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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7/12/17 18:59:26
Name   tannenbaum
Subject   벌교댁과 말똥이.
[염병하네. 그 나이 처먹도록 사연 없는 년놈 있으면 나와 보라 그래야. 머단다고 밖으로 그짭아 내서 속시끄럽게 한다냐. 잠깐은 따뿍할지 몰라도야 니 속만 끓어야. 인자는 담아 놓고 확 묵혀브러. 혹시 아냐 묵은지라도 되서 나중에 써먹을랑가.]

망할 년... 누가 벌교 가시네 아니랄까봐 입 참 걸다. 저 가시네 분명 지 남편이랑 애들 달달 볶을 년이다. 처녀적 양아치랑 시비 붙어 맞짱 뜰때부터 알아봤다 내가....

대학동창이자 내 음낭친구 아내이자 25년지기 여사친 벌교댁이 내게 한말이다. 틀린말은 아니다. 아니지. 어찌보면 정답일수도... 얼굴은 커녕 이름도 모르는 사람들에게 자기 이야기를 백날 해봐야 무슨 답이 나오겠는가. 수능 기출문제 해석도 아니고 접촉사고 당한것도 아니고 하다못해 성병증상 이야기도 아닌데 말이다.

인터넷 커뮤니티라는데는 많은 사람들이 여러 이야기를 한다. 그중에 아마도 가장 환영받지 못하는 이야기는 아마도 천하제일불행대회겠지. 특히나 가정사에 관련된 불행대회... 개똥이는 주작이라 하고 소똥이는 위로를 보내고 말똥이는 논문을 쓰기도 하고 쥐똥이는 조용히 백스페이스를 누른다. 내 성깔 더러운 벌교댁은 아마도 논문형인거 같다. 그리고 실제로 인터넷에서 논문형이 참 많이 보이기도 한다. 어쩌면 내 여사친보다 훨씬 더 독하고 날카로운 말똥이들...

나도 천하제일불행대회를 여러번 올렸다. 홍차넷이나 다른 커뮤니티에서 말이다. 다행히도 난 소똥이와 쥐똥이가 훨씬 많았다. 뭐 가끔 농축된 말똥이가 괴롭히기도 했지만.... 변명을 해보자면 관심이 고파서도 아니었고 답을 구하고 싶어서도 아니었고 어그로 끌려던 건 더더욱 아니었다. 그냥... 말할 곳이 필요했었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올라오는 감정을 입으로 풀지 못하니 손가락으로 풀어내는거... 아!!. 하나더. 열에 예닐곱은 술마시고 올렸다. 술김에 감정을 주체하지 못한 경우가 참 많았다. 물론.... 술깨고 보면 늘 쥐구멍을 찾고 싶었지만...

여튼간에 내 여사친이나 말똥이는 별 차이가 없어보인다. 하지만 매우 큰 차이가 있다. 그 성깔 더러운 벌교 가시네.. 아니 성깔 더러운 벌교댁은 내가 어찌 살아왔는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상황인지 너무나 잘 알거니와 빤스 바람으로 돌아 다녀도 콧구멍 띡띡 긁는 사람이지만 말똥이는 아무것도 모른다. 짧은 글로만 그 사람을 온전히 판단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아니지...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말똥이는 내 여사친처럼 독한말을 쏟아낸다.

냉철하고 이성적??

글쎄.... 냉철하고 이성적이라면 말똥이 스스로가 글쓴이에 대해 온전히 알지 못한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 것이다. 단편적인 정보로 누군가를 재단하는 것이야말로 비이성적이고 냉철하지 못한 판단인것이니까. 그래... 주어진 정보로 판단을 하는게 온당할 수 도 있다. 요즘 세상에 제한된 정보로 최선의 판단을 강요받는 세상에서는 더더욱 정당성을 확보할 수도 있겠다 싶다. 단, 그게 천하제일불행대회가 아니라면 말이다. 한 사람의 이야기라는 건 삼국지보다 더 두꺼운 책일 수도 있다. 관우의 '식기전에 돌아오겠소' 한 대목만 읽고 삼국지를 다 안다고 하면 어떤 말을 들을까? 혹은 소개팅 자리에서 관우 아세요? 묻는다면 어떨까.... 그래도 냉철하고 이성적인 사람일까.

그래 다 떠나서 천하제일불행대회가 관종의 주작일수도 위로를 바라는 글일수도 술김에 감정 주체 못하는 것일수도 있다. 세상에 사람은 참 많으니까. 그래서 그런 글들이 싫을수도 짜증날수도 빈틈이 맘에 안들수도 늬앙스가 재수없을수도 있다. 그렇다고 말똥이처럼 아프다는 사람에게 굳이 굵은 소금 뿌려가며 후벼 팔 필요가 있는건지... 잘 모르겠다. 모니터 밖에서 읽고 있는 당신은 글쓴이의 오랜 친구 벌교댁이 아니라 말똥이일 뿐인데...

공감도 이해도 안되면 그냥 백스페이스 한번 눌러주는 게 그토록 어려운 일일까 싶다. 그정도 인정과 여유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거 같은데....



p.s. 고해성사를 하자면 이리 말하는 나도 말똥이다. 여기 홍차넷에서 말똥이 빙의해 몇 분에게 날 선 댓글을 남기기도 했었다. 이글은 나에게 하는 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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