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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7/12/29 01:30:19
Name   기아트윈스
Subject   명작 애니메이션 다시보기 (2)
민족의 대명절 그리숨었수를 맞아 대영제국의 방송국들은 애니 틀어주느라 정신이 음슴미다. 그러므로 본문도 음슴체를 채택했음.

1. 터보 (Turbo):

티비 틀었는데 스탭롤 올라가는 중. 부활절에 또 해주면 그 때 보고 리뷰하겠음.


2. 슈렉: 이게 언제적이야.

명작은 명작. 시리즈를 관통하는 B급개그의 클라스는 영원함. 그런데 이제와서 보자니 좀...좀... CG가 조잡함. 개봉한지 16년인데 그정돈 용서해줘야 하는 거 아니냐고 할 수 있는데, 이게 해상도 같은 게 문제가 아니라 인물들의 동작 자체가 어색함. 이족보행 캐릭터가 자연스럽게 걸어다니는 걸 표현하는 것 조차도 대단한 기술과 노하우가 필요하다는 걸 가르쳐주는 반면교사.  3편은 그나마 나은데 1, 2편은 답이 음슴.



3. 갓갓갓갓갓 (Toy Story): 이게 언제적이야.

1편이 무려 95년작임. 그러니까 22년 전에 만든 건데 (잠깐, 95년이 22년 전이야? 12년 전이 아니라!?) 지금봐도 그래픽이 봐줄만 함. 16년 된 슈렉보다 22년된 갓갓갓갓갓의 때깔이 더 좋다니 놀라울 뿐임. 물론 슈렉은 완전한 휴머노이드의 동작을 표현해야한 반면 갓갓갓갓갓은 인형들의 단순한 관절운동만 표현하면 됐으니 난이도가 다르긴 함. 그런데 그런 거 다 감안해도 95년작이 이렇게 때깔이 좋을 순 없는 거임.

2편은 정식 후속작이라기보단 어딘지 모르게 스핀오프 느낌이 남. 시리즈를 관통하는 줄기를 아직 못찾은 인상. 재밌긴 한데 다시보고 싶은 생각은 안듦. 3편은 뭐....이야... 3편이 본편이고 1, 2가 프리퀄임. 시리즈를 이렇게 길게 끌고가놓고 본작을 발라버리는 일이 흔치 않은데 갓갓갓갓갓은 그 어려운 걸 해냄.

참고로 갓갓갓갓갓은 짧은 단편 (Toy Story Toon)도 많이 나와있음. 대부분 개쩖. 합법은 아니지만 유튜브에 많으니 Toy Story 같은 검색어로 뒤지면 금방 찾을 수 있음. Partysaurus Rex는 연출이 특히 훌륭하고 플롯이 직관적이라 애들이 무척 좋아함. 참고로 미스터 포테이토 연기한 배우의 유작이 이 파티사우르스 렉스라는... 묵념.



4. 공주와 개구리: 이게 언제적이야.

사실 마음을 비우고 보면 딱히 나쁘지 않음. 하지만 이게 2009년작이라는 건 정말 납득이 안 됨. 참고로 갓갓갓갓갓3이 2010년작임. 개구리가 99년에 나왔다면 모를까.. 아냐.. 이건 아냐.. 2009년에 이렇게 만들 순 없는 거야..



5. 피터팬 2: 들어본 사람?

못들어본 데는 이유가 있는 법. 2002년작인데 지브리가 센과 치히로 만들 때 디즈니는 저걸 만들고 있었던 거임. 아이구야. 1950년대에 나온 피터팬 본편이 더 재밌음.



6. 후크 (Hook): 명작

로빈 윌리엄스가 아재팬을 연기한 피터팬 스핀오프. 어렸을 땐 몰랐는데 지금보니 다른 배우들도 장난이 아님. 후크는 더스틴 호프먼이고 팅커벨은 쥴리아 로버츠, 게다가 감독이 스티븐 스필버그.

지금봐도 역시 좋긴 한데, 문제는 이게 러닝타임이 2시간 30분이라는 거. 91년 당시엔 이렇게 영화가 축축 늘어져도 다들 하면된다정신으로 참고 봤구나 싶음. 돈주고 영화관 들어간 이상 더 오래 죽치고 있다 나와야 더 기분 좋고 그랬나?

아재팬이 다시 네버랜드에 돌아가기까지가 발단에 해당하는데 거기까지 가는데만 한 40분 걸림. 어른들이야 참고 보지만 애들은 이미 지루해서 죽을지경. 그래서 나만 재밌게 보고 같이 본 애들은 이거 다시 보자는 말 안함....

그리고 스필버그...너 임마.. 가족영화에서 사람 좀 죽이지 좀 마.. 애들이 무서워하잖아 ㅠㅠ



7. 인어공주: 우리학교 퀸이 옆학교 쿼터백에게 반해서 전학가는 이야기.

아빠가 되기 전까진 하하 웃으며 봤는데 딸이 둘이나 되다보니 도저히 뜬 눈으로 못봐주겠음. 트리톤 (아리엘 아빠) 인내심 차냥해. 나였으면 진짜 왕궁 뿌셔뿌셔 지구 뿌셔뿌셔.



8. 갓갓갓 킹 (Lion King): 지금 이걸 리메이크하겠다고?

정글북 추억팔이로 돈 좀 벌었는지 갓갓갓 킹도 실사로 만들겠다는 디즈니. 늬들 제발 그러지마라. 안돼. 이건 이대로 완벽해. 털 끝 만큼도 건드리지 마랑.

별개로, 어렸을 땐 몰랐는데 지금보니 날라 아빠가 누군지 궁금해짐. 사자무리의 습성으로 봤을 때 날라 아빠는 그럼...흠흠.. 여기까지.



9. 겨울왕국: 앙마는 파란색을 입는다

우리 딸들이 여태까지 엘사 드레스만 여섯벌을 샀고 엘사 구두를 두 켤레를 샀고 엘사 화장품 세트 (어떤 정신나간 굿즈 담당자가 애들을 타겟으로 엘사화장품을 만들어 팔 생각을 한거야. 청문회 좀 하자)를 하나 샀고 엘사 장난감정리함에 엘사 퍼즐에 엘사... 엘사.. 엘사.... ㅠㅠ

영화 보는데 들어간 돈이 1이면 그 후 추가지출이 10임.

이 현상이 이 영화가 어디서부터 잘못됐는지 잘 말해줌. 사실 겨울왕국은 안나가 캐리해야 사는 영화임. 안나의 스크린 점유율, 대사 점유율, 노래 점유율 등등이 다른 누구보다 높은데 안나는 인기가 1도 없으니 이건 문제가 심각한거임.

비유하자면, 우리 팀에 메시가 있는데 10경기에 1경기도 출전할까 말까한 상황인 거임. 팬들은 메시 보러 멀리서 비행기타고 경기장에 오는데 메시는 어디 숨었는지 출전을 안함. 그럼 메시 팬들이 경기장에 다시 오겠음? 그냥 집에서 유튜브에다 '메시 스페셜' 같은 거 검색해서 보고 말지.

이게 딱 내 딸들이 하는 짓임. 겨울왕국 다시 볼까 물어보면 절레절레. 렛잇고 다시 볼까 물어보면 끄덕끄덕. 그래서 겨울왕국은 한 두 번 보고 다시 안보는데 렛잇고는 다 외워서 떼창완창삼지창할 때까지 보고 또 봄.

갓작은 아니어도 명작은 되는 드래곤 길들이기와 비교해보면 더 명쾌해짐. 드래곤 길들이기의 [모든] 장면은 투스리스가 직접 나오든지 아니면 다음 장면에서 투스리스에게 일어날 일을 이해하는 데 결정적인 정보가 나오든지 둘 중 하나임. 다시 추꾸로 비유하자면 지단 원맨팀 같은 거임. 다른 멤버들이 좀 허접하긴 한데, 일단 공 잡으면 무조건 지단에게 패스하고 봄. 그러면 지단이 알아서 해주니까. 모든 패스는 지단에게 가거나 지단으로부터 나옴. 자기팀 에이스를 어떻게 활용하는지를 보여준 좋은 예시.



아 힘들다.. 지금보니 참 많이 봤다능. 또 본게 많을 텐데 지금은 잘 기억이 안나니 나머지는 반응을 봐서 나중에 올리든지 하겠음.



6
  • 디즈니 만화동산 최고!!
  • 겨울왕국에 대한 평이 매우 공감됩니다.
  • 지난번 글도 그렇고 추천을 아니 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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