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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17/08/26 23:18:46 |
Name | 기아트윈스 |
Subject | 정상영웅 vs 비정상영웅 |
막 쓰는 글임미다. 막글주의. 유교 영웅이나 크리스챤 영웅들은 대개 능력치가 이런식입니다 단점이 없거나 아주 조금 있고, 나머지 능력치는 골고루 훌륭하지요. 소위 만능캐들입니다. 희랍 영웅들은 좀 다릅니다. 얘들은 그래프로 표현하면 대충 이런식이예요. 한 부분만 비정상적으로 훌륭하거나, 아니면 다른데가 다 괜찮아도 어디 한 군데가 비정상적으로 부족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래서 본인에게 적합한 롤을 맡으면 그걸 누구보다도 잘 수행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엔 일반인만도 못하지요. 양자를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정상영웅 vs 비정상영웅이라고 불러볼 만합니다. 정상영웅관이 지배하는 세계 속의 중생들은 영웅후보자들에게 어떤 특출난 장점을 기대하기보다는 일단 '구멍'이 없기를 바랍니다. 영웅으로 인정하고 따르고 섬기려면 마음속 깊이 열복해야 하는데, 구멍을 발견하는 순간 그럴 마음이 싹 사라지거든요. 비정상영웅관의 세계에서는 그런 거 없습니다. 일단 사람이란 기본적으로 개차반이라는 전제를 깔고, 모두가 개차반일 때 뭐 하나 특출나게 잘하는 재주가 있으면 그 재주를 써먹을 수 있는 적절한 상황에 그 인간을 집어넣음으로써 그를 영웅으로 만들어줍니다. 생각해보면 노장계통이나 선불교 계통에서 이런 비정상 영웅들이 제법 등장하곤 합니다. 이런 비정상 영웅들은 보통 기술(예 藝)을 하나씩 갈고 닦아서 어떤 '돌파'를 해낸 사람들입니다. 회칠의 장인, 도살의 장인, 목공의 장인, 요리의 장인 등등. 정상영웅관을 가진 사람들은 필연적으로 직능차별을 하기 쉽습니다. 직능은 해당 종사자들의 특정 부분을 발달시키고 그 밖의 부분을 퇴화시키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어떤 직업을 가진 사람은 전반적으로 기민하고 교활한 반면 다른 직업을 가진 사람은 우직하고 고지식하고 그래요. 정상영웅관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교활한 놈이건 고지식한 놈이건 영웅으로서는 결격입니다. 그래서 특별한 구멍이 없는 직업을 선호하고 우대하지요. 비정상영웅관을 가진 사람들에게 가장 무의미한 논란이 (예상하셨겠지만) 인성논란입니다. 최형우 선수나 뱅 선수나 칸 선수나 이천수 선수나 라이언 긱스 선수나 우스만 뎀벨레 선수나... 그냥 자기 일을 존나 잘하면 됩니다. 입 털고 불륜 터지고 이혼하고 형수랑 바람펴도 됩니다. 범법을 하면 사법부에서 심판받으면 되는 거고, 가정에서 문제를 일으키면 가정에서 댓가를 치르면 되는 거지요. 그게 결과물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 한 (팀 케미를 결정적으로 헤친다든지, 구속을 당해서 경기를 못뛴다든지) 그깟 인성 쯤이야. 비정상영웅관이 정답이라는 말을 하려는 게 아닙니다. 뭐 둘 다 섞여있으면 좋지요. 그런데 우리 심중에 정상영웅관이 넘나 큰 나머지 비정상영웅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그들의 성장을 억제하고있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는 있습니다. 예컨대 이천수 선수는 스페인 교포2세 쯤 됐으면 인생이 전혀 달라졌을 텐데 특히 아쉬운 경우지요. 비정상영웅관이 억제됨으로 인해 생기는 다른 파급효과는 그런 인간군상이 이끄는 사회운동이 싹부터 밟힌다는 데 있습니다. 예컨대, 정상사회로부터 억압을 받는 일군의 사람들이 있다고 칩시다. 이들은 대부분 그 억압의 경험으로 인해 심중의 어느 한 부분이 손상되어있고, 그로 인한 상실과 아픔이 해당 사회운동에 투신하게 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된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가장 열렬한 LGBT운동가들은 본인이 LGBT인 경우가 대부분이고 가장 열렬한 페미니스트는 십중팔구 본인이 여성이지요. 이런 종류의 사회운동단체는 대표부터 말단 구성원까지 정상영웅상에 부합하는 사람이 거의 없습니다. 만나서 이야기해보면... 구멍이 많아요. 한 두개가 아님. 그래서 정상영웅관을 가진 이들에게 아주 손쉬운 먹이가 됩니다. 인성논란으로 묻어버리는 건 일도 아니지요. 결론: 제가 이런 비정상영웅관을 주제로 동양판 '광기의 역사'를 써서 한국의 미셸 푸코가 될 예정입니다. 유명세를 발판삼아 정상영웅 행세를 하고 청와대에 입성하면 여러분께 치킨 두 마리씩 ;-) 히히.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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