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7/04/13 10:23:26
Name   그럼에도불구하고
Subject   팔씨름 좋아하세요?
중1때 경도 비만을 겪고 중2~중3때 조금씩 살이 빠졌다. 키가 크면서 자연스럽게 빠졌다.

하지만 작은키에서 커봤자 결국 작고 허약한 중3아이였을뿐...


고1때 남자반이다보니 팔씨름 붐이 일었다. 너도 나도 팔씨름 열풍

나는 쪼만하고 마른 친구였기에 우리반에서 가장쌘 친구한테 두 손으로 매달려도 이길 수가 없었다.

딱히 자존심은 상하지 않았던 것 같다. 당연했으니까


무슨 동기가 부여된건지 아직도 기억이 안나지만

방문에 철봉을 달았었다. 아무리 마르고 허약해도 친업은 5개 정도까진 할 수있었지만 풀업은 매달리는것에 만족했다.

집에서 오며가며 심심할 때마다 매달렸다.

병행하며 팔굽혀펴기도 조금씩 했던 것 같다. 어디서 주워온 5kg 아령도 있었다.

가방에 5kg 아령을 넣고 등교하는 것은 정말 힘든 일 이었다.

수업시간에 선생님몰래 허벅지를 지지대삼아 아령을 들고 까딱까딱하며 손목과 전완근 운동을 했고

아주 잠시였지만 봉에 줄을 묶고 아령을 매달아 추감기운동도 했었다.

쉬는 시간엔 교실뒤에서 친구들과 팔굽혀펴기를 하고 점심시간엔 나가서 실제 철봉에 매달려 안간힘을 썼다.

딱히 목적의식을 가지기 보다는 정말 생각나면 팔굽혀펴기 한 번, 철봉 한 번씩.

풀업의 갯수가 늘어갔고, 어느 순간부터 갯수보다 자세에 신경을 쓰기 시작했다.

다시 갯수가 줄었다. 반동이 없이, 내려오는 동작에서도 긴장하며 하는 풀업은 꽤나 힘든 일 이었다.


시간이 어느정도 지났는지는 모르겠지만

팔굽혀펴기 20개만 해도 부들부들 허덕였지만 이젠 1분에 80개도 할 수 있었다.

풀업은 전교생중에 손꼽힐 정도로 안정적이며 많이 할 수 있었다.

어느새 평행봉위에서 춤을 추고 있었다. 반동을 주며 왔다갔다 하기도 하고 제자리에서 팔 하나에 의지해 몸을 들었다놨다~...즐거웠다.

고등학교 2학년 때 . 우리 반에서 팔씨름으로 나를 상대할 수 있던 친구는 보디빌더를 준비하는 거구의 근육몬 밖에 없었다.

당시에 아무 팔씨름 기술도 없었기에 그냥 팔힘으로 버티다가 서로 GG를 치고 팔을 부여잡고 쉬는 레파토리만 반복이 되었다.


고3 때 푸쉬업은 2분에 100개는 가볍게 했고 철봉은 풀업으로 18개 내지 했었다.

갑자기 생각난 친구가 있었다.

내가 1학년 때 두손으로 매달려도 웃고 놀리며 가볍게 넘겼던 슈렉닮은 친구

찾아갔다. 웃으며 이기고 나오면서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결국 이과였던 그 친구가 지금은 이겼지만...문송합니다..........


단지 팔씨름만 잘하게 된 것은 아니었다. 작고외소했기에 항상 키크고 등치큰 친구들이 지 동생마냥 대하고

나는 항상 자신감이 없었다.

친구들이 나이를 먹어가며 (그래봤자 고딩이지만) 철이 들어서인지, 내 친구들이 많아져서 인지 모르겠지만

흔히 말하는 일진 혹은 노는 친구들이 함부로 대하지 못했고, 무시하지 못했던 기억이 난다.

중학교 때 날 종종 괴롭히던 노는 친구가 있었다. 고등학교는 다른 곳으로 진학을 했지만

길에서 한 번 만난적이있다. 툭하면 이유없이 배를 때리곤 했던 놈인데 "야 니요즘 운동한다며?" 라고 시작해 몇 마디 대화를 한 후 갈 길을 갔다.

그냥. 뭔가 같은 18살 대 18살로 만나 은연중에라도 위아래없이 이야기하고 헤어졌다는 사실이 조금 기뻤다. 중학교땐 분명 대화만 해도

가끔 내가 아래라는 생각을 했었으니까..


부끄러운얘기지만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운동을 거의 끊다시피했다. 대학생활. 술에쩔고 알바에 쩔고 맛난것들에 쩔어서

170에 63kg 이었던 나름 탄탄한 몸이 170에 73kg 말랑말랑 돼지몸으로 변했다.

바지사이즈가 2사이즈 이상 늘어났고  95 고정이던 상의는 100은 거뜬해졌다.

하나 좋았던 것은 있다. 중량의 힘이랄까..........ㅡ,.ㅡ;;

모임이든 MT든 팔씨름 경기에선 연속으로 다섯명을 상대해도 가뿐했고

입대를 해서도 이등병 때  "너 왜 선임 이기냐 XXX야" 라는 욕을 처먹을지언정 이길 사람은 다 이기고 중대 도장깨기하고 제대를 했다.


어느덧 운동을 시작했다가 끊은지 10년쯤 되었다. 운동을 너무 오래쉬어서 중량에 기반한 힘도 줄어들고 몸이 많이 약해졌다.

살은 빠지지 않았고 50m 를 6.5초에 질주했던 몸은 어느새 그 뿌리조차 사라졌다.




엊그제 마음먹고 팔굽혀펴기 20개 했다가 온몸에 근육통이 도져서 옷갈아입기도 힘든 내 몸을 보며

추억에 젖어본다.

그래도 나에게 성장하는 기쁨과 계기를 만들어준 팔씨름이라는 놈..

혹시 홍차넷 분들은 좋아하시는지요









8
  • 춫천
  • 스스로의 의지로 강해진 불구님께는 추천!!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5468 창작[창작글] 때론 영원한 것도 있는 법이라 했죠 11 열대어 17/04/18 4279 8
5441 일상/생각아주아주아주 가벼운글 5 그럼에도불구하고 17/04/14 3138 8
5431 일상/생각팔씨름 좋아하세요? 17 그럼에도불구하고 17/04/13 7163 8
5496 여행2017년 3월 여행기 1편 "그냥 박차고 일어나고 싶었을 뿐" 4 황금사과 17/04/22 5041 8
5344 기타경복궁 한복 번개 후기 19 열대어 17/04/02 3661 8
5299 창작옆집에는 목련이며 장미가 흐드러지게 피었다 5 틸트 17/03/27 3580 8
9150 게임[스타1] 30대 청춘의 래더 A 달성기 12 하울 19/05/03 6383 8
5259 도서/문학<빛과 물질에 대한 이론> 감상문 15 Homo_Skeptic 17/03/22 5404 8
5168 창작너의 기억.2 11 사나운나비 17/03/13 3095 8
5162 문화/예술지금까지 써본 카메라 이야기(#01) - CLE 19 *alchemist* 17/03/12 12866 8
5137 정치2016헌나1 대통령탄핵 결정문 전문.pdf 12 Vinnydaddy 17/03/10 5687 8
6724 여행로포텐 여행기 下 18 나단 17/12/07 5026 8
5097 꿀팁/강좌여자사람에게 선물을 해 보자 58 열대어 17/03/07 17078 8
5073 꿀팁/강좌종각역 젊음의 거리(피아노거리) 주차공간 8 Toby 17/03/04 9747 8
5038 기타죽음으로 향하는 펭귄 32 은머리 17/03/01 5781 8
5033 꿀팁/강좌[사진]카메라를 읽어봅시다. 47 사슴도치 17/02/28 4863 8
5024 생활체육공짜 법률상담 23 烏鳳 17/02/27 5732 8
4997 사회呼朋呼友을 허하노라.. 29 tannenbaum 17/02/24 5071 8
4981 창작[소설] 여름 날 31 새벽3시 17/02/24 3128 8
4972 IT/컴퓨터컴알못의 조립컴퓨터 견적 연대기 (2) CPU 메인보드, RAM 편 6 이슬먹고살죠 17/02/23 6253 8
4944 일상/생각선의의 전염에 대해. 6 二ッキョウ니쿄 17/02/20 3316 8
4916 일상/생각어떤 학생 17 아침 17/02/18 3784 8
4909 일상/생각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것 7 HD Lee 17/02/17 3855 8
5047 일상/생각급속냉동 15 elanor 17/03/02 3508 8
4873 일상/생각[회고록] 터키의 추억 12 수박이두통에게보린 17/02/15 3278 8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