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7/09/12 12:04:21
Name   켈로그김
Subject   유리할땐 두괄식 불리할땐 미괄식.

언젠가부터 입에 붙은 일종의 습관 내지는 방어스킬입니다.

예를 들어 '이놈은 좀 까야겠다' 싶은 경우엔
"일단 당신 요구는 택도없구요.. 블라블라... 그렇지만, 딱 이정도까지는 괜찮습니다."
반대로, 상대방의 요구를 들어줘야만 하는 경우.. 그러니까 멱살잡힌 경우엔,
"요구사항 잘 알겠습니다... 블라블라.. 하지만, 사회통념 및 법률상 다 들어드리긴 어려운 점은 양해해주시길 바랍니다."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게 됩니다.
태도나 늬앙스에 비교적 덜 영향을 받고, 상대방의 발언을 해체해서 볼 수 있는 온라인에서야 굳이 필요하거나, 그리 효과적이지 않을 수도 있지만,
일단은 이빨이 박혀야 뭐라도 할 수 있는 대면상황에서는 본능적으로 저 순서를 밟게 되더군요.

-----------------------------------------------------

두드려맞은걸로 치면 이쪽 직군도 나름 약간의 경험은 있습니다.

그 때, 저는 저희 직군을 대표하는 약사회를 보면서... 주유소에서 보일러유를 사서 약사회관에 불질러버리고 싶었;;;
...까지는 아니지만, 나름 머리도 좋고 사회경험도 있을 양반들이 왜 저러고 있는지를 당최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어떤 느낌이냐면.. 대략 원전 찬/반 논란에서 속칭 '원전마피아' 라는게 존재한다면, 딱 그 입장과 비슷했을거에요.
"원전은 안전합니다 여러분" 을 아무리 외쳐봤자 의미가 없는게,
"아니아니. 사람들은 원전이 아니라 니들을 못믿는거라고" 라는 핀잔만 듣는거죠.

무슨 앵무새도 아니고 "저희는 약의 전문가입니다" 이거만 반복하고 있으니..
차라리 그 자리엔 약사회 임원이 아니라 CD플레이어를 앉혀놨으면 더 잘했지 싶습니다.

-------------------------------------------------------

특정 직군에 대한 압력, 공격, 비난 등이 발생할 때,
제 기억으로는 대부분 그 직군의 대표자들의 화법은 두괄식이었습니다.
변명 및 자신에게 유리한 당위와 명분을 주구장창 떠드는거죠. 두괄식이 아니라 답정너라고 해야할까요...

"우리는 ~~한 전문성과 역사적 사명을 띠고 어쩌구저쩌구..."

사람들은 이런 말을 듣고싶은게 아니라는게 문제죠. 몰라서 욕하는 것도 아니고.
이 세대에 그걸로 밥을 벌어먹고 있는 니들이 그 FM을 안지키고 있다고 욕하는거 아니겠습니까.
저는 그렇게 이해합니다.

이번 교대 일에 갖다대보면,
"임용양극화라는 상황을 만든 한 축으로서 막지못한 것에 책임을 느낍니다... ~~~ 하지만, 저희 역시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는 개인에 불과하고, 개개인이 가진 교육에의 전문성 및 사명만으로는 거시적인 정책만큼의 효과를 가지지 못합니다. 정부도 함께 노력해주길 바랍니다" 이런 식이 되겠죠.

진짜로 하고싶은 말 - 나쁘게 말하면 변명 - 을 말하기 이전에 먼저 책임과 한계에 대하여 어차피 두드려맞을만큼은 자진납세를 하는 것이
저는 정치적으로 효과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저 개인의 자영업 경험도 그러하지만, 동아리, 동호회, 커뮤니티를 짧게나마 운영해 본 경험에서도 그러합니다.

요즘은요 엘리베이터에서 똥을 싸도 전국민이 한마디씩 욕하는 세상입니다.
학우 책상서랍에 똥을 싸고도 어디서나 당당하게 걸어다녔던 예전이 아니에요.
눈 앞의 상대에게 한 수 접는게 문제가 아니라는거죠.
점수를 따려면 자진납세를 미리 하는 것도 전략적으로 충분히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

뭐.. 제가 디테일한 실상을 모르는 것도 있고,
나이에 맞게 순진한 생각을 갖고 사는걸지도 모르고..
일반화시켜 통용될만큼 설득력 있는 이야기가 아니라는건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다만, 그냥 평소에 하던 생각을 나눠보고 싶었습니다.



5
  • 강추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7674 정치[불판]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투표/개표 33 알겠슘돠 18/06/13 6518 0
9544 방송/연예서양에서 이슈가 생겨서 급하게 정정보도한 방탄소년단 8 Leeka 19/08/14 6518 2
1885 일상/생각더 힘든 독해 25 moira 15/12/29 6520 10
8953 스포츠[사이클][리뷰] 2019 Strade Bianche : 퀵스텝의 폭주 10 AGuyWithGlasses 19/03/12 6520 10
1009 일상/생각아이고 의미없다....(10) 9 바코드 15/09/16 6521 0
2374 기타현대기아차 플렉시블 커플링 무상수리 해준다네요. 3 스타로드 16/03/10 6521 1
6265 일상/생각유리할땐 두괄식 불리할땐 미괄식. 13 켈로그김 17/09/12 6521 5
12521 창작혐주의(?)/ 두개골 리페인팅+장난감장식 28 흑마법사 22/02/17 6521 5
12568 정치그럼에도 불구하고 윤석열이 꺼려지는 이유. 44 파로돈탁스 22/03/03 6521 5
475 기타음원사이트 지니 기준, 상반기 TOP 10 음악 3 Leeka 15/06/30 6522 0
3400 과학/기술도핑테스트와 질량분석기 5 모모스 16/07/30 6522 9
6992 육아/가정육아 - 자녀의 컴퓨터 교육에 대하여 9 Liebe 18/01/24 6522 5
5608 오프모임좀 있다 저녁 8시 50분 종각역 4번 출구-> 종로3가 2-1 피카디리 변경!! 52 tannenbaum 17/05/10 6523 2
8775 IT/컴퓨터컴퓨터는 메일을 어떻게 주고 받을까? 13 ikuk 19/01/18 6523 17
11789 기타한국 만화의 이름으로. 고우영 수호지. 15 joel 21/06/15 6523 19
8827 오프모임2/2 이부망천 술벙 20 엘라 19/02/02 6524 6
7964 여행후지산 산행기 4 하얀 18/07/28 6524 24
5580 기타이 아이를 아시는 분을 찾습니다 8 엄마곰도 귀엽다 17/05/06 6525 7
6005 여행나의 호텔 기행기 - Intro & 국내편 (1) 12 Dr.Pepper 17/07/25 6525 6
6061 오프모임. 44 삼공파일 17/08/04 6525 0
9160 방송/연예두서없이 쓴 걸그룹글 14 헬리제의우울 19/05/06 6525 10
10957 사회게임, 영화 기록으로 병역거부자의 '양심의 진정성'을 입증하겠다는 검찰의 행태에 반대하는 이유 26 ar15Lover 20/09/14 6525 1
1843 경제현대기아차가 현대캐피탈의 GE지분의 대략 절반을 인수했습니다. 2 Beer Inside 15/12/22 6526 0
2180 정치생생함, 그 이상의 효과 37 마스터충달 16/02/05 6526 17
8934 오프모임목요일(7일) 신사역 점심 번개 52 CONTAXS2 19/03/05 6526 4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