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7/06/12 23:10:23
Name   열대어
Subject   작은 푸념
오늘은 별로 가기 싫은 술자리를 가야했어요. 어쨌든 저도 어른이고, 어른이면 싫은 일도 웃으면서 해야하는 법이기도 하니까요.

별로 좋아하지 않는 자리라, 그냥 적절하게 분위기 맞춰가면서 술을 마시는데, 어김없이 정치 이야기가 나오더라고요. 정치와 종교 이야기만 나오면 저는 그냥 입을 다물어버리고 귀를 닫아버려요. 처음에야 젠틀하고 사뭇 진지한 토론으로 시작되지만 종국에는 개싸움으로 끝나는게 정치와 종교 이야기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런 사례가 굳이 멀리 안 가도 좋은 예가 여기저기에 많잖아요.

두 시간동안 고통받고 난 후에 내린 결론은, 정말이지 빠가 까를 만든다는 말은 진리라는 점이예요. 술자리에 문재인 대통령의 광적인 추종자가 있었는데, 어찌나 극단적이고 혐오스러운 발언만 하던지. 진짜 멀미가 날 거 같더라고요. 인간적으로 좋아하던 문재인 대통령이 싫어질 정도로 말이지요.

물론 저는 이번 대선에 문재인이 대통령이 되서 매우 기뻐요. 9년간의 적폐청산을 하면서 현 시국을 안정화시킬 사람이 이번 대선에서는 사실상 문재인 대통령밖에는 없다고는 생각했거든요. 문재인 대통령은 참 많이 준비를 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람들을 스카웃 해오는것만봐도, 아 진짜 이악물고 준비했구나, 하는게 보였으니까요. 인수위가 없는 상황에서 문재인만큼 이렇게 스무스하게 국정운영을 할 사람은 없다고 생각해요.

근데 그렇다고 한 정치인을 맹신하는건 좀 아닌거 같아요. 아니, 개인적으로 맹신하더라도, 그걸 사람들이 여럿 모인 자리에서 드러내는 건 매우 위험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자리에 안철수의 열렬한 지지자이자 선거운동에도 한팔 거들었던 분도 있었는데, 그 분 생각은 안 하고 안철수는 뭐 MB아바타니, 원래 안될놈이었느니... 그게 말이나 될 일인가요 아무리 그랬어도 그러면 안 되는거죠.

좀 너무하고 도를 지나친 거 같더라고요. 오히려 문재인 대통령은 탕평인사로 칭찬을 받고 있는 마당에, 이제와서까지 문재인 지지자들이 그렇게 편가르기를 하고 죽일놈 살릴놈 만들면 안된다고 생각해서 결국 참지를 못하고 몇 마디 거들었더니 이번엔 저까지 몰고가더라고요. 빨갱이니 뭐니... 아휴 진짜 더 참을껄...



사람들은 왜그렇게 관용의 정신이 부족한걸까요. 틀린게 아니라 다른건데, 다른걸 왜 인정하려고 하지 않는걸까요. 그리고 이제 그런 구태의연한 감정들은 다 털어내고 앞으로 나아가기도 바쁜 시간에 도대체 왜 그럴까요. 그냥 일부 극단적인 지지자들의 문제일까요?

저는 이래서 노사모니 박사모니, 이런 극단적 지지자들이 싫어요. 제가 경험한 극단적 지지자들은, 정말 정치인에 대한 애정을 신앙처럼 생각하고 있더라고요. 태극기 집회의 박사모 노인들도, 인터넷이나 현실에서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무비판적인 찬사를 늘어놓는 젊은이들도, 저 개인적으로는 다 똑같은 부류라고 생각해요. 극과 극은 통한다는 말이 괜히 있는게 아닌거 같더라니까요.

물론, 특정 정치인을 좋아하는 건 나쁜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저만해도 지지하는 정치인이 있으니까요. 그걸 뭐라고 나쁘다고 할 생각은 없어요. 하지만, 그게 맹신이 되고, 무비판적이고 일방적인 신앙이 되면, 아주 나쁘다고 생각해요. 잘하는 건 잘했다고 칭찬해야하지만, 못한건 못했다고 이야기 할 줄 알아야 진짜 좋은 지지자가 아닐까요?



근데 가끔씩 그런 생각을 해요.
그렇게 무비판적으로 맹신하는게 어쩌면 당연하고 옳은 일 아닐까? 그런 감정을 이해 못하고 온건하게 간접적으로 정치에 참여하고, 바라보고만 있는게 나쁜건 아닐까? 가끔은 그런 생각도 들어요.

제가 이상한건지, 그들이 이상한건지_ 잘은 모르겠어요. 가끔 그래요.



14
  • 춫천
  • 광신도 싫어요.
  • 연애할때는 맹목적으로
  • 이런 단순함이 부럽죠
  • 반대편에서 한 일을 되풀이하는 것이죠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5372 과학/기술전자오락과 전자제품, 그리고 미중관계? 6 열한시육분 25/04/09 1858 3
15041 영화미국이 말아먹지만 멋있는 영화 vs 말아먹으면서 멋도 없는 영화 8 열한시육분 24/11/13 2534 3
13921 문화/예술'이철수를 석방하라' 1 열한시육분 23/05/29 4358 11
13450 정치가까운 미래는 햇살 가득한 평화? 새로운 암흑시대? 열한시육분 23/01/03 3244 1
13410 일상/생각4가지 각도에서 보는 낫적혈구병 4 열한시육분 22/12/18 4345 10
14636 사회"내가 기억하는 중국은 이렇지 않았다" - 중국의 성장과 이민 2 열한시육분 24/04/30 3297 0
12764 사회영국의 이슬람 트로이 목마 사건, 그리고 이에 대한 재조명 1 열한시육분 22/04/30 5448 12
12493 도서/문학가벼운 독후감: "의사 생리학" - 루이 후아르트 6 열한시육분 22/02/05 5329 8
11460 역사자유시 '참변'의 실제원인과 실체 열린음악회 21/03/02 6122 6
11188 역사인도 마이소르국의 마지막 술탄의 유물이 영국에서 발견되다 5 열린음악회 20/12/01 5237 2
11098 정치공격적 현실주의자 Stephen M. Walt 교수가 바이든을 공개 지지하다. 6 열린음악회 20/10/29 5234 11
10644 일상/생각과분했던 인생 첫 소개팅 이야기 (음슴체 주의) 8 열린음악회 20/06/02 6590 8
6677 창작퇴근길에, 5 열대어 17/11/29 5458 3
5781 정치작은 푸념 24 열대어 17/06/12 6497 14
5561 일상/생각다시 사랑한다 말할까, 15 열대어 17/05/03 5988 9
5468 창작[창작글] 때론 영원한 것도 있는 법이라 했죠 11 열대어 17/04/18 5507 8
5385 일상/생각인간관계에 대한 짧은 생각 18 열대어 17/04/06 5443 5
5377 일상/생각팔짱, 그리고 멍청한 고백 이야기 10 열대어 17/04/05 4399 6
5363 창작어느 4월의 날 17 열대어 17/04/03 4304 3
5354 기타170402 사진 번개 후기 16 열대어 17/04/02 4374 4
5344 기타경복궁 한복 번개 후기 19 열대어 17/04/02 4581 8
5337 창작[소설] 멋진 하루 36 열대어 17/03/31 4455 5
5284 일상/생각딸기 케이크의 추억 54 열대어 17/03/24 5998 19
5265 창작어쩌면 사실일지도 모를 글 10 열대어 17/03/22 3985 6
5241 일상/생각이국(異國)의 소녀들 12 열대어 17/03/20 4703 5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