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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18/01/23 14:51:05 |
Name | 무더니 |
Subject | 끄적임 |
무언갈 써야했다. 이유는 딱히 없었다. 그냥 써야만 했다. 그럴듯한 핑계 몇 가지를 갖다 붙일 수야 있겠지만 그건 써지지 않는 글만큼이나 무의미함을 나는 알고 있었다. 사실은 그랬다. 가끔씩 이럴 때가 있었다. 문학적 감수성과는 거리가 참 멀지만, 누군가 가끔씩 다가와 짐덩어리를 툭 던져 놓고 가면 그걸 치우지 않고는 못배기는 것이다. 그렇게 태어난 놈들은 당연히 치워지고 나면 어디엔가 푹 묻혀있게 된다. 그걸 누가 읽을 일은 없을 것이다. 나는 그걸 글쓰기라고 부르지 않았다. 끄적임. 의미없음의 향연. 종이의 낭비. 배출. 몸을 깎아 낳아낸 것이 비료만도 못한 것임을 알면 연필은 참 마음이 아프겠지만 어쩔 수 없다. 머리 속 가득찬 띠를 하나씩 풀어내기엔 그에 들어가는 품이 너무나도 아깝기 때문이다. 당연히 풀어나감과 동시에 마무리되는 일엔 고침이 없고, 그냥 태어난 그대로 살게 된다. 일어나자마자 걸어다닐 수 있는 송아지마냥 그게 걸어가는 데는 보행기 같은건 있을리 없다. 웃기게도 그게 생겨 먹은 건 사람들이 소위 말하는 시라는 녀석과 닮기 일 수 였다. 그 짧고도 짧은 형태로 치워질 수 있는 짐이란 건 다시 말해 무게가 얼마 되지 않는 녀석이라는 이야기다. 그거하나 견디지 못해 이런 시간 낭비를 하느냐 물으면 울고 마는 수밖에. 한 달에 한 권 읽는 것도 벅찬 독서량을 가진 자가 가진 깊이란 얇디 얇았고, 깊게 생각하면 할수록 수렁에 빠진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설정따윈 있을리 없다. 일필휘지라는 건 그 단단함이 가진 무게가 느껴질 때 존재함으로 얇기만한 것에겐 어울리지 않았다. 당연히 태어난 것들이 가진 생김새란 공장에서 찍어낸 공산품마냥 닮아 있었다. 그 똑같은 것들 것을 찍어내는 것만으로도 그날의 삯은 충분히 했으리라 답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달라질 이유는 요만큼도 없었고, 몇 달에 한 번씩 깎아낸 인형들은 어차피 다시 볼 일도 없다. 그걸 누군가에게 보여주지 않는다면. 그리고 오늘 그대에게 처음으로 이걸 보여주면서 하는 말은 다음과 같다. 안녕 Ps. 글을 쓴 이유 1) 업적을 달성한다. 2) 업적 달성의 비중을 높인다. 3) 업적의 빈칸을 하나 채운다. 4) 일하기 싫다. 5) 나는 태생이 월도다. 6) 월도하기 좋은 회사에 다닌다. 7) 그렇다 이건 자랑이다 8) 부러워하지 않아도 된다. 돈은 그만큼 조금 주니까. 9) 사실 누가 부러워하지도 않을 거 같긴하다. 10) 할 일을 방금 마쳤다. 11) 고로 심심하다. 12) 본문보다 PS가 긴 거 같은 건 느낌만이 아니다. 13) 지원서제출용. 14) 글을 써야한다 / 글을 쓴다 / 주제는 뭐로? / 글을 써야 하니까 글쓰기가 주제. 글쓰기가 주제이기 위한 단순한 의식 흐름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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