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te | 18/02/16 00:38:42 | ||
Name | moneyghost | ||
Subject | 백신과 antibody dependent enhancement | ||
권고사항: 이 글은 ‘이러한 신기한 경우가 있다’를 소개하는 글이지 절대 ‘이러이러해서 백신을 맞지 말라’ 권고하는 글이 아닙니다.’ 백신 맞지 않기 운동 (혹은 안아키)에 끼워 맞춰지지 않길 바랍니다. 연휴를 기념하여 쓸 글이 뭐가 있을까 생각하다 관심있게 본 주제 중 하나에 대해 소개해보고자 긴 글을 씁니다. 요약: 뎅기열 바이라스 1차 감염 경험이 있는 환자 혹은 뎅기열 바이러스 백신을 맞은 사람에게 2차 뎅기열 바이러스 감염이 생긴 경우, 이전 감염력이 없는 사람보다 더 심한 병징이 나타날 수 있다. 한 줄 요약: :백신 접종이 바이러스 감염을 더 심화 시키는 경우가 있다. ---------------------- 백신: 우리가 일년에 혹은 일생에 최소 한 번 이상은 예방 접종의 형태로 여러 종류의 백신을 접종 받습니다. 백신이라는 것은 약독화 된 병원체 혹은 항원 (병원체의 일부)을 생체에 주입해서 면역력을 높여주는 물질입니다. 그래서 나중에 진짜 병원체에 감염돼도 강한 면역력으로 극복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것이지요 (치료제가 아닙니다.). 예를 들어 우리가 자주 접종 받는 독감백신의 경우 주요구성물질은 바이러스지만 특정 조건에서만 (예; 세포배양에서만 증식 가능, 낮은 온도에서만 증식 가능) 자랄 수 있도록 하여 우리 인체에서는 증식하지 않도록 만들어진 물질입니다. 하지만 우리 몸의 면역체계는 이 바이러스입자를 인식하고 이를 제거하기 위해 면역반응을 일으킵니다. 이렇게 유도된 면역반응은 (면역계의 기억세포를 매개로) 우리 몸이 기억해서 나중에 진짜 인플루엔자가 들어왔을 때 더욱 신속하고 강력한 면역반응을 유도하여 대처할 수 있게 됩니다.
병원체에 대항해서 일어나는 면역반응 중 하나는 바로 항체 (antibody)를 생산하는 것 입니다. 병원체가 우리 몸에 들어오면 면역계가 해당 병원체 (항원)를 인식하고 병원체에 특이적으로 붙는 항체를 생산합니다. 생산된 항체는 특이적으로 해당 항원에 붙어서 항원-항체 복합체를 형성하고 이를 면역세포가 인식해서 항원을 제거하거나 비활성 시킵니다.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순조로운 그리고 성공적인 백신의 시나리오 중 하나는 바로 이 항체가 신속하게, 그리고 많이 나오는 것입니다. 그래서 1) 백신을 접종 받은 사람에게 들어온 병원체는, 2) 곧 어마어마한 수의 항체에 둘러싸이고, 3) 이를 면역세포들이 인식하고 공격 4) 결국 인체에서 증식하기도 전에 (심각한 병징을 야기하기 전에) 제거/비활성화 와 같은 이야기가 만들어질 원하는 것이지요. 뎅기열 바이러스 (Dengue virus, DENV) 뎅기열 바이러스 (DENV)는 뎅기열이라는 급성 열성 질환을 일으키는 바이러스입니다. 말라리아나 지카바이러스처럼 바이러스에 감염된 모기가 사람을 물어서 전파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동남아시아나 남아메리카 같은 열대지방이 주요 발생지역이며,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 발병된 경우는 없지만 해마다 감염된 환자가 국내에 들어오는 (뎅기열 유입 환자 사례) 경우는 계속 증가할 것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건장한 성인의 경우 약 일주일 정도 잠복기를 거친 후에 발열, 발진, 근육통 같은 증상이 생긴 후에 완화가 되는데요. 심한 경우 혹은 소아의 경우는 뎅기출혈열, 뎅기쇼크증후군 등 중증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이때는 혈장유출, 체액저류, 호흡곤란, 심한 출혈, 장기부전 등의 합병증 때문에 사망에 이를 수도 있습니다. (뎅기열 위험 지역 2013년 WHO, 해당 지역을 갈 때는 모기를 조심하세요.) DENV에 처음 감염되면 열, 두통, 근육통, 발진을 겪을 수 있고, 약 ‘만 번 중 한 번’ 꼴로 중증 뎅기출혈열이나 뎅기쇼크증후군을 겪을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DENV 이차 감염의 경우 이 중증의 발현 가능성이 ‘백 번 중 한 번’ 꼴로 올라가게 됩니다. 위의 백신의 원리에서 보았듯이 우리의 면역체계가 정상적이라면 이차 감염에서는 병징의 정도나 가능성이 약해져야 할 텐데 말입니다. 항체-의존 (감염 or 면역) 증강 (Antibody-dependent enhancement, ADE) 이를 설명하고자 나온 ‘가설’ 중 하나가 항체-의존 증강 (Antibody-dependent enhancement, ADE) 가설입니다 (아직 확정된 이론이 아닙니다.) 이 가설에서는 바이러스 감염 후에 유도되는 항체가 감염을 막지 않고 오히려 촉진한다고 설명합니다. 어떻게? 인플루엔자 A 바이러스가 H1N1, H3N2 같이 여러 아종 (subtype)이 있는 것처럼 DENV도 네가지의 혈청형 (serotype)이 있습니다 (DENV-1~DENV-4). (다섯번 째도 있다고 하지만 아직까지는 네 개만을 고려합니다.) 각 혈청형은 유전체 서열 상 거의 유사합니다만 (~65 % 정도), 약간씩 다른 부분이 있습니다. 비슷하면서도 약간 다른 거지요. ADE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예를 들어 DENV-1에 처음 감염되면 우리 몸이 DENV-1에 대항하여 면역반응이 일어나고 DENV-1에 붙는 항체를 만들어집니다. 만들어진 항체는 면역세포가 DENV-1를 인식하고 방어 하는데 도움을 줍니다. DENV-1에 대한 방어가 끝난 후, DENV가 재감염이 일어나는데 이번에는 다른 혈청형인 DENV-4 입니다. 우리 몸은 이전의 감염을 기억해서 항체를 신속, 대량을 만드는데 이게 DENV-4가 아닌 이전 손님인 DENV-1에 맞는 항체네요. 이렇게 만들어진 항체는 약간 어설프게 (?) DENV-4와 맞는데 이 어설프게 맞는 항체가 문제가 됩니다. 면역세포는 이 항원-항체 복합체를 인식해서 제거하려 하는데, 이 항체가 어설프게 인식하여 DENV-4를 효과적으로 제거하지 못합니다. 오히려 이 면역세포에서 살아남은 DENV-4는 증식하게 되고, 병원체가 증식하니까 우리 몸은 더 강하게 면역반응을 유도하고, 이러한 악순환이 병징을 악화시키는 것이지요. 이는 세포 배양이나 동물실험에서는 많이 보고되는 현상인데 (심지어 DENV-지카바이러스 ADE를 보고한 논문도 있습니다.) 최근에 사람의 혈청에 있는 DENV 항체 양과 병징의 상관성을 보고한 논문이 SCIENCE에 나오면서 해당 가설에 더욱 힘이 실리고 있는 상황 같습니다. 백신이 병을 더 유발한다? DENV 백신 Dengvaxia의 문제점 DENV 백신 중 유일하게 현재 시중에 (제한적으로) 유통되고 있는 것은 Sanofi Pasteur의 Dengvaxia입니다. 나머지는 아직 임상을 끝마치지 못한 상황입니다. 현재 총 11개의 나라에서 Dengvaxia의 판매가 승인된 상태여서 유통되고 있는데. 문제는 이 백신이 ADE 현상으로 병징을 악화시키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지요. 다시 말해 Dengvaxia 접종이 예를 들어 DENV-1 감염과 같은 역할을 해서 이후에 DENV-2 감염 시 병징을 더 악화시키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지요. 실제로 해당 백신을 접종한 경험이 있는 그룹이 이후 DENV 감염 때문에 입원한 경우가 위약 그룹보다 보고 사례 수가 높다는 결과가 있으며 접종력이 있는 환자의 감염 치사율 경향이 이차감염으로 인한 치사율 경향과 비슷하다는 보고가 있었습니다. 제가 확인한 보고에서는 실제 사례 수가 10,000명 당 약 200명 정도이지만 백신이라는 주제에서는 간과할 수 없는 숫자지요. 이 때문에 필리핀에서는 해당 백신을 모두 철회했으며, Sanofi Pasteur에서 해당 백신을 이전 DENV 감염력이 없는 사람에게는 권고하지 않는다고 알렸습니다. 그래서, 백신을 맞으면 안되나? 아니요. 위와 같은 우려 때문에 백신을 맞지 않아야 한다……. 라고 절대 말할 수 없지요. 위에 예시로 든 사례는 주로 면역체계가 제대로 잡히지 않은 어린이에 국한된 경우입니다. 그리고 DENV 감염력이 있는 경우 Dengvaxia 접종이 효과가 있다는 보고는 많이 있습니다. 또한 해당 백신이 문제가 있다고 다른 백신도 마찬가지라는 의미는 아닙니다. 예로 현재 NIH에서 개발중인 또다른 DENV 백신 중 하나인 TV003은 백신 접종 후 100 % 방어 효과를 보여주었다고 보고하고 있습니다. 작용기전을 바꾸면 극복할 수 있는 문제일 뿐이지요. 이러한 미시적인 시각을 넘어서 백신 접종이 질병에 의한 사망률을 급격히 줄였다는 것은 역사가 증명하고 있습니다. 또한 질병의 유행과 만연을 방지할 수 있는 집단 면역에서도 백신은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백신접종을 받으라고 권고 드립니다.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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