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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7/12/30 15:55:51
Name   모선
File #1   리플_2000.jpg (62.7 KB), Download : 9
Subject   코인판을 (사실상) 떠나며


전 이 스샷을 찍을 때만 해도, 리플이 또 오를 것이라는 생각을 전혀 하지 않았죠.
하지만, 코인판은 상식이 존재하지 않음을 곧 깨닫게 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에서 계속...

안녕하세요, 오랫만에 코인 글을 써봅니다. 그리고 이 글은 코인과 관련해서 쓰는 "사실상" 마지막 글이 될 것입니다.
"사실상"이라는 표현을 쓴 이유는, 먼 훗날에 정말 마지막으로 글을 쓸 것 같아서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저번에 코인 글을 쓰고 난 이후로 참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속된 말로 아무 코인에 투자를 했어도, 무조건 대박 이득을 볼 수 밖에 없는 상황이 펼쳐졌고, 급기야 정부에서 규제 대책을 천명했죠.
그런데 저는 그 시기(12월 초순~중순)에 대박(?) 이득은 보지 못했습니다 ㅠㅠ

속칭 X버를 하겠다고 선언했으면서도, 제 멘탈은 유리와도 같았죠.
조금 오르니까 냉큼 좋다고 팔아버렸는데, 다음날 더욱 폭등한 것을 보면서 참 기가 막혔죠.
비트코인, 비트코인 캐시, 이더리움, 이더리움 클래식....심지어 리또속이라고 불렸던 리플 마저도요!
그렇게 분노의 단타질을 해서 원금 100만원 대비, 자산 130만원을 만들었습니다.
사실 100만원에서 무려 30% 이익을 거둔 것인데도, 마음이 너무나 불편했지요.
"아오 씨X, 그냥 X버 했으면 30%가 아니라 300% 이익도 가능했는데, 이 멍청한 놈! ㅠㅠ" 이러면서 말이죠.

여기서 그냥 그만둘까 생각도 했지만, 제 마음이 너무나 억울했나 봅니다.
그래서 무슨 깡이었는지는 몰라도 리플이 900원일 때, 130만원을 거기에 몰빵했습니다. 이유는 아래와 같았습니다.
"리플은 이제 더 이상 폭등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도 그냥 은행 예금보다는 나을 것이다. 그러니 X버를 하다 보면, 소소한 이득은 볼 수 있을 것이다.
오히려 너무 폭등하지도, 너무 폭락하지도 않는 코인이니까 내 유리 멘탈로도 충분히 X버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참 그럴듯한 생각이었죠. 그런데 다음 날부터 이 생각은 보기 좋게 박살났습니다.

자고 일어났더니, 리플이 무려 1200~1300원을 찍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130만원을 투자했던 재 자산은 170~180만원을 왔다갔다 하고 있었습니다.
여기서 저는 결심을 합니다.
"됐다. 나도 이 정도면 다른 사람들이 대박 친 것처럼, 충분히 대박을 쳤다. 이제는 코인판을 "사실상" 떠나자."
코인에 투자했던 원금 100만원을 미련 없이 매도했습니다. 정확히는 원금을 인출할 때, 수수료가 얼마 나올지 몰라서 103만원을 인출했죠.
참 속이 시원했습니다. 이제 드디어 이 판의 노예 생활을 청산하는구나.

그리고 다시 계산을 해봅니다.
"투자금 130만원 중에서 원금 103만원이 빠졌으니, 결과적으로 27만원을 가지고 리플에 투자한 셈이군. 그럼 손익분기점이 어디냐...중얼중얼..."
그래서 현 상황은 리플 시세가 460원일 때, 27만원을 매수한 것과 똑같은 상황이라는 결론을 얻게 됩니다.
굳이 이렇게까지 한 이유는 첫째, 원효대사 해골물과 같은 이치였습니다.
"130만원으로 180만원을 벌었다 VS (원금 103만원을 제하고 계산하면) 27만원으로 3배 먹었다." 저는 전자보다 후자 쪽이 더 기분이 좋더군요.
둘째, 속칭 X버가 가능한 멘탈을 얻기 위해서였습니다.
"원금도 인출한 마당에, 내일 당장 코인판이 없어진다 해도, 지금 남아있는 돈은 원래부터 나랑 전혀 상관이 없는 그저 가상의 돈이다.
행여라도 나중에 초대박이 나면 더욱 좋고, 설령 망해도 애초에 코인 투자를 하지 않은 것과 동일한 상황이니 누구를 원망할 이유도 없다."

그 뒤로는 정말 코인판과 멀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아침과 저녁에 시세를 보기는 하지만, 예전과 비교하면 거의 무관심 수준이었죠.
정부에서 규제 대책을 발표하여 코인들이 폭락했음에도, 일명 "페닉 셀", "한강 가즈아~"는 그저 남의 이야기였습니다.
그리고 어제 리플이 2000이 넘을 때, 나름 역사적인 순간이라고 스샷을 찍었죠. 하지만, 오늘은 3000을 넘고 있고요 -_-;;
3000이 넘을 때, 살짝 후회(?)도 해 보았습니다.
"그냥 원금 회수하지 않았으면 지금 400만원인데... 또는 100만원만 투자할게 아니라 영혼까지 끌어 모아서 투자를 할 걸 그랬나..."
그런데 이게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행여 그렇게 했다 한들, 이렇게 여유롭게 글을 쓰고 있을까요?
그동안의 경험을 돌이켜 보니, 딱 정확하게 이 그림이 그려집니다. "이제는 정말 오를만큼 올랐어. 팔아야 해 ㅠㅠ 매도 버튼 부들부들..."

3000에서 흔히 말하는 가즈아~~~를 외치며 더 오를지, 일명 "하이먼-민스키" 이론에 따라 폭락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다만, 확실한 것은 폭등하든, 폭락하든 이제는 그런거에 개의치 않습니다. 이런 마음을 먹기까지, 너무도 많은 고통이 있었군요.
확실히 주변에서 저에게 질문이 많이 옵니다, "코인 하면 정말 돈 버냐? 지금이라도 뛰어들어야 하냐?"
그러면 저는 제가 겪었던 모든 상황들을 5분 분량으로 요약해서 이야기 해주죠. 그랬더니 대부분의 사람들이 안하겠다고 말하더군요.
저 또한 원금 회수 및 코인판에 신경을 끄기 시작한 뒤에는 단, 1원도 추가 매수를 하지 않았습니다. 그냥 지금의 삶이 제일 좋습니다.
2018년에는 다들 행복하시기를 바랍니다. 특히 코인에 많은 돈을 넣으신 분들은 부디 고점에서 물리지 마시고, 성투하시기를 바랍니다.
저도 마음 한구석에는 상장 폐지나 거래소 폐지로 "완전히" 코인판을 떠나는게 아니라, 대박이 나서 "완전히" 떠나는 날이 오기를 꿈꿔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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