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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7/06/15 23:40:18
Name   호라타래
Subject   대학원 교육과 학습에 관한 연구 리뷰
 대학원 교육과 학습에 관한 일련의 논문들을 요약하고자 합니다. 저는 올해 들어 고등교육사회학(sociology of higher education) 분야에 관심을 쏟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수업 때 기말 과제 주제를 그 쪽으로 잡아 짧게 정리를 했었습니다. 며칠 전 발생한 연대 대학원 폭탄 사건으로 인해, 대학원 구조에 관한 논의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타임라인이나 뉴스 댓글로 이야기가 오고 가기는 했지만, 얘기가 나오지 않은 주제들도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정리했던 내용을 살짝 바꾸어서 공유해봅니다.

들어가며

 학령 인구 감소, 대학 학위 무용론 등에 따라 대학 교육의 축소가 기정사실화 되어가고 있지만, 대학원도 마찬가지일까요? 1980년 33,939명이었던 대학원생은 2017년 기준 258,553명으로 증가했습니다(교육통계연구센터, 2017). 약 7.8배 성장으로 고등교육(tertiary education)1) 중에서도 가장 큰 변화를 보여줍니다. 정작 저는 날이 갈수록 '대학원생'들이 줄어들고 있다는 말을 자주 들었습니다. 납득이 가지 않는 수치를 파악하기 위해서 지표들을 뒤져보니, 대학원생 중 성인 학습자2)의 비중이 증가하고, 이들이 대학원생 수 증가를 추동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학원생 인구 구조에 관한 세부적인 데이터는 찾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연령별 데이터를 살펴보니, 1990년에 대학원 재학 중인 33세 이상 학생들3)의 비율은 석사 과정이 25%, 박사 과정이 22.4%였는데, 2016년 기준 33세 이상 재학생의 비율은 석사 과정 42.4%, 박사 과정 53%에 이릅니다(교육통계연구센터, 2017). 연령별 박사학위 취득자는 이러한 가설을 지지하는 듯합니다. 2015년 기준 신규 박사 취득자 중 30세 미만은 2.2%, 30~35세가 27.3%, 35~40세가 23.3%, 40~45세가 16.4%, 45~50세가 11.7%, 50세 이상이 19.1%를 차지했습니다(국가통계포털, 2017). 지식기반사회니, 평생교육 등의 담론들은 지속적인 학습, 더 높은 수준의 학습을 개인에게 요구합니다. 경력관리나 은퇴 후 삶의 재설계라는 측면에서도 대학원 교육에 대한 수요는 늘어갈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언론이 학위 장사4)라고 비판하듯이 일부 특수 및 야간대학원이 대학원 교육을 파행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현실은 고려해야 합니다. 그러나 '대학원생'이 줄어들고 있다는 인상적인 진단들이나, 위에서 확인한 성인학습자 증가 및 '학위 장사' 논란은 서로 연결할 수 있는 지점이 있어 보입니다. 둘 다 한국 대학원이 공유하고 있는 구조적인 조건과 연결하여 생각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하의 논문 요약을 바탕으로 대학원에서의 학습 경험이 지닌 특징, 한국 대학원 교육 과정에 내재한 문제, '풀타임'과 '파트 타임'에 따른 경험 차이 등을 약간이나마 정리해보고자 합니다.

대학원에서의 학습 경험: 전일제 학생을 중심으로 

 선행연구들은 한국 대학원이 자율 혹은 방임적인 분위기를 지니며, 서구권 이론 중심∙영어 중심적인 교육을 한다고 짚고 있습니다. 지도교수와 대학원생의 관계는 권위적-종속적 관계인 경우가 많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도교수가 대학원생들을 세세하게 신경 써주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오히려 동기 및 선배들과의 상호작용에서 얻는 암묵적인 지식, 비공식적인 정보가 대학원생들이 연구실에서 실험을 하거나, 논문을 작성하는 과정에서 핵심적인 도움을 줍니다. 때문에 상대적으로 소수인 공학계열 여학생들은 남성 위주의 연구실 문화에 어려움을 겪기도 합니다.

 석사와 박사로 교육 과정이 분리되어 있는 상황에서 대학원의 자율∙방임적인 분위기는 석사 과정생들에게 특히 어려움으로 다가옵니다. 대표적으로 학위 취득에 필수적인 논문을 작성하는 동안 많은 혼란과 부정적인 감정을 경험합니다. 석사 과정에서 겪은 경험들은 박사 진학을 포함하는 향후 진로 계획에 영향을 미칩니다. 한국 대학원은 전반적으로 해외, 특히 미국으로의 유학을 권장하는 풍토를 지니고 있습니다. 국내에서 박사를 진학하는 학생들은 해외에서 박사를 진학하는 학생들에 비해 학비를 자력으로 충당해야 하는 부담을 더 많이 지기에 학업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적고, 학계에 존재하는 전 지구적인 헤게모니 내에서 주변화 되며, 직업적인 전망도 제한됩니다. 그러나 이러한 분석은 일반대학원과 전일제 학생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것으로, 특수대학원이나 파트 타임 학생들의 경험을 포괄한다고 보기는 힘듭니다.

 각 논문을 바탕으로 세세하게 짚자면, 먼저 연구중점 대학원5)에 다니는 전일제 석사과정생들의 교육 경험에 관한 임희진 외(2016)의 연구에서는 다음과 같은 지적을 하고 있습니다. 석사 과정으로 진학하는 학생들은 진학 전 가졌던 기대와 실제 경험하는 현실 사이의 간극을 느낍니다. 학부 시절에 연구실 생활을 경험할 수 있는 제도적 기회가 있는 이공계의 경우 덜하지만, 그러한 기회가 없는 다른 전공 학생들은 혼란을 많이 겪습니다. 지도 교수와의 관계는 학부 시절에 비해 권위적-종속적인 관계로 변화합니다. 지도교수는 공부∙연구 분야 및 일상적인 학업 관리 영역에서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도교수와의 상호작용은 약하며, 일상 및 학업 영역에서 세밀한 지도는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원 내 규범은 모든 것을 스스로 배우고, 익히고, 완성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자율과 방임의 경계 속에서 학생이자 연구자의 정체성을 동시에 지속해 나가야 하는 어려움이 존재합니다. 대학원의 교육 과정은 상호 연계가 약하고, 비체계적으로 느껴집니다. 학생들의 발제 위주로 진행되는 수업에서 교수의 수업 준비 문제나, 교수의 개인적 연구 관심사에 따른 수업 내용 변경도 두드러집니다. 공식적인 정보가 주어져 있지 않고, ‘스스로’ 해야 하는 상황에서 동기 및 선배와의 상호작용을 바탕으로 애로사항들을 다루어 나갑니다. 석사과정 진입 전에는 학업을 중심으로 하는 장기적인 진로 계획이 존재했으나, 석사과정을 거치면서 계획은 달라집니다. 박사 과정이 가지는 기회비용을 구체적으로 인식하고, 대학원 내 다른 박사들의 생활을 관찰하면서 해외 대학으로의 진학을 계획하거나, 박사 진학을 포기하게 됩니다. 대학 전반에 편재하는 ‘유학 권장 풍토’는 이러한 진로 결정에 영향을 미칩니다.

 박희제(2010)는 이공계열 대학원생들이 실험실에서 암묵적 지식을 습득하는 학습 경험에 주목했습니다. 실험이라는 실천을 위해 필요한 지식들은 공식적인 언어로는 완전히 전달할 수 없는 암묵적, 실천적 지식의 형태를 지닙니다. 대학원생들은 이 암묵적 지식을 연구실에서 실험을 하는 선배들을 관찰하면서, 혹은 선배와 실험에 관하여 대화를 나누면서 습득합니다. 선배들도 마찬가지의 과정을 바탕으로 지식을 체화했으며, 그 결과 각각의 연구실이 나름의 독자적인 암묵지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지도 교수는 다양한 과업을 전반적으로 관리할 뿐 구체적인 실험에는 관여하지 않는 편입니다. 선배들의 역할이 두드러지는 암묵지 전수와는 달리, 학자로서의 가치와 규범 전수 과정에는 지도 교수가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연규진 외(2013)나 김민선∙양지웅∙연규진(2016)이 짚듯이, 실험실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암묵지 전수 과정은 공대 내 여성의 소수자적 지위와 연결하여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군대 문화, 술로 이루어지는 회식 등 한국 남성 특유의 관계 방식은 여성들이 다루기 힘들어하며, 때문에 암묵지 습득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보고됩니다.

 김혜나 외(2013)은 대학원생들이 부딪치는 글쓰기의 문제에 주목했습니다. 논문을 쓰는 과정에는 인지적 경험과 정서적 경험이 혼재되어 있습니다. 논문 작성 과정은 한 번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쓰기와 다시 쓰기를 반복해야 하는데, 처음 논문 작성을 접한 대학원생들은 특히 자신의 글쓰기 능력이 부족하다는 감정으로 고통스러워합니다. 항상 다른 사람의 정제된 글만 읽었기 때문에 자신의 혼란을 당연한 것으로 인식하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논문이 요구하는 다수의 형식적 요건이나, 방대한 내용 지식 또한 어려움의 원인입니다. 대학원 과정을 통해 학자로서의 경험보다는 실천가로서의 경험을 기대했던 학생들은 논문 작성이라는 과업이 그들의 정체성이 요구하지 않던 과업이기 때문에 더욱 혼란을 경험합니다. 대학원생들은 논문 작성 과정과, 과정 상에서 드러나는 어려움을 다루는 과정을 통해 연구자로서의 자신의 정체성을 형성해 나갑니다. 

 외국인 유학생들의 한국 대학원 경험을 다루는 연구들은 외국인 유학생들의 시각을 바탕으로, 한국 대학원의 구조와 문화에 대한 직∙간접적인 정보를 알려줍니다. 외국인 유학생들이 느끼기에 한국 대학원은 학생과 교수 사이의 사적인 관계가 많고, 학문적인 글쓰기보다는 실용적인 글쓰기에 초점을 둡니다(김지훈∙이민경, 2011). 한국 대학원에서는 영어를 강조하지만 정작 한국인 학생들은 영어를 구술하는데 있어 어려움을 많이 내비칩니다(주휘정, 2010). 대학원 과정에서 언어 교육에 관한 체계적인 지도는 부족하며, 한국어뿐만 아니라 영어도 마찬가지입니다(민진영, 2014). 수업의 대부분은 서양 이론을 중심으로 진행됩니다(김서정, 2016) 지도 교수를 만나기는 힘들며, 어떠한 선배를 만나느냐에 따라 학업 수행에 큰 영향을 받습니다(최은희∙조영아, 2016)

 미국 대학원을 다닌 한국 유학생들에 대한 김종영(2015)의 연구는 미국과 한국의 대학원 교육 과정을 비교하여 드러냅니다. 미국 대학은 대학원생들이 학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지원합니다. 한국 대학원과 미국 대학원을 모두 경험한 학생들은 한국 대학원 내 교수-학생 관계가 비민주적이고, 교수는 학생에게 제대로 신경을 쓰지 않으며, 여성 차별이나, ‘낮은’ 대학 출신에 대한 차별이 크다는 지적을 합니다. 미국 대학원으로의 유학은 학생들에 관한 물질적인 지원 때문이기도 하지만, 미국 학계 및 대학원의 문화적인 특징 때문이기도 합니다. 대학원 과정을 겪으며 미국을 정점으로 하는 전 지구적인 학문의 헤게모니를 체화한 대학원생들은 향후 한국 대학에서 교수로 재직하면서 이러한 헤게모니를 재생산합니다.

 교육 여건뿐만 아니라 대학원 졸업 후 향후 직업 전망도 차이가 있습니다. 국내외 박사과정의 교육여건 및 졸업 후 진로를 비교하면(진미석, 2005; 진미석. 2007; 한상연∙김안나, 2009), 국내 박사 과정에 진학한 학생들은 미국 박사 과정에 진학한 학생들에 비해 만족도가 전반적으로 낮았습니다. 그 이유로는 학생에 대한 재정적 지원 부족이 주요한 원인으로 꼽힙니다. 위세가 낮은 대학 출신일수록, 여성일수록 박사 학위 취득 후 직업을 얻기가 힘듭니다. 해외에서 박사를 취득한 경우에도, 해외에 잔류한 사람들이 귀국한 사람들보다 임금, 직업만족도 등 다양한 지표에서 더 나은 결과를 보였습니다.

대학원에서의 학습 경험: 성인 학습자 혹은 파트 타임 학생을 중심으로

 앞 장에서 정리한 한국 대학원의 특징은 자율∙방임적인 분위기, 학생에 대한 낮은 물질적∙학문적 지원, 서구와의 학문적 종속 관계, 여성 및 위세가 낮은 대학 출신에 대한 차별 등으로 특징지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조건 하에서 성인 혹은 파트타임 학생들의 학습 경험은 어떨까요?

 성인학습자들이 대학원 진학 이전에 겪었던 경험, 대학원 진학과 병행하는 일∙양육 경험은 학습 동기, 과정, 반응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직장에서 주어지는 과업은 학습 과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동시에, 학습한 내용을 직장에서의 과업에 적용하면서 학습 동기를 신장시키는 양면성이 나타납니다. 여성 학습자들의 경우 한국 대학원의 남성 중심성으로 인해 자녀 양육과 학업을 조화하는 이중의 과제(일을 하는 경우에는 삼중의)를 안고 있습니다. 이러한 학습 과업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한 중요한 자원은 대학원 진학 이전까지 오랫동안 누적한 경험입니다. 또한 학습공동체 내에서 맺는 인간관계, 학습 그 자체로 말미암아 생겨나는 긍정적인 경험도 중요한 자원입니다. 그러나 다양한 과업을 조율해야 하는 성인학습자들의 특성상, 성인학습자가 다수인 일부 특수대학원에서는 전업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일반대학원에 비해 학업의 강도나 기대, 수업 수준이 낮아지는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이 경우 논문 작성에 어려움을 느끼는 정도가 커지는데, 파트타임 성인학습자들도 동료 간의 상호작용을 통해 논문 작성이라는 어려움을 해결하는 양상을 보입니다.
 
 이상의 내용을 자세히 풀자면, 성인 학습자들이 지니고 있는 것으로 간주되는 높은 자율성은 한국 대학원의 문화적 구조와 연결될 때 장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어 보입니다. 선혜연(2011)은 한국에서 성인 학습자들의 대학원 진학 동기와 진로 성숙도를 학부생이나, 성인 학습자가 아닌 대학원생들과 비교했습니다. 독특한 것은 성인 학습자들의 대학원 진학 동기는 ‘관심 분야 학습’이었다는 점입니다. 성인학습자들이 교육의 도구적 측면에 집중한다는 성인교육 분야의 이론과는 차이가 있지요. 오히려 취업에서의 유리함 등 교육의 도구적 측면을 중요하게 고려하는 것은 성인 학습자가 아닌 대학원생들이었습니다. 이러한 결과를 쉽게 해석하기는 힘들지만, 최근 한국에서의 취업난과 세대 간 가치관 차이를 바탕으로 생각해 볼 수 있을 듯합니다. 

 일을 병행하고 있는 조건은 대학원에 다니고 있는 성인 학습자들에게 어려움의 원천인 동시에, 학습 동기를 촉진하는 양면적인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납니다(박경애∙방기연, 2007; 이상현∙이규미, 2011; 안유리∙이대균, 2012; 김경희∙안은미, 2014). 업무가 미분화 되어 있고, 유교적 질서를 지닌 한국 직장의 특성상 대학원을 다니면서 직장 동료 및 선배들의 눈치를 보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직장에서는 대학원 진학 기회를 일종의 혜택으로 인식하고 있기에, 대학원에서 요구하는 과업과 직장에서 요구하는 과업 사이를 조율하기란 어려운 일입니다. 복합적인 과업으로 인해 성인 학습자들은 누적되는 피로를 느끼고 역할 갈등을 경험합니다. 그러나 대학원에서 배우는 내용들을 즉각적으로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조건은, 특히 실천적 학문인 상담∙유아교육 경우, 학습을 촉진하는 배경이 되기도 합니다. 또한 대학원 학위 취득으로 인해 기회 구조가 확장되는 경험을 하면서 학습 동기가 상승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직장과는 다른 학습공동체 내 인간 관계는 성인학습자에게 긍정적인 정서를 제공하기도 하지요.

  대학원 내에서 두드러지는 여성에 대한 차별은 성인 학습자들에게서도 드러납니다. 대학원 내 여성에 대한 차별은 학위 취득 이후 사회 내에서 직업적 전망이 남성에게만 열려있는 경우 더욱 두드러집니다. 대표적으로, 남성만이 목사가 될 수 있는 신학 대학원에서 여성들은 대학원 내 뿐만 아니라 교단 내에도 소수자 지위를 경험합니다. 구조적 소외는 비성인 학습자뿐만 아니라, 성인 학습자들도 공유하고 있는 것입니다(조혜정∙양성은, 2014). 자녀 양육을 여성에게 전담시키는 한국의 어머니 노릇 규범은 성인 여성들이 대학원 생활을 병행하는데 어려움이 되기도 합니다. 자녀가 있고, 자녀의 연령이 어린 경우 여성들이 학습을 중단하는 경우가 더 많이 발견되는데(정헌진∙이희수, 2009), 자녀의 연령이 어릴수록 기혼 여성들이 다중적인 역할을 조율하는 데 있어 자녀 양육 쪽에 비중을 두기 때문입니다(김은하 외, 2008). 가족의 지지 여부나, 동원 가능한 사회경제적 자본에 따라 시부모나 가사도우미를 구하는 등 대처 전략에 차이는 발생합니다. 그러나 많은 경우 ‘엄마대학원생’들은 육아로 인한 절대적인 시간 부족 때문에 낮은 학업 효능감을 느끼고는 합니다. 육아로 인해 공부 시간이 단절되어, 연속성 있는 공부를 하지 못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남성 위주인 이공계 대학원의 남성 동료들이나 교수들은 연구 프로젝트에 전적으로 투자하지 못하는 엄마대학원생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더욱 빈번합니다(서정원, 2015).

 성인학습자들이 공통적으로 처하게 되는 ‘파트타임’ 학생이라는 위치는 대학원생으로 사회화 되는데 있어 장애물이 되기도 합니다. 대학원생으로서의 사회화 과정은 세미나, 논문, 과제 등에 일상적으로 노출되고, 동료 및 선배들과 논문을 주제로 지속적인 상호작용을 하는 무형식적인 학습을 기반으로 합니다. 파트 타임 학생들은 무형식적인 학습 과정에 노출되는 기간이 짧을 뿐만 아니라, 풀타임 학생들이 이렇게 쌓아 올린 인간관계에 익숙해지기도 쉽지 않기 때문에 대학원 학문공동체 내에서 연구역량을 쌓기가 쉽지 않습니다(나승일 외, 2009)

 그러나 성인학습자가 지니고 있는 다양한 경험들은 학습 경험에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50대 후반의 중년 학습자들에 관한 연구에서, 이들이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면서 접한 지식, 기술, 태도는 학습에 많은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고 됩니다. 또한 누적된 경험을 바탕으로 형성한 자아상은 강력한 학습 동기로 작용하면서, 학습 과정의 방향과 반응을 결정합니다. 예를 들자면, 준고령 성인 학습자들은 논문을 작성하는데 있어 자신의 경험을 녹여내고자 하는 의도가 컸습니다. 학습 과정에서의 어려움은 과거 경험을 반추하며 적절하게 관리하였습니다(정은희, 2005).
 
 반대로 학습 경험을 통해 중년 성인 학습자들이 내적인 성장을 경험하기도 합니다. 퇴직한 중년 남성이 대학원 학위 과정에 참여하면서 겪는 경험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이들은 초창기에는 대학원 교육 참여를 경력 관리라는 도구적인 관점에서 바라보았으나, 점차 학습공동체에서 만난 사람들과 상호작용하고, 학습 자체가 주는 즐거움을 경험하였습니다. 학습은 지식이나 경력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환기에서 삶을 되돌아보는 기제이기도 했습니다(이미섭∙최은주, 2015). 대학원 학습 경험을 통해 느끼는 ‘성장’이라는 테마는 상대적으로 젊은 성인 학습자들에게서도 나타나는 현상이었습니다 

 특수대학원의 경우 성인학습자들이 다수 진학한다는 조건 때문에 일반대학원 수업과는 다른 수업 양상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교육대학원 내 학업 경험에 관한 연구는 학생 발표나 교수의 강의가 주가 되는 ‘학부 수업 같은 대학원 수업’(염지숙∙이영애, 2015: 85)을 보고합니다. 부담이 적어서 편할지는 모르나, 오히려 학위 논문을 쓸 때는 총체적인 어려움을 경험하게 됩니다. 교수도 많은 학생들을 지도해야 하는 여건 속에서 학생 개개인에게 충분한 지도를 할 수 없는 상황에 놓입니다. 이 경우에도 성인 학습자들은 동료 성인학습자들과의 관계를 맺고, 상호 협력하여 학위 논문 작성이라는 문제를 해결해 나갑니다. 그러나 선행연구에서 밝힌 이 같은 해결책은 상당히 이상적으로 보이고, 구색 맞추기로 넘어가는 경우가 더 많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결론: 다변화 되는 대학 구성원 사이 학습적 상호작용은 가능할까?
 
 여타의 논문들에서는 대학원에서의 학습 경험을 구성하는 핵심적인 요인을 동료들과의 상호작용으로 지적합니다. 자율적/방임적인 문화는 한국 대학원에서 보다 부각되기는 하지만, 서구권이라고 하여 크게 다르지는 않아 보입니다. 결국 대학원 과정은 독립적인 연구 능력을 지닌 사람을 배양해내는 것이니까요. 다만 한국과 서구 사이 차이는 얼마나 학업과 연구에만 집중할 수 있게 하는지, 학습을 촉진하는 순간들을 얼마나 풍부하게 제공하는지에서 발생하는 듯합니다. 비고츠키가 주장했듯이, 근접발달영역의 제시는 원활한 학습을 위해 필수적입니다. 한국 대학원 구조 내에서는 그 역할을 교수나, 다른 전문가보다는 동료와 선배가 더 많이 맡는 것으로 보입니다. 즉, 대학원에서의 학습은 더욱 더 사회적인 성격을 띠고 있습니다. 그리고 한국 대학원에서는 이 사회적 학습이 덜 구조화 되어 있습니다. 때문에 성인 학습자들이 주어진 여러 역할을 '대학원생'으로서의 역할과 조율해 나가는데 더욱 어려움을 느낀다고 봅니다.

 따라서 전일제 학생이 감소하고, 일 경험을 지닌 파트 타임 학생이 늘어나는 상황. 본문에서는 자세히 짚지 않았지만 외국인 학생의 비중이 늘어나는 상황이 어떠한 결과를 낳을지는 연구 주제로 파고들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서로 다른 정체성과 입장을 지닌 사람들 사이의 혼합된 만남이 서로 간 고립을 낳을지, 상호 호혜적인 관계를 낳을지는 알 수 없습니다. 한 쪽 방향으로 예단하기 보다는 어떠한 조건과 환경이, 어떠한 관계를 만들어낼지를 파악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그래야 거대한 변화의 물결 속에서도 대학원이 학문공동체를 존속시키는 기능을 이어나갈 수 있을테니까요.

각주

1) OECD 기준으로 정의할 때 고등학교 상위의 모든 교육 기관을 통칭
2) 여기서 성인은 나이를 기준으로 하는 법적인 성인 지위가 아니라, '학생' 외에 직업인 혹은 자녀를 키우는 등 다른 생애 과업을 지니고 있는 사람을 칭함
3) 데이터에 존재하는 가장 상위 연령 항목이 '33세 이상'
4) 조선일보(2013) '명예욕 강한 사회… 손쉬운 석·박사 학위로 '學歷(학력)세탁' 학위 장사로 돈버는 대학은 표절사실 알고도 눈감아줘'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3/03/20/2013032000243.html (03월 20일)
5) 직접적으로는 나와 있지 않지만, 행간으로 미루어 볼 때 서울대 사례로 보임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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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지 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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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잘 읽었습니다. 좋은글 감사드립니다.
  • 누군가가 노력하여 학습하고 정리해낸 성과를 쉬이 읽는 것은 큰 행운입니다.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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