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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7/04/26 19:33:21
Name   눈시
Subject   임전무퇴 - 너는 죽었어야 했다

참 싫은 드라마인데 ost는 왜 이리 좋은지 -_-;

제가 글을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한 게 바로 '황산벌과 평양성으로 보는 삼국통일전쟁'이었죠. 그 주인공이라 할 사람과 그의 비극적인 아들 얘기를 살짝 써보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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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 장군이라고 다 같은 장군 아니야. 내는 진골! 신라 정통 빼다구!" - 김품일(김춘추 사위 김품석의 동생)
"내는?"-김흠순(김유신의 동생) / "족보도 없는 가야 출신 개 빽다구!"

에 뭐 -_-a

애비는 종이었습니다... 아니 잘 나가는 진골이었죠. 헌데 그게 신라 정통이랑은 거리가 있었죠. 김유신의 증조부는 금관가야 마지막 왕 구해왕이었죠. 많이 죽었어도 그래도 잘 나가던 나라가 알아서 나라 바친 덕분에 진골에 편입됩니다. 뭐 그렇다고 차별이 없었을리가요. 그의 어머니 만명부인이 성골이라 아버지 김서현과 결혼할 때 부모가 반대했고, 사랑의 도피를 했다 합니다.

+) 참고로 고구려계에서 신라 말 잘 들은 보덕국의 안승 등은 진골로, 나머지 고구려계는 육두품, 백제계는 오두품까지 됐다 합니다. 신라에 줄을 얼마나 잘 서냐에 달려있었죠.

김유신은 15살 때 화랑이 됐고, 커 가면서 무언가 큰 결심을 한 모양입니다. 불과 3년 후에 화랑의 총지휘자인 국선이 됐고, 이 때가 그 유명한 천관녀 설화의 배경으로 추정됩니다. (설화 자체는 기록이 없는 민간설홥니다) 아니 지가 맨날 거기 놀러갔으면서 말이 뭔 죄라고 베어버립니까 -_-; 이후 온갖 공을 이루면서 쾌속승진하죠. 하지만 이걸로 되겠습니까. 높은 자리 올라갈 거면 잘 싸우는 걸론 안 됩니다. 정치를 잘 해야죠. 손 잡을 사람이 필요했습니다.

김춘추를 고른 건 정말 잘 한 거였습니다. 폐위된 진지왕의 손자, 폐위 안 됐으면 성골이었죠. 당시 신라는 고구려와 백제에 계속 압박 받고 이었고, 안으로는 성골이 말라가고 있었습니다. 두 번이나 여왕이 나온 게 어디 여권이랑 관련있겠습니까. 성골 부족하니까 여자라도 시킨 거죠. 계승순위로 봐도 위고 그 동안 쌓은 업적도 최고였죠. 정치+외교의 김춘추와 무력의 김유신과의 만남이었습니다. 김춘추가 고구려로 갈 때 둘이 맹세한 걸 보면 이 때쯤 이미 서로에게 모든 걸 건 것 같아요.

진덕여왕이 죽자 김유신은 힘을 써서 김춘추를 왕위에 올렸고, 김춘추는 울면서 세 번 사양하고 받습니다. ( - -)

자, 이렇게 삼국통일전쟁의 요건이 다 갖춰졌군요. 김춘추가 쌓아놓은 나당동맹 아래 김유신은 한반도 곳곳에서 선봉에 섭니다. 그게 공격이든 방어든 고립된 당나라군 구출이든 말이죠.

"행님 말 마소. 아버지 삼년 내가 삼년 공들였다이가." - 김인문

그리고 660년 황산벌, 오랜 라이벌이자 원수 백제를 멸망시키는 전투가 시작됩니다. 특히 김춘추한테는 정말 쓸개 핥으며 기다렸던 일이죠. 자기 딸이랑 사위 김품석이 대야성에서 죽었으니까요. 그렇게 고생하며 나당동맹을 맺었고, 아들 김인문을 당에 보내서 당군을 끌고 옵니다. 멤버도 화려하죠. 김품석의 아우 김품일, 김유신의 아우 김흠순, 거기다 다음 왕이 될 김법민까지 보냈죠. 당군이 무려 십삼만이나 되는 대군을 보내줬으니 신라도 거기에 호응해야 했죠. 병사도 모으고 모은 오만, 김유신은 직접 인천앞바다까지 가서 작전을 짭니다.

헌데... 저 계백이란 놈이 오천명 가지고 버티고 있네요 -_-; 백제 사비성 앞에서 만나기로 한 게 7월 10일인데 이미 그 날이 돼 버렸어요. 흠순아 품일아 우짜겠노 여기까지 왔는데.

"우리가 백제 결사대를 뚫을라카모 병사들의 사기가 젤로 중요하데이. 사기를 올리려면 누군가 죽어야한데이. 그것도 고위층이 죽어야한데이. (아부지가 죽을라캅니까? 사나입니데이) 어데. 이 애비는 죽을라캐도 늙은 놈은 죽어봐야 약발이 안맥힌다카네. (그럼 누가 죽어야 약발이 맞는데예?) 니. 니는 김유신의 조카이자 사위데이. 봐라봐라. 가늘고 길게 산 인간치고 역사에 이름 남긴 사람 있드나. 길게? 니 오늘 폼나게 죽으면 니 천년을 산데이. (중략) 낼 믿으라. 먼저 가는 놈이 장땡이데이. 니 사나이제? 맞제?" - 김흠순

"관창아. 우린 진골 정통의 뼈다구 있는 가문이데이. 김유신, 김흠순이 같은 가야파 개빽다구한테 밀리서 되긌나? 금일부로 붕우유신 임전무퇴 마 화랑도 세속오계 그거 다 개소리다. 화랑하면 관창 관창하면 화랑 이걸로 끝! 니는 역사에 영원히 기억되는기라. (아부지 지금 누가 시켜가 이러는 거 아이지예? (중략) 아부지. 이거 진짜 개죽음 아이지예?) 장난하나? 니는 뜬데이. 뜬데이. 반드시 뜬데이. 화랑관창 역사에 길이 남으리. 관창아 꿈은 이루어진데이 그럴러면 니 그냥 죽으면 안 된데이. 정신 바짝 차리고 죽어야 한다. 폼나게 비장하게 장렬하게! 니 뜬다. 니 못 뜨면 니가 내 애비다."

... 뭐 이렇게 됐죠. -_-a 삼국사기의 기록을 옮기면 이렇습니다.

"신하에게는 충성만한 것이 없고 자식에게는 효도만한 것이 없다. 이렇게 위급할 때에 목숨을 바친다면 충과 효 두 가지를 다하게 되는 것이다" - 김흠순
"내 아들의 나이가 겨우 열여섯이지만 의지와 기개가 자못 용감하니, 오늘의 싸움에서 삼군의 모범이 될 수 있을 것이다" - 김품일

뭐 싸우기 전엔 죽을 각오로 싸운다 하지만... 이거 그냥 죽어서 오라 이런 느낌 팍팍 들죠? 반굴은 가서 죽었고 관창은 사로잡혔다가 계백이 풀어줬고, 물 한 잔 마시고 다시 가서 죽죠. 황산벌에선 김품일이 관창을 때리며 이렇게 말합니다.

"니가 화랑이가? 니가 화랑이냐꼬! (찰싹!) 죽지도 몬 하고 온 게! 뭐라꼬!" "알았데이! 가서 확 뒈지뿌면 될 거 아인교!"

그리고 돌아온 아들의 목, 삼국사기에서 김품일은 이렇게 말합니다.

"내 아이의 얼굴이 마치 살아있는 것 같구나. 임금을 위하여 죽을 수 있었으니 다행스런 일이로다"

네 뭐 그렇습니다.

먼저 가는 놈이 장땡이라는데 반굴은 거의 알려지지 않습니다. 열전도 없죠. -_-a 역시 신라 정통 빼다구와 가야출신 개빽다구의 차이일까요? 아님 한 번 살려줬는데 다시 죽으러 간 "폼나고 비장하고 장렬한" 것 때문일까요? 뭐 덕분에 "황산벌의 계벡"에 "맞서 싸운" 건 반굴도 아버지 김품일도 심지어 김유신도 아닙니다. 관창이죠.

반굴은 김유신의 조카이자 사위입니다. 관창은 김유신이랑 살짝 멀지만 친척이고, 김춘추의 사위인 전 대야성주 김품석의 아우이신 현 신라 좌장군 김품일의... 뭐 아무튼 참 높으신 아이들입니다. 이런 애들이 죽으러 나간 것이죠. 이렇게 목숨을 바쳐서 뭔가 거대한 흐름을 만드는 건 예나 지금이나 애들인 모양입니다. 그래서 보냈겠죠. 어른들이야 책임질 게 너무 많으니까요~ 꽃은 화려할 때 지는 거죠.

자... 얘기가 좀 돌아가는 것 같으니 한 명을 더 소개하겠습니다. 별로 안 유명한 사람인데요. 김영윤이라는 사람이죠. 할아버지는 각간 흠춘, 다시 말하면 흠순입니다. 아버지는? 반굴이죠. 에 뭐 그 땐 다 어릴 때 결혼했잖아요.

신문왕 때 보덕국에서 반란이 일어납니다. 이용가치 떨어졌을때니 어차피 토벌해야 했죠. 김영윤은 황금서당 보기감에 임명됐고, 떠날 때 이런 말을 합니다.

"내가 이번에 가면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좋지 못한 소문이 들리지 않도록 하겠다"

... 반란토벌치곤 기합이 너무 들어갔어요. -_-a

가 보니까 반란군이 꽤 기세가 올라있어서 장수들은 잠시 물러나려 합니다. 헌데 그는 반대하죠. 종이 그 이유를 물으니 이렇게 말합니다.

"임하여 용기가 없는 것은 『예경』에서 경계한 바이고, 전진이 있을 뿐 후퇴하지 않는 것은 사졸로서 지켜야 할 당당한 본분이다. 장부가 일에 임해서는 스스로 결정할 것이지, 어찌 꼭 무리의 의견만을 따르겠는가"

이렇게 혼자(자기 부대만 이끌고?) 갔다가 죽습니다. 신문왕은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이다 했다 합니다.

뭐 그렇다 합니다...

자... 여기서 주인공 얘기로 돌아가봅시다. 김유신은 자기 조카이자 사위를 죽으라 보냈고, 손자도 같은 길을 갔습니다. 나무위키 보면 신라에서 이런 자살돌격은 늘 있었다 하는데 (그거 보고 글 써볼까 했었죠) 사실 그렇게 많이 보이진 않아요. 죽은 이들 열전이 많긴 하지만 자살돌격이라기보단 열심히 싸우다 죽었다 이런 쪽이 많죠. 반면 반굴과 영윤은 그냥 죽으러 간 느낌입니다. -_-a 사기 뒤져보면 더 나올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뭔가... 가야 출신 개빽다구로 신라에서 폼나게 살아보겠다는 김유신네의 의지가 느껴지는 부분이죠. 자기네 애들 목숨 다 바쳐서요. 애초에 화랑도가 신분갈등을 완화하고 노블리스 오블리제의 모습을 보여주는 걸로 평가되기도 하구요.

온달과도 비슷한 점을 찾을 수 있습니다. 죽령 이북 탈환이 고구려에게 나름 한이긴 했습니다만, 수복 못 하면 다신 안 돌아올거라 하죠. 그리고 수복 못 하고 전사, 한이 그리도 남았는지 관이 움직이지도 않다가 평강공주가 설득해야 움직이구요. 좀만 있음 수나라가 거하게 쳐들어오는데 그 때까지 살아있었어야지 -_-; 온달도 전설에 맞춰서 생각해 보면 뒷배가 충분하지 않은 (평강 내지 영양왕만 믿을 수 있는) 기반이 불안한 사람이었습니다. 반드시 공을 세워야 됐던 사람이었죠. 그러니 저런 죽음이 나오지 않았을까 합니다.

자... 아무튼 이런 상황입니다. 그런데...

정작 그 김유신의 아들은 살아돌아왔네요? 신라군은 대패했고 다른 장수들은 죽었는데 말이죠.

"당나라 사람들의 계략을 예측할 수 없사오니 장졸들을 시켜 제각기 긴요한 곳을 지키게 해야 합니다. 다만 원술은 왕명을 욕되게 하였을 뿐만 아니라 가훈마저 저버렸으니 목을 베어야 할 것입니다"

문무왕에게 이렇게 말하죠. 문무왕은 거기에 반대했고 목숨은 건졌습니다만... 그렇게 원술은 은둔합니다. 부모에게 버림받고 말입니다. 자기를 막은 담릉이 참 원망스러웠을 겁니다. 김유신이 죽은 뒤에 어머니라도 만나려 했습니다만...

"부인에게는 삼종의 도리가 있다. 이제 내가 과부가 되었으니 마땅히 아들을 좇아야 할 것이나, 원술과 같은 자는 이미 돌아가신 아비에게 자식 노릇을 못하였으니 내가 어찌 그의 어미가 될 수 있겠는가"

"담릉 때문에 일을 그르친 것이 이 지경에 이르렀다"

이랬다 합니다. 결국 다시 은둔, 그러다 매소성 전투에서 큰 공을 세웁니다만... 그 때도 어머니는 거부했나봐요. 그렇게... 벼슬을 거부하고 한에 쌓인 채 죽죠. 이것이 비극으로 가득 찬 김원술의 이야기입니다.

+) 참고로 저 어머니 지소부인은 바로 김춘추와 문희(문명왕후) 사이의 딸입니다. 김유신이 60살일 때 시집갔다 합니다. 외삼촌이라 부르오리까 남편이라 부르오리까.

김유신으로서는 절대 받을 수 없었을 겁니다. 원술은 거기서 죽어야 했어요. 피로 올라온 그 자리, 그것도 자기 친척들을 죽여가며 올라왔던 그 자리를 아들내미가 다 망쳐버릴 상황이었으니까요. 뭐 그거 하나로 무너지기엔 이미 오를만큼 올랐겠지만, 초심은 끝까지 유지했나 봅니다.

참... 피도 눈물도 없이 비정하다 해야할지 정말 치열하다 해야 될 지... 뭐라 해야 될 지 모를 인생입니다. 덕분에 원술은 그렇게 죽어라 싸우고도 한에 파묻혀 살다가, 눈물 속에 갔네요.

임전무퇴. 이건 그냥 죽을 각오로 싸우라는 말이 아닙니다. 이기지 못 하면 살아서 돌아오지 말라는 말이죠. 적어도 김유신네 가족들한텐 그랬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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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사 관련글 하나 써 보고 있는데, 역시 저한텐 벅차네요. - ㅅ-a 당최 이해 못 하겠는데 안다고 하기도 어려운 노릇이고... 옛 글 하나 또 옮겨 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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