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7/12/26 10:11:39
Name   기아트윈스
Subject   명작 애니메이션 다시보기
애가 다섯 살 쯤 되면 애니감상력이 비약적으로 발전합니다. 그래서 예전엔 저만 알고 애들은 못보던 핵명작들을 같이 볼 수 있게 되지용. 근데 핵명작을 다시보면 엄빠 입장에서도 감상력이 발전한지라 전과는 다른 경험을 하게됩니다.


1. 드래곤길들이기: 자기 몸에 대해 컴플렉스가 심한 아싸 고딩남이 슈퍼카 뽑고나서 초인싸가 되어 학교 퀸카랑 데이트하게되는 이야기.

몸에 대한 불만을 머리에 대한 자신감으로 보상하려는 마음이 있음. 따라서 좋은 대학-->좋은 연애로 이어진다고 믿는 너드판타지로도 볼 수 있습니다.

게다가 나중엔 공군 에이스 파일럿이 되어 사담 후세인을 처단하고 상이용사 전쟁영웅이 되면서 아버지랑 화해함. 이건 할리우드에서 죽도록 울궈먹는 아메리칸 판타지. 한국영화에서 신파코드를 죽도록 울궈먹는 거랑 비슷하군영.

아 물론 이게 꼭 나쁜 건 아닙니다. 한국 신파도 보면 알고도 당하잖아요. 어떤 코드가 오랜시간 계속해서 등장한다는 건 관객들이 계속 알고도 당한다는 의미. 마치 전성기 메시의 우측면 단독드리블-->중앙침투-->왼발 인프런트 슛 같은 거죠.




2. 모아나: 갓갓갓.

완벽에 가까운 캐릭터구축과 음악사용. 그리고 간간히 터뜨려주는 디즈니의 자기반성 개그가 좋습니다. 예컨대 남주가 여주보고 '야야, 젊은 여자가 사이드킥으로 동물 하나 달고다니면 그걸 공주라고 하는겨' 같은 건 디즈니 스스로 '디즈니장편애니'가 하나의 장르로 고착되면서 생기는 피로감을 잘 인지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다만 이런 식으로 자기까기 개그를 하는 건 초필살기라서 한 두 번 써먹어야 신선한거지 계속 쓰면 망합니다. 모아나에서 잘 써먹었으니 다음편에선 못써먹는다는 이야기.



3. 슈퍼배드 (Despicable Me): 다 좋은데...

역시 할리우드 특유의 아빠신파 코드 + 빌런주인공 코드를 씁니다. 전 메가마인드가 이 분야의 선구자인줄 알았는데 이제보니 두 작품이 모두 2010년작이네요. 여튼 히어로물의 피로감을 적절히 치유하는 빌런물..음..좋긴 좋은데, 여러 주제를 섞다보니 좀 산만합니다. 이것저것 다 해보려다 포커스가 흐려진 느낌. 갓갓마인드가 작정하고 빌런코드로 떡칠하고 밀어부친 반면 슈퍼배드는 그냥 말만 빌런이지 사실 빌런이 아님.

사운드가 많이 빕니다. 작품에 들어간 넘버 하나하나를 따로 들으면 다 좋은데, 작중에선 통일성 없이 다 따로놉니다. 그래서 다 보고나서 무슨 노래가 어느 장면에서 쓰였는지 기억이 안납니다. 겨울왕국 같은 뮤지컬류야 애초에 비교대상이 아니니 차치하더라도, UP나 Wall-E 같은 작품도 1회차 감상 후에 바로 메인테마를 흥얼거릴 수 있을 만큼 머리에 각인되는 것과 비교하면 슈퍼배드는 많이 부족합니다. 게다가 볼륨컨트롤도 잘 안돼서 어떤 장면은 강한 배경음악에 묻혀서 대사가 잘 안들리는데 다른 장면에선 배경음악 볼륨이 너무 낮아서 문제.

그런데 1편에 대한 피드백이 잘 됐는지 2편부턴 사운드 분야에서 획기적인 개선이 이루어집니다. 그래서 전체적인 완성도를 보면 2편, 3편, 그리고 스핀오프인 '미니언' 쪽이 훨씬 좋음.

다만 신선함, 메인빌런의 카리스마 등의 요소를 고려하면 그래도 1편이 가장 훌륭합니다.

참고로 제 이탈리아 친구는 이 시리즈를 대단히 싫어합니다. 미니언들이 씨부리는 말이 스페니시 + 이탈리안 대충 섞어놓은 건데 이걸 레이시즘으로 받아들여요.




4. 몬스터대학: 너드의 대학생활 판타지.

좀 진부해요. 클라이막스를 제외하곤 이야기가 모두 예상가능한 범위에서 돌아갑니다. 근데 그 클라이막스를 아주 훌륭하게 연출해내서 단점을 잘 덮어버립니다. 문제의 진부함도 사실 전편의 프리퀄이라는 제약을 감안하면 용서해줄 수 있는 수준이구요. 결말이 정해진 이야기잖아요. 운신의 폭이 좁을 수 밖에 없지요.




5. 라따뚜이: 스테레오타입 사용의 교과서.

프렌치 스테레오타입으로 떡칠한 요리만화입니다. 그런데 그게 밉지 않습니다. 왜인고하면, 작품 스스로 '우린 진짜 '프랑스'에는 관심 없어. 그냥 밈化된 프랑스를 마구마구 가져다 쓸거야 ㅋ' 라는 솔직하고 확고한 자세를 표방하기 때문입니다.

이 차이를 다른 예시를 들어 부연해보자면, 정극에서 남자주인공이 후까시잡고 (자기가 네이티브라도 되는양) 경상도사투리를 쓰면 '에이 저게 뭐야. 경상도에선 저렇게 안하는데'라고 반발심이 드는데 개그맨이 그런 남자주인공을 패러디하며 '니 강알리 등킨도나쓰 무반나'라고 과장된 사투리를 쓰면 누구나 하하 웃는 거랑 비슷합니다.




6. 쿵푸팬더: 스테레오타입 사용의 교과서.

제가 전공이 중국학이라 뮬란 같은 거 보면 못견딥니다. '슈바 저게 뭐야. 저건 중국이 아냐' 라고 소리지르다 막 정신이 혼미해져서 뛰쳐나가버려요. 의사들이 병원드라마 보다가 주화입마 걸리는 거랑 비슷합니다. 그런데 쿵푸팬더는 그런 거 없이 그냥 꺌꺌 웃으면서 잘 봤습니다. 이유는 위와 같습니다. 진짜 중국풍을 보여주겠다느니하는 후까시가 전혀 없습니다. 무협코드를 철저하게 연구해서 그걸 B급정서루다가 잘 풀어냈습니다. 주성치나 성룡 영화에 가까운 속도감과 활기, 유머가 흐르는 건 덤.

다만, 3편은 1, 2편에 못미칩니다. 그래픽이 좋아진 거 빼곤 모든 면에서 퇴보했어요. 비추.




7. 라퓨타: 로리콘이 만든 로리로리판타지

[어느날 갑자기 하늘에서 귀여운 여자아이가 자취방으로 떨어져버렸다]

이건 마 라노벨 제목도 이렇게 지으면 욕먹습니다.

그리고 일본 특유의 혈통판타지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거 순전히 '난 누구의 후손'인 놈이랑 '누구의 아들'인 애들이랑 '누구의 딸'인 애들이 불쌍한 개족보 서민 엑스트라들 희생시키는 이야기 아임미까.




8. 아리에띠: 느려.

사실 아주 나쁘다 그런 건 아닌데.. 그.. 템포가 느려도 너무 느립니다. 바르셀로나가 한참 패스축구할 때도 이렇게 느리진 않았습니다.



9. 하울의 움직이는 성: 2NE1이 부릅니다. 'Ugly'

주인공은 자기가 존못이라고 생각하는 뇨자입니다. 존잘인 남자에게 관심이 없는 건 아닌데 자긴 쭈그렁방탱이 할매만도 못한 존못중의 존못이라고 생각합니다. 스스로를 존못으로 보는 믿음을 '노인으로 변하는 저주'로 상징적으로 표현했습니다. 간간히 자신감을 되찾을 때마다 젊어지는 건 이 저주가 셀프저주임을 시사합니다.

영화적 장치를 사용해 주제를 잘 표현해낸 것까진 좋은데, 플롯이 뭔가 엉성합니다. 만들다 만 느낌. 센과 치히로 등을 위시한 비슷한 시기의 다른 작품에 비하면 한 급수 떨어지는 느낌.



10. 센과 치히로: 명작. 그런데 황금곰은 어떻게 받았지?

명작은 명작인데. 황금곰은...음... 음.. 그건 좀 아닌 거 같아요. 서양에서 먹물 먹은 애들 중에 동양뽕 맞은 애들이 많아요. 동양의 신비. 동양의 도. 동양의 미. 동양의 신화 등등. 이건 그저 짐작일 뿐이지만, 뽕 좀 맞은 심사위원들이 센/치를 과잉해석한 게 아닌가 싶어요. 미야자키가 그렇게 복잡한 양반이 아닌데.




11. Wall-E: 음악은 이렇게 쓰는 거야.

거의 프로파간다에 가까운 정치적 메시지를 이렇게 귀엽게 풀어낼 수 있다니. 몇 번을 다시봐도 놀랍습니다. 여러번 보다보니 느낀 건 음악을 겁나게 잘 쓴다는 것. 메인 테마부터 중요한 BGM을 모두 20세기 초중반 미국 풍으로 도배했습니다. 환경에 대해 코빼기도 관심 없고 기술 발전에 대한 낙관이 최대치에 달했던 시대의 노래들. 걱정이랄 것 없이 하하하하 자본주의 만세 하던 시절의 음악이 작품의 주제와 절묘한 대조를 이룹니다.




12. 패딩턴: 니콜키드먼

보지마세요. 재미 음서요.

니콜 키드먼이 나오는데, 미션 임파서블 액션을 합니다. 몇 장면에선 대놓고 미션 임파서블 메인테마도 쓰고... 니콜 전남편이 탐 크루즈인걸 모르면 바보인거고 알면 약빤건데, 아무래도 후자인 듯.




13. 챨리와 초콜렛 공장: 명작

그런데 이것도 템포가 좀 느립니다. 과감하게 쳐낼 거 더 쳐내면 더 좋았을 텐데 아쉬워요.



14. BFG

로알드 달 작품 중 영화화된 게 꽤 많습니다. 게중 잘 된 건 챨리정도고 BFG는 망... 보지 마세요.



15. 킹갓제네럴 랄프

사람들은 저마다 눈물샘 포인트를 하나 쯤 가지고 있습니다. 제 포인트는....비밀인데요, 킹갓제네럴 랄프가 하필 그걸 콕 건드립니다. 그래서 10회차 보는데도 울어뜸. 아마 100회차까지 봐도 울 거 같아요.




16. 갓 (UP)





17. 피터팬 더 무비

사춘기 소녀가 초경을 전후로 겪는 충격과 방황, 성장을 중심으로 원작을 살짝 재해석했습니다. 그럭저럭 재밌게 봤지만 마 걸작이다 그런 건 아임미다.




18. 미녀와 야수 더 무비

엠마왓슨은 연기도 못하고 노래도 안되고... 영화 자체도 문제가 많지만 거기에 엠마의 역캐리를 끼얹으니 잘 될 리가 음슴. 비추.




19. 카 3

진주인공이 여자레이서인데다 히스패닉입니다. 그거 말곤 기억이 안남.





아.. 이제 한 반쯤 쓴 거 같은데 벌써 자정이 넘었네요. 나머지는 (반응을 보고) 나중에 쓰던지 말던지..ㅠ.ㅠ



6
  • 만화영화는 추천이죠.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5365 도서/문학영국인이 가장 많이 읽은 '척' 한 책 20선. 64 기아트윈스 17/04/03 5457 0
5392 사회김미경 교수 채용논란에 부쳐 191 기아트윈스 17/04/07 8253 31
5418 육아/가정유치원/어린이집 이야기 46 기아트윈스 17/04/12 6880 4
5445 도서/문학유시민 <나의 한국현대사> 23 기아트윈스 17/04/14 5541 3
5526 정치동성애 이슈와 팬덤정치 이야기 138 기아트윈스 17/04/26 7507 33
5549 음악들국화 24 기아트윈스 17/05/01 3819 3
5557 도서/문학한윤형, <청춘을 위한 나라는 없다> 16 기아트윈스 17/05/01 4582 2
5573 정치[펌] 대선후보자제 성추행사건에 부쳐 110 기아트윈스 17/05/04 6838 12
5596 일상/생각논쟁글은 신중하게 27 기아트윈스 17/05/09 3636 10
5913 역사중국 상고음(上古音)으로 본 '한(韓)'의 유래 33 기아트윈스 17/07/07 6869 18
6175 철학/종교정상영웅 vs 비정상영웅 88 기아트윈스 17/08/26 6697 19
6828 영화명작 애니메이션 다시보기 21 기아트윈스 17/12/26 7021 6
6275 일상/생각게임중독 28 기아트윈스 17/09/13 4985 10
6779 일상/생각푸른행성 2 (The Blue Planet 2) 1 기아트윈스 17/12/18 3447 6
6848 영화명작 애니메이션 다시보기 (2) 21 기아트윈스 17/12/29 5932 6
6905 역사무굴제국의 기원 23 기아트윈스 18/01/06 6060 20
6911 스포츠잉글랜드 축구는 왜 자꾸 뻥뻥 차댈까요. 35 기아트윈스 18/01/07 6299 10
6980 스포츠UEFA가 FFP 2.0을 준비중입니다. 3 기아트윈스 18/01/21 4529 0
6997 과학/기술국뽕론 43 기아트윈스 18/01/25 7059 36
7139 스포츠축구에서 세트피스 공격은 얼마나 효과적일까 9 기아트윈스 18/02/18 4653 12
7153 철학/종교옛날 즁궈런의 도덕관 하나 5 기아트윈스 18/02/23 4238 18
7249 정치현실, 이미지, 그리고 재생산 27 기아트윈스 18/03/18 4680 6
7260 철학/종교감동(感動) 18 기아트윈스 18/03/22 5092 21
7362 영화인어공주, 외국어, 인싸 24 기아트윈스 18/04/10 5260 27
7453 정치[팩트체크] 힐러리가 통일을 반대한다구? 33 기아트윈스 18/04/29 8928 12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