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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18/09/10 02:05:55수정됨 |
Name | 알료사 |
File #1 | 황시목.jpg (35.2 KB), Download : 10 |
Subject | 비밀의숲 |
라이프에 실망한 시청자들이 하도 비밀의숲 타령을 해대서 도대체 뭔가 싶어서 넷플릭스로 보고야 말았습니다. 밑으로 [스포]있습니다. 이걸 제가 처음보는게 아니었더라구요. 예전에 한번 옆동네에서 호평이 자자하길래 1화를 한 20분 보다가 그만뒀던.. 그러고 나서 새까맣게 잊어버렸던.. 흠. 왜그랬을까. 라이프와 겹치는 배우들이 많아서 자꾸 라이프 캐릭터가 생각나서 웃겼어요 ㅋ 어 얘가 여기서 나오네 하고 ㅋㅋ 마지막화까지 다 본 감상은 아니.. 무슨.. 아니 어떡해 이런걸.. 이런걸 다 만들었지.. 뭐 이런걸 만들었냐구.. 입니다. 좋은 의미로요. 솔직히 전체적으로는 제 취향에 영 안맞는 드라마였어요. 끊임없이 의문을 유발시키고 스쳐 지나가는 장면들을 꼼꼼히 챙겨 생각해 가면서 보는거 싫어하거든요. 제가 바라는건 이야기지 퀴즈쇼나 퍼즐이 아니니까요. 그런데 그 치명적인 단점을 덮을만한 매력이 있었어요. 그 중심에 있었던건 역시나 <창크나이트> 이창준.. ㅋ 차장검사-> 검사장 -> 청와대 수석비서로 승승장구하는 비리검사인 동시에 재벌가 회장 사위. 무소불위의 권력과 부를 소유할 수 있었던 그런 그가 눈엣가시로 여겨 끊임없이 견제하고 괴롭혔던 평검사 황시목. 온갖 협박과 회유로 황시목의 정의감을 꺽으려 하지만 그것이 사실은 황시목을 가장 아끼고 믿어서였다니.. 황시목이 그 모든 부조리에 굴하지 않고 끝끝내 그가 든 비수가 자신의 목덜미를 겨누기를 바라고 있었다니.. 그래서 포기를 모르는 황시목의 끈질긴 추적에 의해 드디어 자신이 죽음을 목전에 두게 되었을 때, 황시목의 <선배님> 호칭이 그렇게 듣기 좋았었다니.. 너라면. 후회할 일을 만들었을까. 너는 할 수 있어. 너라면 흔들리지 않고. 굽히지 않고. 끝까지 몰아칠거야. 과연 누가 이 짐을 떠맡아 줄 것인가 아주 오랫동안 고민했어. 황시목검사. 너밖에 답이 없었다. 우리 뺀질이 서검사가 황시목이라는 인간을 아주 잘 평가한 대사가 있지요. <걔 또라이에요. 미친놈이라구요. 무슨 짓을 할지 몰라요> 그래서 할 수 있었는지 몰라요. 또라이라서, 미친놈이라서, 무슨 짓을 할지 모르는 한계가 없는 황시목이어서. 그래서 배두나가 말한 <누구 하나만 제대로 [부릅뜨고 짖어주면] >을 할 수 있었는지 모릅니다. 많은 분들이 이 드라마를 볼 때 스포당하면 안된다고 주의를 주시지만, 전 오히려 결과를 알고 처음부터 다시 보니까 이창준과 황시목의 관계가 너무 애틋하고 좋은거예요.. 약간은 이문열의 <금시조>가 떠올려지기도 했어요. 평생 엄혹했던 스승의 사랑을 그의 죽음에 이르러서야 알게 되는.. 특히 마지막 이창준의 유서는.. 흐어어엉 ㅜㅠ 이때는 거의 뭐 정규교육과정 어딘가에 드라마 시청시간을 넣어서 모든 학생들에게 보게 해야 하는거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었어요 ㅋ https://tv.naver.com/v/1906108 요게 그 유서 나래이션으로 나오는 장면이에요.. 드라마 안보실분들도 요 영상은 한번쯤 보셔도 좋을듯.. 다크나이트 엔딩을 뺨쳐버리는.. 또 좋았던건.. 황시목과 영은수와의 관계였어요. 비밀의숲이 좋은 드라마가 될 수 있었던 이유중 하나로 러브라인이 없다는 점을 꼽는데, 저는 두 인물의 그 무미건조하다 못해 황량하기까지 한 관계가 그렇게 로맨틱해 보일수가 없었어요.. 심지어 황시목이 영은수를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의심한 적도 있었는데.. 그리고 툭하면 버럭 소리지르고 차갑게 잘라 말하는데도.. 오죽하면 보다못한 배두나가 영검사에게 좀 잘해주라고까지 했을까.. 살해당한 영은수를 보고서도 마치 감정이라고는 1도 없는 로보트처럼 무심히 <피해자>라고 지칭하는 황시목이 앰뷸런스를 따라가며 멍때리다가 서서히 차선을 벗어나 경고음이 들리는 장면, 부검실에서 나와 결국 쓰러지는 장면, 죽은 영은수와 함께했었던 짧았던 시간들을 회상하는 장면에서 참기 힘들 정도로 안타깝고 마음아팠어요. 캐릭터들의 다성성이 아주 큰 장점이었던 드라마였어요. 한솥밥을 먹던 윤과장이 범인으로 드러나자 동료들은 어이없어하며 사람 이마에 착한놈 나쁜놈 써있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해요. 하지만 이 드라마에 완전히 착한 사람이나 완전히 나쁜 사람은 없어요. 박무성이 죽었을 때 박무성의 어머니는 유죄 판결을 받고 송치되는 강진섭에게 돌을 집어들고 다가가다가 멈칫 합니다. 강진섭의 아내가 강진섭의 아기를 안고 달려와 그 아기를 보며 강진섭이 눈물을 흘려요. 자신의 아들을 죽인(누명이지만 아무튼 어머니는 모르니까) 살인자 역시 그의 아이에 대한 사랑은 자신과 같았던 거지요. 이렇게 선악이 뒤섞인 모습은 개개인뿐만 아니라 조직에서도 비슷하게 보여져요. 개판 5분후인거 같은 검/경 조직이지만 만만찮은 선의지가 곳곳에서 띄엄띄엄 작동하며 어찌어찌 잡아 넣어야 할 놈들을 잡아 넣어요. 그렇다고 무슨 중간에 개혁이 되는것도 아니고 끝날때까지 썩어빠진채로 돌아가는데도. 서검사 같은 놈이 그렇게 잘살면 안되는건데. 그런 놈이 그렇게 변하지 않고 예전처럼 똑같으면 이게 다 무슨 소용이 있나. 하지만 그런 서검사도 영은수와 이창준의 죽음 앞에 진심으로 슬퍼하고 눈시울을 붉혀요. 그리고 어쩐지 적잖은 시청자들에게 <밉지만은 않다>라는 이미지로 남아요. 그 외 좋았던 대사들 몇개 적고 마칠께요. [ 한여진: 강력반 전체가 흔들릴 거예요. 범인 잡았고 빵에 처넣었고 죽었어요. 온 천지에 다 알리고. 근데 이제 우리 손으로 그놈이 아니다, 뒤집어야 되잖아요. 황시목: 그래서 덮자? 한여진: 검사님은요? 이거 터져도 괜찮아요? 황시목: 나요? 한여진: 제일 큰 피해를 입을텐데. 황시목: 완전히 묻혀 버렸을 팩트를 경위님(한여진)이 직전에 건져냈어요. 그걸 살리느냐 마느냐 결정하는 거는 지금의 상황이 아닙니다. 한여진이라는 사람이 여태까지 어떤 사람으로 살아왔는가. 거기에 달렸어요. ] [ 살아. 그런 놈한테 지지 마. 무서웠잖아. 끔찍했잖아. 그딴 걸 이 세상 마지막 기억으로 가져가지 마. ] [ 황시목: 제 얘기 하고 계셨어요? 이창준: 너 생각 하고 있었어. ] [ 한조그룹회장 : 우리가 무너지면 대한민국이 무너져. 황시목 : 안 무너집니다. ]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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