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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7/09/13 02:36:57
Name   Erzenico
Subject   [번외] Charlie Parker & Dizzy Gillespie - 같은 듯 많이 다른 비밥의 개척자들
비밥에 대해 다룬 글에서 연주자들에 대한 설명이 너무 적고
또 이 장르는 연주자 개개인에 따른 편차가 큰데다가 비밥에 있어서는 개개인이 개척한 부분이 너무 크기 때문에
부득이하게 또 번외편을 작성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비밥과 하드밥은 거의 한 몸이나 다름 없는 존재라고 할 수 있기에
비밥의 성숙 단계에서 한 역할을 맡은 연주자들은 하드밥의 시작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은 경우가 태반이라
이런 경우의 연주자들은 추후 하드밥에서 다룰 예정이며
다른 세부 장르에 영향을 많이 끼쳤지만 비밥에서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 연주자들은
그 시기의 활동에 대해서만 간략히 요약해보도록 할 생각입니다.

아마도 저의 계획이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면
찰리 파커 / 디지 길레스피
소니 롤린스 / 마일스 데이비스
레이 브라운 / 폴 체임버스 / 필리 조 존스
케니 버렐 / 지미 스미스 / J.J. 존슨

요 정도로 마무리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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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밥편을 시작하면서 자세한 설명에 앞서 비밥의 대표 연주자로 처음 손꼽았던
[찰리 '버드' 파커] Charlie 'Bird' Parker 는,  재즈라는 장르의 음악가에 있어서 '스테레오타입'이 있다면
틀림없이 이 사람일 것이다 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한 이유는 음악적으로 빠른 템포의 현란한 테크닉을 복잡한 코드를 활용하면서 연주하는 비밥의 특징을 다 가지고 있고
다른 하나의 이유는 인생의 말년을 약물에 빠져 망치는 등 많은 재즈 연주자들이 겪었던 문제에 직면했기 때문입니다.

미주리주 캔자스 시티에서 태어난 버드는 아버지의 음악적 영향으로 일찍부터 음악을 시작,10대 중반에 직업 연주자가 되었고
1939년 뉴욕으로 이주하여 스윙 밴드에서 간간이 일자리를 구하던 그는 할렘의 심야 시간 연주를 하는 젊은 연주자들과 교류를 하였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클럽에서 심야 시간은 주로 곡의 테마만 가지고 즉흥연주를 펼치는 잼 세션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고
피아니스트 [델로니어스 몽크] Thelonius Monk, 기타리스트 [찰리 크리스찬] Charlie Christian, 드러머 [케니 클락] Kenny Clarke이
할렘의 Clark Monroe's Uptown House의 하우스 밴드로 일하면서 여기에 버드와 디지가 함께 하며 많은 노래들을 연주하였습니다.
연주자들의 구성을 보아 짐작하건대 아마도 몽크나 버드의 음악을 많이 연주하였을 것 같군요. 이런 식으로 말입니다.



버드는 비밥의 창조자로도 그 명성이 높지만, 한편으로는 [마일스 데이비스] Miles Davis 라는
희대의 거장의 싹수를 알아보고 키워준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여러 기록에 따르면 1944년 세인트루이스에서 버드와 디지의 공연을 처음 관람하고 마일스가 대학 수업이 필요없다고 생각하게 되었고
같은 해 입학한 줄리어드 음대를 때려치우고 나서 1945년 버드의 밴드에 디지 대신 합류하여 연주를 같이 다녔다고 하니
한 거장의 인생에 큰 영향을 끼친 셈이 되겠지요. 이 시기 즈음에 녹음했던 곡을 하나 들어보시겠습니다.



버드의 전성기는 그러나 상술한 마약 등의 이유로 인해 오래가지 못했고 간경화 합병증으로 고생하다 1955년 짧은 삶을 마감하게 됩니다.
이와 다르게, 버드와 항상 비교되는 [존 벅스 '디지' 길레스피] Dizzy Gillespie는 장수하면서 비밥과 아프로-쿠바 재즈에 기여를 하였습니다.
1917년 사우스 캐롤라이나에서 태어나 가족의 영향으로 음악을 시작한 그는 [로이 엘드리지] Roy Eldrige의 연주를 라디오에서 듣고 자라다
12세에 트롬본에서 트럼펫으로 연주하는 악기를 바꾸게 되었습니다.
이후 필라델피아로 거주지를 옮기며 본격적인 프로 연주자가 된 그는 볼티모어-필라델피아-뉴욕을 순회하며 공연하는 젊은 여성과 만나
1940년 결혼하면서 자연스레 주 활동무대를 뉴욕으로 옮기고 빅 밴드와 캄보 밴드를 가리지 않고 일을 하였습니다.
특히 엘라 피츠제럴드에 대해서 설명하면서도 잠깐 언급한 '얼 하인스 빅 밴드'나 빌리 엑스타인의 밴드에서 연주하면서 나름대로
명성을 얻기도 하였으나 1945년 작은 캄보 밴드로만 활동하고 싶다는 이유로 버드와 함께 엑스타인의 밴드를 탈퇴합니다.
45년 녹음된 디지의 대표곡 중 하나인 Salt Peanuts를 들어보면서 어떤 음악을 하고 싶었는지 느껴봅시다.



1945년을 기점으로 버드와 각각 밴드를 이끌기로 한 디지는 마일스를 발굴(알아서 따라다녔는데?)한 버드처럼
색소포니스트 [존 콜트레인], 비브라포니스트 [밀트 잭슨], 색소포니스트 [제임스 무디], 트롬보니스트 [J.J. 존슨]
다양한 후배들과 교류하며 밴드를 이끌었습니다. 자신의 밴드를 이끌며 활동하던 중 교통사고로 고음을 못내게 되거나
우연히 트럼펫의 벨이 구부려져 이후 그를 상징하는 물건이 구부러진 트럼펫이 되었다거나 하는 일들이 있었지만
음악적으로는 역시 아프로-쿠반 재즈를 통해 아프로-라틴 음악의 선구자적 역할을 한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일 것입니다.

1940년대 후반 라틴 재즈를 연주하는 동료 트럼페터에게 콩가 연주자 [차노 포조] Chano Pozo를 소개받은 디지는
이후 그를 자신의 밴드에 넣고 본격적으로 라틴의 리듬에 스윙, 비밥적 선율을 얹어서 아프로-쿠반 재즈를 만들고
이에 어울리는 곡들을 만들어 연주하며 보급하기 시작하였습니다.
많은 후배 트럼페터에게 영향을 준 디지는 특히 이후 1970년대에 투어를 위해 방문한 쿠바에서
[아투로 산도발] Arturo Sandoval 이라는 걸출한 연주자를 발굴하기도 합니다.
초기 아프로-쿠반의 명작으로 꼽히는 Tin Tin Deo를 함께 들어보시겠습니다.



1964년에는 미국 대통령 선거에 무소속 기명투표 후보로 출마하여 재즈 연주자들을 장관 후보로 소개하는 등의 즐거운 장난도 치고
80년대에는 UN 오케스트라를 이끄는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친 그는 1992년 75번째 생일을 축하하는 공연이자 33번째 카네기홀 공연에
서고자 하였으나 췌장암으로 뜻을 이루지 못하였고 이후 1993년 이로 인해 세상을 떠나고 맙니다.

생애에는 차이가 많이 있으나 놀라운 연주를 통해 새로운 길을 개척한 두 연주자들의 음악적 유산을 다시 한 번 기리는 마음으로
길지도 그리 짧지도 않은 글을 마무리 짓도록 하겠습니다.



7
  • 항상 지켜보고 있습니다.
  •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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