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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18/02/10 13:12:52 |
Name | 저퀴 |
Subject | 클로버필드 패러독스를 보고 |
이 글에는 클로버필드, 클로버필드 10번지, 클로버필드 패러독스에 대한 스포일러가 존재합니다. 클로버필드 패러독스는 10년 전에 나왔던 괴수 영화 클로버필드와 최근 나온 외전 격의 클로버필드 10번지를 이어서 나온 클로버필드 시리즈의 영화입니다. 클로버필드는 파운드 푸티지 장르와 재난, 괴수, 호러를 섞어서 꽤 참신한 결과물을 내놓은 영화였고, 클로버필드 10번지는 이게 왜 클로버필드일까 싶은 의문은 들어도 협소한 공간을 가지고 재미난 스릴러 영화를 만들어냈습니다. 그리고 클로버필드 패러독스에 이르러선 슬슬 클로버필드 시리즈의 의문점을 조금이라도 해소시켜줄 수 있는 실마리 역할은 할 줄 알았는데 보고 난 후의 소감은 '도대체 이걸 어떻게 이어나가려는지 상상조차 안 된다.' 싶었습니다. 영화의 소재만 놓고 보면 꽤 거창합니다. 인류의 위기부터 평행 우주까지 끌어들인 SF 영화거든요. 그런데 별로 안 중요합니다. 이런 소재들은 영화 내에서 난잡하게 쓰였을 뿐, 클로버필드 시리즈의 떡밥을 시원하게 해소시켜주는 커녕, 모순만 남긴 채로 사라졌습니다. 더군다나 이 영화는 이벤트 호라이즌이나 마션처럼 우주권의 폐쇄적인 공간에서 진행되는 생존극인데 그게 별로 재미가 없고 진부해요. 고어와 공포를 강조한 이벤트 호라이즌처럼 개성이라도 있으면 매력적이었다라고 말할텐데 그것도 아닙니다. 심지어 영화 중반에 이르는 정체가 뭔지 설명할 수 없는 초자연적 현상까지 곁들이면서 영화가 산으로 갑니다. 만일 엘리자베스 데비키가 맡았던 캐릭터마저 없었으면 100분짜리 떡밥 투척극으로 설명하기 딱 좋은 영화였습니다. 그녀의 연기 때문에 평행 우주란 소재가 그나마 설득력을 가졌어요. 그 외에는 유명한 배우들을 데려다가 뭐하는거야 싶었습니다. 거기다가 영화의 상당 부분을 우주로 보낸 아내를 기다리는 남편의 시점까지 포함하고 있어서 더욱 지루합니다. 이게 별로 중요한 것도 아니고, 통째로 편집해버렸어도 전혀 지장이 없어요. 오로지 결말에 기다리는 새로운 떡밥을 위한 장작일 뿐이에요. 그런데 결말까지 보고 나도 '그래서?'란 생각이 절로 듭니다. 여주인공이 강조하는 가족애는 그 자체로 의미가 없고, 결국 평행 우주가 가져다 주는 갈등을 강조하기 위한 소재에 불과합니다. 결말에 이르면 클로버필드와의 연관성을 거추장스럽고 촌스럽게 표현하는데 오히려 두 영화 간의 모순만 떠올라서 형편 없었습니다. 나온지 10년이 되는 클로버필드와 2018년 시점에서 더 미래를 다루는 두 영화를 하나로 묶이기에는 무리수가 너무 심합니다. 마치 어렸을 적에 본 환상특급의 여러 에피소드를 무작정 하나로 묶은 듯한 느낌이에요. 결과적으로는 하나의 독립된 SF 영화로 봐주기에는 너무 부족한데, 떡밥 투척용으로 위안 삼기에도 호기심을 끄는 데에 실패했습니다. 하다 못해 과연 저건 무슨 의미일까? 정체가 뭘까? 고민하도록 유도했으면 생명력을 가졌을텐데 깔끔하게 잊게 만들어버립니다.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클로버필드 10번지가 영화로서의 완성도가 낮았다면 딱 이런 느낌이었겠다 싶더군요. 고어 싫어하는 제가 보기에도 이벤트 호라이즌이 훨씬 재밌습니다!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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