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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17/05/01 05:30:01 |
Name | 기아트윈스 |
Subject | 들국화 |
전인권씨 표절논란이 터진 김에 들국화를 다시 들어봤다. 그게 표절인지 아닌지 알아보려기보다는, 젊은 시절 내 마음을 뒤흔들었던 그 힘이 정녕 가짜였는지 다시 알아보고 싶어서. 그래서 1집을 틀었다. '행진'이 시작된다. 켜켜이 내려오는 폭포수처럼 피아노음이 하방으로 쏟아지고 행진의 시작을 알리는 고동이 울린다. 끈적한 타르 속에서 허우적거리는 듯한 침잠한 보컬은 앞으로 나가자는 가사와 대립한다. 그 모순 가운데 어느 쪽이 진심인지 의아해질 무렵 기관포를 쏘듯 뾰족한 드럼소리가 두두두둑 쏟아진다. 그래. 앞으로 가자는 말이다. 앞으로 못갈지라도 앞으로 가야 한다는 소리다. 그것도 우리 함께. 우리 둘이. 매일 밤 새워 노래를 부르다가 길가에서 쓰러져 죽을지라도 우리는 전진해야 한다는, 우리를 기다리는 운명 속으로, 백척간두진일보百尺竿頭進一步를 다짐하는 행진가다. 그 어떤 엄혹한 것이 우리를 기다릴 지라도, 우리는 그저 '두 팔을 벌려' 그것을 껴안으면 그만이다. 그러니 간다. 앞으로. 안심이다. 두 번째 곡은 굳이 듣지 않아도 전인권이, 들국화의 모든 것이 거짓되지 않았음은 자명하다. 이어지는 '그것만이 내 세상'은 좀 더 가벼운 마음으로 감상해본다.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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