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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7/10/22 16:52:16
Name   LiiV
Subject   아이 캔 스피크
금요일에  애인분 께서  반차를 내셨다고 공지하셔서
부랴부랴 정오에 광화문을 향하는  406번 버스를 뛰어서 탔습니다.
앉을 수 있는 자리는 뒷바퀴 위 불편한 2인승 자리 하나였는데  거구다 보니
버스 전체에 제 옆자리 하나만 남아있음에도 아무도 근처에 오질 않더라구요.

이태원 근처를 가니  필리핀 계로 보이는 외국인 여성 한분이 제 근처로 오시더니
환하게 웃으시며  

" Excuse me~ "  라고 하시기에
통뒷다리 수제 햄 같은  고중량의 허벅지를  제 가슴에 붙이며 들어가시라는 제스쳐로 화답했습니다.

용산- 이태원- 3호터널  을 가는 내내 절 보며 수줍게 웃으면서 뭐라고 중얼중얼 하시고
제가 쳐다보면 그냥 웃는 걸 반복하며 3호 터널에 도달하자
기사분 께서  " 오늘 광화문에 행사 있어서  명동까지만 갑니다~이번에 내리세요 " 라고 두 세번 소리를 지르시더군요.

그러자 외국인 여성 분이 절 빤히 보면서  
" 저 사람이 뭐라고 합디까 " 라고 영어로 말하시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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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잠깐 영어와 관련된 제 20대를 언급하자면

영어가 싫어서  대학 졸업까지  토익/ 토플 을 한 번도 보지 않았고 (지금까지도)
영어가 안 필요한  직군의 시험을 준비하기도 했었고
영어 (토익/ 토플) 점수가 졸업에 필요하지만 안 보다가  졸업을 못 할 뻔 하자, 학교내 시험으로 대체해서 겨우 졸업했고

동기의 Physiological psychology (생리 심리학) 이란  전공책을  Psychological psychology으로 읽고
심리심리학이 뭐냐고 말했다가 웃음거리가 됐으며

영어로 진행하는 전공필수 강의 중간고사가  Thursday 였는데,  Tuesday로 알아듣고 밤새 공부해서 갔더니
강당에 저 혼자 있기도 했고

SPSS 수업 중에 코딩연습하는데 스모킹과  코딩을  smoRking,  coRding,  으로 txt 파일을 치면서
실행 안된다고 강사분 붙잡고  한 시간 내내 징징거리기도 한  전력이 있습니다.
(그 강사분도 끝까지 왜 안되는 지 파악 못하고 컴이 썩어서 그렇다고 말하고 가신..... 뒤늦게 R 의 정체를 알고 몰래 수정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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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현재로 돌아와서.....  
10여년 간 외국에 나가본적도  외국인과 대화를 한 적도,  영어를 공부 한 적도, 없는 상태에서

" 당신 어디 갑니까? " 라고 되묻자  
미국대사관에 간다고 답하더군요.

"  이 버스는   조계사와 세종문화회관을 가지 않는다  "

라고 자신있게 영어로 말을 해줬습니다.
하지만 여기까지가  12년을 성실하게 공부하고  대학까지 무난하게 졸업한  제 한계였습니다.



BUS, Stop, staition,  embassy(레인보우 식스 맵이 생각나서 다행),
not,  No, go,

이 단어들만 가지고  repeat agian 을 했고
이번 정거장에 무조건 내리라고 손짓발짓을 하며 말했고  ( This stop is End!!!?!?!?!!)

그녀는 알아들은 거 같았고 친절한 한국인에 대해 감동받은 표정이었습니다.
당신은 참 친절한 사람이라며  고맙다고 하고요.


그리고 명동의 정거장이 되자 문이 열렸고 모든  사람들과 함께 저는 내렸고
갈아탈 버스를 찾기위해 뒤를 돌아서는 순간 그녀는 서울역으로  출발하는 버스 좌석에 그대로 앉은 채
제게 웃으며 손을 흔들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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