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7/04/06 17:52:43
Name   열대어
Subject   인간관계에 대한 짧은 생각
나는 오히려 뜨거워서 더 외로웠던 것 같아.
나는 급했고, 상대는 느긋했지.
나는 타오르는데, 그 사람은 은근했어
온도가 다르고 속도가 달라서 외로웠지
그렇다고 상대가 차가웠던 건 아니야.
그 사람은 오히려 따뜻했어.

단지 내가 바라는 만큼 뜨겁지 않았을 뿐

정현주 / 거기 우리가 있었다

--
실패했던 연애들을 뒤돌아보면, 늘 이랬던 거 같아요. 늘 방향도, 속도도, 온도도 맞지 않아서 다투고 냉담해지고, 험한 말들을 주고받고, 결국에는 헤어지고요.

사실 뒤돌아보면 몇 번의 연애를 제외하고서는 대부분의 연애가 이랬던 거 같아요.
상대방이 너무 좋아서, 너무 사랑스러워서 급하고 뜨겁게 다가갔는데, 상대방이 너무 느긋했다던가, 뒤로 물러섰다던가. 물론 반대의 경우도 있었지요. 저는 느긋했는데, 오히려 반대쪽에서 더 급하고 독촉하며 다가왔다가 제가 튕겨져 나간 경우도 있었지요.
그땐 너무 어렸고, 사람에 대해 잘 몰랐다고 해도, 너무도 상대에게 못 맞춰준 거 같아요.

이 문구는 비단 연애의 문제에 국한되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사람대 사람이라면 어디에도 대입이 가능할 거 같아요. 직장상사와 부하직원이라던지, 부모와 자식간, 아니면 친구사이에도 말이지요. 직상상사와 부하직원의 합이 잘 맞는다라....저로써는 상상하기 힘든 일이예요.


참 그런 걸 보면, 상대방과 속도를 맞추고, 온도를 맞춘다는 것은 힘든 일인 것 같아요.


인간관계는 하면 할 수록 어려워요. 꽤 많은 사람을 만났어도 그 사람들을 대하는 방법이 다 다르고, 이 사람하고 저 사람이 비슷한 것 같아도 다 다르잖아요. 정답이 없는 게 인간관계라고 하는데, 저는 최근에 그 이야기를 정말로 뼈져리게 느끼고 있어요. 너무 어려운 거 같아요 인간관계는. 어떤 사람은 발걸음이 너무 빠르고, 어떤 사람은 발걸음이 속터지게 느리고요. 같은 말을 해도 어떤 사람을 웃으면서 받아주는데, 어떤 사람은 왈칵 성질부터 내니까요.

최근에 홍차넷 분들을 번개에서 뵈면서 그런 걸 좀 느꼈었어요. 모든 사람이 나란하게 걸어가기란 참 많이 힘든 일이구나. 개중에는 발걸음이 느린 사람도 있고, 빠른 사람도 있으니까. 나는 그 중에서 어디에 맞춰 걸어야하나, 난감하더라고요. 물론 전 걸음걸음이 빠르니까 빨리 걸어갔습니다만..

연애도 일종의 인간관계에 속하니까,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어릴때에는 무턱대고, 참 겁도없이 연애에 달려들었다면, 최근에는 참 많이 생각하고, 지레 겁을 먹는 거 같아요. 내가 과연 이 사람과 발을 맞춰 걸을 수 있을까, 수십년도 넘게 다른 환경에서 살아왔는데 과연 잘 맞을 수 있을까. 이런 저런 생각들이요.

언제쯤이면 편안하게 사람을 대하고, 쉽게 연애할 수 있을까요? 공자 왈(曰) 40세가 되어서는 미혹하지 않았다(四十而不惑)라고 하던데, 그 쯤이 되면 좀 나아질 수 있을까요?
근데 누가 그러는데, 불혹의 뜻이 [유혹에 넘어가지 않는다]가 아니라, [아무도 유혹해주지 않는다]라는데, 그것도 사실일까요...?



--
탐라에 올리려다가 주저리주저리가 좀 길어져서 아에 확 늘려서 티타임으로 보냅니다.



5
  • ..ㅂㄷㅂㄷ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925 방송/연예지니어스 게임, 그랜드파이널 참가자들의 전적 2 Leeka 15/09/06 5435 0
2479 방송/연예[프로듀스 101] 대구 동성로 게릴라콘서트 직캠 모음 6 Toby 16/03/27 5435 0
3529 일상/생각유부남은 죽지 않아요. 다만... 8 세인트 16/08/17 5435 1
8320 음악크리스마스에서 발렌타인까지 그녀는 싱글이예요 14 바나나코우 18/10/04 5435 2
10785 스포츠[하나은행 FA컵] 연장으로 가득한 16강 결과 1 Broccoli 20/07/15 5435 3
11346 영화홍콩의 화양연화4 -질서와 욕망의 변주 1 간로 21/01/17 5435 9
12520 일상/생각네거티브 효과 8 Hi 22/02/17 5435 4
3234 기타이런저런 생각들 1 klaus 16/07/09 5436 0
3683 기타서원(書院)에서 한문 배운 썰 19 기아트윈스 16/09/11 5436 8
9213 게임4강 Bo5에서의 SKT 드래프트.txt 12 Messi 19/05/19 5436 4
11345 기타책 리뷰 - 홍차나눔 - 2021년 새해 기념, 한 권의 책 이벤트 종료 8 풀잎 21/01/17 5436 10
12145 일상/생각공채시대의 종말과 회사에 대한 충성심 18 Picard 21/10/07 5436 2
4703 기타게임 하나 잡아서 해보고 있습니다. 41 Toby 17/01/26 5437 3
7463 역사작전과 작전 사이 (6) - 신물경속 호타루 18/05/01 5437 2
11454 도서/문학지난 두달동안 읽은 책들 간단리뷰 4 샨르우르파 21/02/28 5437 20
12405 경제2021년 5대백화점 매출 순위가 공개되었습니다 2 Leeka 22/01/05 5438 0
3681 일상/생각인생을 살면서 인간에 대해 느낀점. 10 팅핑랩썬브클 16/09/10 5438 0
9588 문화/예술(9/18) 영혼을 울리는 음악회(오라토리오 갈라콘서트) - 전석 무료 6 비누남어 19/08/26 5438 3
11934 음악[팝송] 존 메이어 새 앨범 "Sob Rock" 4 김치찌개 21/07/29 5438 1
12080 생활체육골프장 리뷰(여수 디오션, 의령리온, 클럽디거창) 4 danielbard 21/09/15 5438 1
12566 도서/문학3월의 책 - 어른의 문답법 4 풀잎 22/03/03 5438 1
3625 일상/생각손 한번 잡아보자. 54 켈로그김 16/09/01 5439 3
5385 일상/생각인간관계에 대한 짧은 생각 18 열대어 17/04/06 5439 5
11316 정치공실률 0%로 집계되는 부동산 통계의 문제점 7 Leeka 21/01/03 5439 3
12025 게임던지면 어떠냐 19 호타루 21/08/28 5439 9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