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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8/08/17 02:18:17수정됨
Name   저퀴
Subject   팬텀 독트린 리뷰



이번에 해본 게임은 크리에이티브포지 게임즈에서 출시한 턴제 전략 게임 '팬텀 독트린'입니다. 이런 유형의 게임은 공통적으로 세력을 운영하고 병력을 모집해서 적과 싸워 이기는 형식으로 짜여져 있죠. 팬텀 독트린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중요한 건 팬텀 독트린의 개성은 게임이 택한 소재에 있습니다. 이 장르에서 가장 유명하고 많은 영향력을 끼친 게임이 클래식과 리부트를 포함한 엑스컴인 탓에 아류작 상당수가 똑같이 외계인의 침공을 다룬 SF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팬텀 독트린은 80년대 냉전에 기반한 첩보 조직과 스파이가 주제라서 배경부터 신선해요. 그리고 중요한 건 이 소재를 단순히 미술적으로만 써먹고 낭비하는 게 아니라, 게임 전반에 걸쳐서 적용했기 때문에 더욱 인상적입니다.

그 부분부터 설명하자면 게임의 시작부터 장점이 보입니다. 시작하자마자 서방 진영의 CIA, 공산 진영의 KGB를 선택해서 시작합니다.(이 둘은 초반 스테이지 구성과 목표부터 달라요.) 거기다가 2회차 플레이부터 잠겨 있던 제3의 조직까지 택할 수 있어요. 이게 큰 변화까진 아니더라도 단순히 똑같은 플레이를 또 해야 하는 게임과 비교하면 분명하게 장점입니다.

더해서 팬텀 독트린은 첩보원이란 소재를 잘 살렸습니다. 최소한 무의미하게 적용한 것이 아니에요. 예를 들어 엑스컴에서 주목도를 끌면 계속해서 도망가야 하는 것처럼 여기선 적대 조직에게서 계속 노출되면 본부가 위험에 처해서 본부를 다른 도시로 옮겨야 하죠. 이 게임만의 새로운 시스템이라 할 수 없지만, 배경에 잘 어울리도록 짜여져 있습니다.

물론 팬텀 독트린에서만 볼 수 있는 요소도 존재합니다. 보통의 턴제 전략 게임은 전면전, 엑스컴 2 정도가 잠입이 부가적으로 들어가거나 우선시될 수 있는 정도라면 팬텀 독트린은 장르명을 턴제 잠입 게임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다릅니다. 사실 이게 장점인 것만은 아니긴 하지만요.

매 임무는 단순한 전투가 아니라 효율적인 작전을 요구합니다. 감시망을 피해서 전력을 끊어 감시 카메라를 끄거나, 미리 배치해둔 조직원이 망원경으로 주변을 탐색해준다거나, 목표를 완수하면 도주 루트까지 최적화해야 하는 식의 플레이가 대표적입니다. 앞서서 엑스컴에 비유하긴 했지만, 턴제라는 차이점을 빼면 이 게임은 코만도스에 더 가깝습니다.

그래서 사람에 따라선 호불호가 갈릴 수 있어요. 잠입을 강조하다 보니, 전투가 우선 순위로 밀리는 걸 떠나서 재미가 없습니다. 지형에 따라서 위치를 잡고 적을 섬멸하는 재미를 느끼기 어려워요. 맵이 좁고 적은 계속해서 쏟아지며, 적의 사거리가 길어서 고 난이도일수록 2~3번만 공격당해도 아군이 쓰러질 정도에요.(심지어 엄폐 유무에 따라서 확률이 아니라 피해 경감만 있는 게임이라서 많은 적이 한꺼번에 공격하다 보면 그걸 만회할 방법이 거의 없습니다.) 무엇보다 막상 영화 007에 나올 것 같은 첩보 장비가 나온다거나 하는 게 아니라, 전투를 회피해야 하는 게임이 수류탄, 섬광탄 같은 장비만 나와요.

거기에 이 장르의 핵심 요소인 기지 운영과 요원 육성도 그리 재밌진 않습니다. 철저하게 역할 분담으로 짜여진 엑스컴과 달리 팬텀 독트린은 약간의 차이가 있을 뿐이에요. 기지 운영도 제가 시대적 배경을 잘 살렸다고 말했지만, 반대로 말하면 겉만 다를 뿐이지, 이미 나온 게임에서 본 것 같은 시스템이 대부분입니다.

그나마 정보를 수집하고 모아서 적대 조직에 대해서 알아내는 요소가 조금 다를 뿐인데, 이건 분위기를 내는 목적이지 플레이어의 추리가 들어가는 게 아니라 단순한 퍼즐에 불과해서 큰 매력은 없어요.

이러니 결과적으로 팬텀 독트린은 시대적 소재가 흥미롭긴 한데, 막상 게임은 꼼꼼하게 살피고 움직여서 목표를 완수하는 잠입 게임으로만 강조되어 있습니다. 그렇다고 다른 요소가 아예 없는 것도 아닌데 문제는 재미가 없고 기피하게 되요. 제 생각에는 팬텀 독트린은 예전에 코만도스를 재미있게 즐겼다거나 첩보 영화의 팬이라거나, 턴마다 요원 1명의 행동조차 몇분씩 고민해서 플레이하길 좋아하는 분에게는 매력이 있습니다. 그런데 색다른 엑스컴 아류작 정도를 기대했으면 실망할 가능성이 높을 것 같습니다.

여담으로 다소 로딩이 긴 점을 빼면 기술적 문제는 거의 없긴 한데, 패치가 필요한 버그가 종종 보입니다. 턴이 안 넘어가거나 AI가 게임 룰을 무시한다거나 하는 버그가 있어요. 또 한국어가 지원되지 않으면서 텍스트가 많은 게임입니다만, 게임 시스템을 숙지하는 것 외에는 게임 진행이 어려울 정도의 문제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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