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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18/05/25 22:57:03 |
Name | 저퀴 |
Subject |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 리뷰 |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을 플레이해봤습니다. 아주 빨라도 8시간 이상의 분량, 분기에 따라서 10시간 이상을 요구하는데다가 전혀 다른 멀티 엔딩까지 보유한 게임인데 전 그 중 한 분기만 맛봤습니다. 그리고 PS4 PRO가 아니더라도 플레이하는 데에 전혀 지장이 없더군요. 원래 디트로이트는 게임이 아니라 짧은 테크 데모 영상이었는데요. 그게 화제가 되서 아예 게임으로 확장하기로 결정되어서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으로 탄생했습니다. 개발사는 퀀틱 드림으로 헤비 레인 같은 인터렉티브 무비 장르로 유명한 곳이죠. 게임은 안드로이드 3인이 각각 시선으로 진행됩니다. 서로 크게 간섭하지도 않다가도 결말에 이르면 하나의 결말로 이어지는 구성을 지녔습니다. 자신의 정체성을 탐구하는 마커스, 모성애를 깨우친 카라, 게임 내 사건을 수사하면서 혼란을 느끼는 코너는 같은 소재를 다른 식으로 풀어냅니다. 그리고 이런 내용을 뒷받침해주는 환상적인 비쥬얼은 가장 큰 장점입니다. 디트로이트처럼 과장하지 않고 화려하면서도 진지한 디스토피아를 창조해낸 작품은 흔치 않습니다. 매우 세련되서 비슷한 소재를 다룬 데이어스 엑스나 신디케이트가 촌스럽게 느껴질 정도로요. 특히 이러한 세계관을 플레이어가 잘 받아들일 수 있도록 짜여진 점도 호평할 수 있어요. 뉴스로 무미건조하게 설명하는 실업률 37%가 가장 무시무시하죠. 또한 인터렉티브 무비를 전문적으로 만든 개발사답게 이 장르를 어떻게 채워 나가야 하는지 잘 알고 있어요. 지나친 다작으로 점점 완성도가 떨어지는 텔테일 게임즈의 최근작이 하나의 밈이 될 정도로 플레이어의 선택을 존중하지 못하는 게임을 만들 때가 많았는데, 거기에 비해 디트로이트는 매우 촘촘하게 짜여진 선택지가 엔딩까지 어느 정도는 영향을 주며, 그게 플레이어의 눈에도 잘 보입니다. 특히 챕터가 끝날 때마다 제공되는 챕터 내 분기에 대한 차트와 전세계 통계 분석을 통해 내가 경험해보지 않은 요소를 다시 플레이해봐서 충족하고 싶은 욕구를 마련하도록 만듭니다. 인터렉티브 무비로 모범적인 완성도를 지녔습니다. 그러나 반대로 또다른 모범은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기계가 인간처럼 행동한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는 많이 고민해본 주제입니다. 작년에 영화 블레이드 러너 2049가 매력적으로 풀어냈었고, 그 원작이라 할 수 있는 소설은 무려 50년 전에 나왔습니다. 50년동안 비슷한 주제의 수많은 작품이 쏟아졌죠. 더군다나 그게 불과 몇년전만 해도 허황된 상상이었지만, 2018년 시점에서 심각하게 고민해봐도 괜찮을 주제이기까지 하죠. 그런데 디트로이트는 이런 주제에서 비켜가고자 합니다. 아예 진지하게 다루지도 않아요. 안드로이드의 인간성에 대한 논의는 그리 강조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중반부 이후로 더 중요한 건 미국에서 벌어진 아파르트헤이트일 뿐이에요. 관점에 따라, 또 게임 속 분기에 따라서 굉장히 편협하게 느껴질 수 있어요. 또 이런 감상을 부추기게 만드는 게 또 하나 있는데, 등장하는 사람들, 특히 조연은 게임 속 안드로이드처럼 단순한 장치로 쓰이다가 사라집니다. 왜 그리 생각하고 행동하는가에 대해 유추할 수 없거나, 게임에 방해가 되지 않을 정도로만 표현될 뿐이에요. 그래서인지 전 엔딩을 보고 나서 주인공 일행 말고는 기억나는 조연 캐릭터가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특히 인터렉티브 무비에선 등장 인물 간의 심리와 관계가 직접적으로 강조될 때가 많고 디트로이트가 그렇거든요. 정말 극단적으로 분기를 선택한다면 게임은 블레이드 러너가 아니라 스크리머스가 떠오르게 만들어요. 주인공의 행동을 직접 선택했는데도 공감하기 어렵고, 촘촘하게 짜여진 선택지는 분명 장점이지만, 또다른 관점에선 주인공이 모순적으로 행동할 수밖에 없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는 이가 타인의 권리를 무시한다면 어떻게 인정 받을 수 있겠습니까? 그 다음으로는 스포일러가 되는데, 후크송처럼 반복되는 복선으로 놀래키려는 반전이 완성도를 해칩니다. 너무 직설적이라서 설마 그럴까 싶은데, 절 바라보더니 응 맞아라고 친절하게 대답해더군요. 많이 실망해서 스포일러라고 쳐도 지적 안 할 수가 없습니다. 이 게임의 시작이었던 테크 데모까지 무려 5년이 걸렸는데 고작 이걸 생각해냈나 시니컬하게 묻고 싶어져요. 몇몇 챕터는 유독 지루하고, 그걸 만회하기 위해서 유독 QTE가 강조됩니다. 당연히 가장 재미없는 부분이에요. 챕터를 끝내고 보면 선택지조차 없는 구간에서까지 뭐하러 선택을 강요하나 싶어요. 이런 챕터가 잘려나갔으면 오히려 더 좋았을거에요. 또한 소소하게 지적할만한 점은 종종 시점 전환이 엉망이 될 때가 많아요. 액션 게임이 아니라서 큰 문제는 아니지만, 정말 간혹 게임의 템포를 끊을 때도 있어서 아쉽습니다.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은 잘 만든 인터렉티브 무비입니다. 비록 제가 기대한 것과 좀 달라서 실망했지만, 장르에 매우 충실한 게 가장 매력적인 작품입니다. 대신 난 정말 철학적인 고뇌가 담긴 게임을 원했다면 디트로이트는 좋은 선택지는 아닐거라고 봐요. 그리고 전 멀티 엔딩을 모두 보고 이야기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일부분은 다른 분이 플레이한 것과 전혀 다를 수도 있어요.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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