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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17/09/16 21:45:19 |
Name | tannenbaum |
Subject | 수컷들은 다 똑같다. |
한참 운동할 때 이야기다. 원래 어설픈 애들이 운동 좀 해서 갑바 살작 나오고 복근 좀 잡히면 세상에서 지가 젤 힘쎄고 멋있는 줄 안다. 나도 그랬다. '풉~ 키만 크고 덩치만 좋으면 뭐해. 힘도 없는 것들이.' 헬스장에서 봉 빼고 벤치 120킬로 치고 나서는 목에다 잔뜩 힘을 주고 주위를 의식하며 덩치만 큰것들 비웃곤 했었다. [으.... 심히 쪽팔린다.... ] 여튼간에 이러쿵 저러쿵 해서 동호회(우리쪽)에서 1박 2일 엠티(인척 하는 사랑의 스튜디오)에 참가했었다. 그 날 저녁 100만원 짜리 호텔 패키지가 걸린 팔씨름 대회가 있었다. 70킬로를 기준으로 두 체급으로 나뉘어 대회가 진행되었고 나는 70이하 체급으로 출전했다. 다른 참가자들을 둘러보니.... 웃음만 나왔다. 어쩜 저리 비리비리한 샌님들 아니면 물돼지들만 가득한지 우승은 따 놓은 당상이었다. 물론... 호텔 패키지보다 당시 내가 마음에 두고 있던 사람에게 어필하기 위해 참가한 목적이 더 크다. 마치 공작이 암컷에게 구애하려 화려한 깃털을 자랑하듯 쫙 달라붙는 쫄나시를 입고 겸손한 척 예의바른 척 그 사람에게 오만 신호를 다 보내고 있었다. [아...... 진짜... 타임머신 타고 그때로가 뒤통수를 갈겨주고 싶다.] 경기는 내 예상대로 흘러 갔다. 예선 4강 준결까지 스트레이트로 한판도 내주지 않았다. 누가 봐도 자뻑질인데 혼자 겸손한 척 미소를 머금고 결승 상대를 보았다. 175에 62킬로 정도 되보이는 호리호리한 사람이었다. 그래도 운동은 좀 하는지 빗살무니 토기같은 팔뚝을 가지고 있었다. 그 사람을 본 나는 이미 우승을 확정짓고 호텔 패키지를 받으면 어떡하면 자연스럽게 그 사람에게 같이 가자고 할까 고민하고 있었다. 그러나.... 5판 3승제 중 나는 한번을 못 이겼다. 아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5초도 버티지 못했다. 시작!! 과 함게 쾅쾅쾅..... 하지만 난 패배를 인정할 수 없었다. 상품 때문이 아니라 저런 비리비리한테 내가 졌다는 걸 인정하지 못했다. 나는 왼손잡이인데 오른손 경기는 불합리하다 강하게 어필했고 결국 재경기를 시작했다. [아... 제발 그만해!!! 이 찌찔한 븅~~ 신아!!!!] 그러나.... 시작!! 과 함께 역시나 쾅쾅쾅.... 아.... 짐싸서 서울로 도망가고 싶었다. 나를 쳐다보는 수십명의 눈이... 아니... 그중에 그 사람이 날 쳐다보고 있는 걸 정말 참기 힘들었다. 거기다 힘싸움에서 졌다는 자괴감에 괴롭고 힘들었다. 괜히 죄 없는 그 결승 상대가 미워졌다. 결국.... 난 마음에 두었던 그 사람에게 쪽팔려서 고백도 못하고 술만 때리다 털레털레 엠티에서 돌아왔다. [이젠 다들 그 일을 잊었겠지... 아니 잊어야만 한다] 그리고... 난.... 서울로 돌아온 몇일 뒤 그 결승전 상대랑 연애를 시작했다. 그 결승상대는 전직 핸드볼 선수 출신이었다. 역시 선출은 반칙이다.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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