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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18/01/03 16:09:12 |
Name | tannenbaum |
Subject | 사투리 |
옆동네에 경상도 남성은 왜 사투리를 고치지 않는가 주제로 핫하네요. 뭐... 그 이야기를 하자는 건 아니구요. 전라도 사람은 사투리 금방 고칩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을테지요. 요즘세상에 단어는 다 표준어를 쓰고 있고 억양에서 지역별 차이를 보이는데 타지방보다 경상도가 진폭이 커서 더 고치기 어려운게 아닐까... 싶기는 합니다. 글고 무담시 고쳐라 고쳐라 해쌌는지 몰것어요. 걍 쓰믄되제. 안그요? 여튼간에 20세기에는 전라도를 떠나 타지방에 취업하는 호남 사람들은 표준어를 쓰도록 강제 받았던 건 사실입니다. 박정희와 전두환이 만들어 놓은 전라도 빨갱이론과 뒤통수론 때문에요. 몇몇 대기업에서 호남출신 안 뽑는 건 널리 알려진 사실이고 일반 시민들도 호남 사람들에 대한 교육된 편견이 남아 있던 시절.... 호남사람들은 누구보다 빨리 고향을 세탁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99년 취업을 했을 때 제 입사동기 중 호남 사람은 저 한명이었습니다. 수도권과 경상도 출신이 80프로 정도 충청강원제주도가 20프로 정도.... 더 재미 있는 건 제가 4년만에 입사한 전라도 출신이었던거지요. 아이러니하게도 그 회사는 전남 여천에 핵심공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사무실이던 회식자리던 경상도 사투리가 가득했지만 전 서울말을 썼습니다. 제가 광주 출신인거 다 알지만 전라도 사투리를 쓰면 안될 것 같은 압박감이 장난 아니었거든요. 신입 초기에 있던 일입니다. 회식자리에서 저도 모르게 광주 사투리가 잠깐 나왔습니다. 그러자 3년차 선배였던 대구놈이 그러더군요. [빨갱이 티내냐?] 그러자 그자리의 사람들이 박장대소를 하며 웃더군요. 광주 사투리 더 해보라면서 말이죠. 취기가 올라왔던 저는 말씀이 너무 심한거 아니냐 항의를 했지요. 그러자 그 대구놈은 농담인데 왜 그리 민감하게 반응하냐며 비웃더군요. [저동네 사람들은 피해의식이 너무 심해. 좀 버릴 줄도 알아야지] 유창한 대구사투리로 그리 말하는데 면상에 찌개냄비를 던져버리고 싶더군요. 더 참담했던 건 같이 있던 다른 경상도, 서울, 충정도 사람들이었습니다. 누구하나 그 선배에게 지적은 커녕 같이 웃고 있던..... 친하게 지내던 서울출신 제 동기조차도 그냥 대리님 장난이니까 민감하게 받아들이지 말라했으니 말 다했죠. 긍까... 전라도 사람들이 쉽게 사투리 쿠세를 고쳤던 이유 중 하나는 출신 하나만으로 받던 차별과 멸시도 있다는거지요. 물론 20세기에요. 타지역 사람들이 전라도 사람은 고향말 빨리 고치는 걸 보고 박쥐 같다고 욕하기도 하는데 그 시절엔 생존전략 중 필수였기 때문이었다 말하고 싶네요.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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