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7/07/14 09:14:23
Name   Zel
File #1   1499952802.jpg (55.9 KB), Download : 8
Subject   엠넷아 너무 나갔다: 아이돌학교


알림: 이 프로그램 후반부 절반밖에 보지 못해서 평가가 제한적임을 말씀드립니다. 다시보기를 하고 글을 올림이 원칙이나 일단 올리고 수정할 부분은 수정하겠습니다.

저는 탐라나 티타임에서 항상 엠넷발 예능 프로그램에는 어느 정도의 리스펙트를 해왔습니다. 재미없는 예능 (=오락) 프로그램은 맛없는 군것질과 같다는 평소지론에 따라 재미를 위해서라면 공익성이라던지, 약간 불편한 부분은 접어 줄 정도로 닳아있기도 하고, 재미없는 예능은 그 자체가 전파낭비이자 존재가치가 없다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프로듀스 101이나 지니어스 게임등은 원전이 있는 프로그램으로 혹자들은 표절프로라고 폄하하지만, 전 최소한 이 정도의 '변형'을 한 프로그램은 오리지낼러티를 충분히 인정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들 프로그램들이 많은 문제들을 일으켰지만 그래도 전체적인 예능으로서의 효용이 부작용보단 낫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편집이라던지 만듬새라던지 아이디어라는 점에서, 이 결과물 하나를 만들기 위한 스탭들의 노력이 보인다는 점에서 엠넷을 위시한 CJ의 작가-피디 진의 노력과 연구정신은 높이 평가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돌 학교는 너무 나갔습니다. 기본적으로 후반부 만 본 입장에서 이 프로그램은 프로듀스 101 스핀오프+뷰티풀군바리 (진사?) 컨셉을 차용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익숙한 학교라는 공간을 통해 평가를 정당화 하고, 서열화를 합니다. 처음에 놀란건 국민프로듀서 대신에 '국민육성위원'이라는 말을 썼는데.. 말이 국민육성위원이지 사실 '국민이사장'이 적절한 용어겠으나 차마 쓰진 못했겠지요. 프로듀스 101이 인기를 큰 요소가 여러개가 있겠지만 저는 그 중에서 중요한 요소로 '갑질 대리체험'이라고 생각합니다. 생사여탈권을 시청자들에게 부여해서 그 동안 사회에서 을로 쌓인 스트레스도 풀고, 나의 선택권에 대한 얄팍한 당위로 '니들이 내앞에서 재롱떨어봐야지' 이런 마인드가 부지불식간에 시청자들에게 스며들었다고나 할까요. 물론 어느 순간 지나 팬과 아이돌관계가 되면 이 갑질은 무한 서포트로 변신하고 그런면에선 착한 갑질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최소한 박진영이나 양현석의 케이팝스타에서의 무책임한/계산적인 감탄사의 나열보단 실제적으로 아이돌에게 도움이 되거든요.

노래, 춤, 심지어 체력테스트까지 1등부터 41등을 뽑습니다. 뽑은 점수는 소숫점 1자리까지 나와서 화면에 나옵니다. 체력테스트는 2인1조 스퀏 및 개인 스퀏까지 하더군요. 그래서 전교1등을 뽑고 전교1등이 입학 선서를 합니다. 그러고 이 과정은 여과없이/ 서열은 정리되어 계속 시청자에게 제공됩니다. 시청자들은 문자러쉬로 실시간 등수를 올립니다. 여기까진 그렇다 칩시다. 매회 마지막에 순위발표를 '실시간으로' 밤 10시 30분을 넘겨서 10대가 상당수인 풀메이컵한 대상자들앞에 발표합니다. 카메라는 등수에 따른 참가자들의 표정을 훑습니다. 실시간 멘붕도, 시기도, 가식도 스쳐지나갑니다. 1등은 뿌듯하면서도 어떡하면 오만해 보이지 않을까 계산합니다. 그리곤 예의 그 폴더 인사로 국민육성회원 감사합니다로 마칩니다.

이 시스템아래에선 핑크핑크한 시대착오적인 색상 선택도, 뮤비의 물뿌리기, 교복도, 내무반 컨셉도 다 부차적입니다. 학교에서 서열을 매기는 것은 교육을 위함입니다.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기 위해서 서열을 매기는거고, 다르게 이야기 하면 그것 정도나 정당화 되는거죠. 서열을 매겨도 발표하는건 또다른 문제고요. 하지만 이 프로그램에서 시청자들은 '봐라 열심히 안하니 등수 떨어지지' '쟤는 열심히 안할거면 왜 나왔냐?' 네 이 프로그램이 노리는건 시청자들을 이사장화/부모화 시키는 대리체험입니다. 그러니 못하는 애, 심지어 외모가 떨어지는 애에 대한 자신의 분노나 선택은 당연한거고, 결과는 노력안하는 사람이 온전히 짊어지고 가야한다는 거죠. 이거 원 지난 정부에 나왔어도 부들부들할 컨셉 아닙니까.. 아무리 수시에 대한 사회적 분노가 높다고 해도 이건 절래절래

이 프로의 타겟층은 급식층들입니다. 그리고 기획의도에 '아이돌 이렇게 힘드니 하지마라' 가 조금이라도 있으면 리스펙하겠습니다 ㅋ



3
  • 엠다섯으로 바꿉시다.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6324 의료/건강의료기관 잠복결핵에 대한 추가 기사 30 Zel 17/09/23 5197 2
5427 일상/생각티타임용 잘난척 27 Zel 17/04/12 4125 4
5638 IT/컴퓨터컴퓨터 바이러스에 대한 추억 19 Zel 17/05/15 4648 5
5772 일상/생각음주운전에 관한 잡생각 47 Zel 17/06/11 5729 2
5892 의료/건강병문안 문화 개선, 가능한 일일까? 33 Zel 17/07/05 6631 0
5946 방송/연예엠넷아 너무 나갔다: 아이돌학교 26 Zel 17/07/14 5441 3
6088 기타[메디게이트뉴스] 대학병원 교수가 본 비급여대책 59 Zel 17/08/10 6746 4
6152 의료/건강[kormedi] 문재인의 식약처, 트럼프의 FDA 10 Zel 17/08/23 5475 7
6301 방송/연예소사이어티 게임 2 초중반 소감 15 Zel 17/09/17 5379 1
7820 의료/건강고혈압약의 사태 추이와 성분명 처방의 미래 28 Zel 18/07/10 5131 20
7741 의료/건강전공의 특별법의 이면 21 Zel 18/06/24 5988 7
7788 의료/건강리피오돌 사태는 어디로 가는가 35 Zel 18/07/04 5610 10
8033 의료/건강제 2차 국공합작은 가능할것인가?: 원격진료 및 의료서비스발전법 논란 4 Zel 18/08/10 4576 3
9252 의료/건강저희는 언제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을까요.. 18 Zel 19/05/30 7093 66
10367 사회빌게이츠의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NEJM 기고문 (시론) 15 Zel 20/03/11 5213 13
10230 의료/건강BBC의 코로나바이러스 Q&A 14 Zel 20/01/27 6259 30
10245 의료/건강코로나 바이러스 뉴스 모음 39 Zel 20/01/31 7481 10
10253 의료/건강입국거부에 대한 움직임 변화 49 Zel 20/02/02 7176 31
10257 의료/건강CNN에 비친 코로나바이러스를 둘러싼 미중 갈등 파트 2 10 Zel 20/02/03 5936 3
10287 의료/건강'코로나19'라는 이름이 구린 이유 18 Zel 20/02/14 5811 13
10328 의료/건강지금 부터 중요한 것- 코로나환자의 병상은 어떻게 배분하여야 하나 6 Zel 20/02/27 4845 43
6843 음악- 5 ZurZeit 17/12/28 3438 5
5249 비밀글입니다 38 三公 17/03/21 1099 4
5288 비밀글입니다 39 三公 17/03/25 1114 2
5509 사회사회진보연대의 문재인 노동정책 비판을 중심으로 11 二ッキョウ니쿄 17/04/24 4318 5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