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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18/03/15 11:31:56 |
Name | 저퀴 |
Subject | 서던 리치: 소멸의 땅을 보고 |
최대한 스포일러 없이 작성되었습니다. 서던 리치: 소멸의 땅은 동명의 원작 소설 3부작 중에서 1편을 바탕으로 한 영화입니다. 감독은 알렉스 가랜드로 여러 영화의 각본을 썼고, 전작 엑스 마키나를 성공적으로 연출해냈었죠. 만일 제가 원작 소설을 봤다면 더 이야기할 게 많아서 좋았겠지만, 불행하게도 전 원작 소설을 읽어보진 않아서 관련된 이야기는 할만한 게 없네요. 그나마 감독의 전작인 엑스 마키나는 봤으니 그것과 비교해서 이번 작품과 비교하자면 보는 이로 하여금 묘한 혐오감을 이끌어내는 데에 재주가 있는 감독님 같습니다. 영화 내내 돌연변이를 일으킨 동식물은 신기하기보다는 이 세상에 없는 존재였으면 할 정도로 징그럽게 느껴집니다. 그 중에선 알록달록한 식물조차 그런 감정을 이끌어내니까요. 배우로는 사실상 나탈리 포트먼 혼자서 이끄는 영화라 할 수 있습니다. 오스카 아이작이 맡은 배역도 비중이 없진 않지만, 나머지 캐릭터와 마찬가지로 조연에 불과하고, 꽤나 복잡한 이 영화를 이끌어나가야 하는 건 나탈리 포트먼 뿐입니다. 영화의 시작은 여주인공이 남편의 상실로 겪은 개인사에 출발해서 남편의 귀환으로 시작되는 미스테리, 그리고 본격적으로는 쉬머라고 부르는 미지의 영역을 탐사하면서 벌어지는 SF 스릴러 영화라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초반부가 단순히 내용 전개를 위한 발판으로 쓰이고 마는 것이 아니라, 영화 내내 밀접한 관계를 가집니다. 그래서 이 영화는 단순하게 돌연변이 괴물이 중요한 SF 영화가 아니라, 좀 더 복잡한 해석도 내놓을 수 있는 영화라 할 수 있어요. 등장 인물만 봐도 그렇습니다. 탐사대는 모두 각 분야의 학자며, 여성입니다. 모두 여성인 것은 깊은 의미를 가집니다. 작중 모두가 상처 받은 것 있다는 대사만 봐도 알 수 있죠. 이러한 설정은 영화 후반부에 꽤 중요하게 적용됩니다. 전 처음에 왜 영화 제목이 소멸의 땅(원제는 Annihilation)일까 생각해봤습니다. 무언가가 변한다는 것은 원래의 것이 사라진다는 걸 뜻할 수도 있죠. 이건 어찌 보면 소멸되는 겁니다. 제목부터 이러하니 결말에 이르면 아주 약간 애매모하게 끝이 났지만(이게 후속작을 고려한 건진 모르겠습니다.) 메세지가 두리뭉실한 건 아니더군요. 저에겐 꽤 괜찮은 영화였습니다. 넷플릭스가 유독 SF 장르 영화를 많이 내놔서 자주 보게 되는 편인데, 요즘 내놓은 영화 대부분 엄청나게 실망했었거든요. 대표적으로 클로버필드 패러독스가 그랬고, 던칸 존스 감독의 뮤트도 그랬고요. 그에 비하면야 훨씬 나은 영화라고 봅니다.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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