 교육 연수원 등을 운영하기도 하고, 중소기업의 경우 전문화 된 기업 교육 회사에 의존합니다. 어떤 경우든 E-learning이든, 거꾸로 학습이든, 집체 중심 교육이든 지식을 전달해주는 누군가가 있고, 수업을 이수하여 점수를 따면, 인사 고과 등의 평가에 반영되는 방식입니다. 학습의 세 종류인 형식 학습(학교에서의 학습), 비형식 학습(학교 외 교육 기관에서의 학습), 무형식 학습(일상생활에서의 학습) 중 무형식학습 상황은 포착하기가 힘드니, 상대적으로 눈에 잘 들어오는 비형식 학습에 치중된 인상 기술일 수도 있습니다.

   앞서 안드라고지의 첫번째 정의로 자기주도적 인간으로 자신의 자아개념이 바뀐다는 것을 들었는데, 개인적으로는 자기주도적으로 바뀌기 보다는 교수-학습자 사이의 권력 관계가 변화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의미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여기서 강조하고 싶은 결과는, 그 때문에 학습자의 욕구를 맞추어주는 서비스 측면이 강화된다는 점입니다. 한국의 기업 집체 교육 상황을 예로 들자면 '강의실에 과자를 깔고', '에어컨 온도를 수동으로 조절하는' 등등의 상황이랄까요? 설문을 통해 상황을 평가하고 다음에 반영한다는 시스템 개념 때문에 '설문지와 볼펜을 돌리'기도 하지요. 이와 같은 서비스 업무는 누구라도 할 수 있는 전문성을 필요로 하지 않는 분야입니다. 약간 더 나아가면 교수자와 학습자의 학습 일정 관리나, 서로 간 친목 도모를 위한 일정 관리를 맡기도 하지요. 이런 서비스 분야로 가는 사람들 중 상당수는 앞서 언급했던 사범대 졸업생들입니다. 어느 정도 전문성을 요구하고, 안정성을 보장하는 분야는 석사 이상의 자격 등 추가적인 경력을 요구합니다. 초기 이 계통으로 들어갔던 주변 졸업생들은 추가적인 경력을 획득하여 더 위쪽의 사다리로 이동하든지, 아니면 다른 방향으로 돌리든지 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페다고지도 아니고, 안드라고지도 아닌 그 사이 직업 계층의 하위 사다리에서 살아가는 개인들은 그만큼 많은 위험에 노출됩니다.

    한국사회의 전반적인 노동 조건과 사범대학 졸업생이 노동 시장에서 차지하는 위치가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나타난 극단적인 사례는, 2014년 중소기업중앙회 인재개발원 최고경영자 교육과정에서 일하던 직원이 정규직 전환이 좌절된 후 자살한 사례를 들 수 있습니다. 중소기업중앙회에서는 내부 지침으로 이미 계약 해지를 정해놓은 상황에서도, 조금만 더 일하면 정규직이 될 수 있다는 희망 고문을 반복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지속적인 성추행과 성희롱이 있었습니다. 말이 좋아 최고경영자 교육과정이지 구체적인 양상을 들여다보면 위에서 언급한 바와 다를 것이 없었겠지요. 처음 부고를 전해들었을 때의 황망함과, 사정을 전해듣고 난 이후의 분노는 아직까지도 마음 한 구석에 남아 있습니다. 얼마 전 안드라고지에 대한 수업을 흥미롭게도 들으면서도 마음 한 구석에서는 냉소를 지었던 것은, 제가 한국 상황에서 펼쳐지는 바닥의 양상들을 가까이에서 전해들을 수 있는 위치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페다고지에서 안드라고지로 나아가던 사람들이, 페다고지도 아니고 안드라고지도 아닌 바닥에서 겪는 경험들 말이지요.

참고 자료

1) 교육부(2016).  "2015 「고등교육기관 졸업자 취업통계」 조사결과 발표"
2) 교육통계연구센터(2017). "2016 대학통계" (http://kess.kedi.re.kr/index)
3) Merriam, S.B, Bierema, L. L.(2016) 최은수, 신승원, 강찬석 역. 『성인학습: 이론과 실천』 서울: 아카데미프레스
4) 한겨례(2014) "‘성추행 자살’ 여직원, ‘정규직 전환’ 약속도 거짓" (10월 26일 기사)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661420.html#csidx31b3ba2d696faf1a9a2e59309583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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