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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18/07/18 22:08:42 |
Name | 감자 |
Subject | 한강에서 자전거를 타다가 |
얼마 전 주말에 자전거를 타고 한강을 유유자적 다니고 있었어요. 제 앞으로 저보다 더 유유자적 자전거를 타면서 강바람을 즐기는 모자가 있더군요. 꼬마 아이는 파란색 새 자전거에 헬멧까지 갖춰 쓰고 있었고, 엄마는 가벼운 일상복 차림에 따릉이를 타고 있었어요. 그들은 그냥 그렇게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 중 한두 명이 될 뻔 했는데...요. 그렇게 운동 겸 마실 겸 자전거를 좀 타다가 얼마 후에 한강 공원 바깥쪽으로 빠지려고 나들목을 지나서 잠원동쪽으로 나갔는데, 그 부근의 따릉이 스테이션에 따릉이가 엄청 많이 세워져 있더라구요. 거치대가 부족했는지 막 겹쳐서 세워져 있고... 아마도 저녁 즈음이라 한강 공원에서 자전거를 탔던 사람들이 반납을 한 게 아니었을까 싶었어요. 근처에 횡단보도도 있고 해서 길이 매우 복잡한 상황이었는데, 바로 그 때 자전거를 끌고 지나가던 어떤 꼬마 아이가 뒤엉켜 있던 한무리의 따릉이를 잘못 치는 바람에 따릉이들이 도미노처럼 우루루 쓰러지면서 횡단보도 대기 중이던 제 다리를 강타하게 되었어요. 심하게 다친건 아니었고 (반바지 차림이라… 긁혀서 좀 아프긴 했지만), 쓰러진 따릉이들이 막 윙윙 거리면서 사이렌 소리 같은걸 내길래 일단 따릉이들을 좀 일으켜 세워야 할 것 같아서 낑낑거리고 있었는데… 뒤따라 오던 아이의 엄마가 그걸 보곤 괜찮으시냐고, 너무 죄송하다면서 엄청 정중하게 사과를 하더라구요. 그러고 보니 그들은 아까 한강에서 봤던 그 유유자적 모자였어요. 제가 괜찮다고 하니까, 그 다음에서야 그 꼬마(본인 아들)가 괜찮은지를 확인하더군요. “OO 이도 괜찮니?” 하면서요. 그리곤 같이 힘을 모아(?) 쓰러진 따릉이들을 일으켜 세우고, 가던 길을 가려고 하는데 다시 한번 더 사과를 정중하게 하시더라구요. 특정 지역 이야기를 하긴 좀 그렇지만 서초 반포 주민들이 대체적으로 점잖고 매너가 좋은 것을 몇 번 경험하기는 했었는데, 요즘 소설인지 뭔지 인터넷에서 흔히 보는 ‘사과는 커녕 적반하장으로 나오는 경우’가 많은 세상에서 그런 정중한 사과와, 그리고 본인 아들을 먼저 챙기는 게 아닌 피해자(?)의 상태를 먼저 살피는 모습이 좀 신선했습니다.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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