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틴어 수업을 대충 듣고 나니 그 전까지 영어에 대해 의아했던 부분이 몇 개 정도 풀리더라구요.
라틴어는 비교적 어순에 대해 관대한데, 대신 각 단어별로 격변화를 모두 외워야합니다. 장미를 예로 들면 rosa rosae rosae rosam rosa rosa.... 이건 단수만 말씀드린거고 복수는 또 따로 있어요. 돌아버릴 것 같죠 ㅎㅎ Rose 하나로 모든 격을 표현하는 영어는 칭찬받아 마땅합미다. 본문의 어순 원칙만 이해하면 돼요.
ㅋㅋ 재밌네요. 그래서 저는 초등이나 기초가 부족한 중학생이 들어오면 테스트로 water drink the teacher를 해석해보라고 합니다. 자신 있게 선생님이 물을 마신다고 하면 1레벨부터 시작, 어리둥절해하거나 킥킥거리면 1단계 통과. 1단계 통과자에 한해서 'ㅋㅋ 선생님이 농담한 거였어. The teacher drink water라고 해야 맞는 문장이지?'라고 다시 물어서 고개를 끄덕이면 fail.
저는 영어를 초등학교 정규과목으로 배우지 않은 마지막 세대인데, 중학교에 첨 영어를 배우더라도 이런 걸 학교에서 좀 가르쳐 줬으면 지금 제가 이토록 영어 때문에 고통받지 않았을려나요... 아예 쓸 일도 없는 영어 때문에 서류조차 제대로 넣기 힘드니 참 빡칩니다. 기본적으로 제가 공부를 소홀히 한 거니 일차적으로 저의 책임이겠지만...
동사를 중심으로 객체와 주체를 구분하는 영어의 특징은 결국 아무도 안 가르쳐 줘서 나중에야 스스로 터득하긴 했습니다. 영어의 이런 기초적인 특징을 학교에서 제대로 가르쳐 줬어도 영어에 투자한 그 많은 시간들을 좀 더 효율적이고 가치있게 쓸 수 있었을 테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