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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5/08/23 15:49:44
Name   darwin4078
Subject   초짜 아재가 사춘기때 좋아했던 가요 모음.
일단, 아래 나오는 노래 하나라도 공감하거나 좋아하셨다면, 당신은 아재입니다.
인정할건 인정하게요. 아재가 폼은 안나지만, 나쁜건 아니잖아요.



#. 이정석 - 사랑하기에 (1987년)



이 노래를 들을 당시... 저는 오락실에 미쳐 있었고, 제타건담의 강미유에 빠져있었던 노답 중2병 환자였었지 말입니다.
사랑? 그깟 시시한 감정, 쓰레기통에 버려..랄까요, 그 때 전 미쳐있었죠.

그래서 가사에 대해 전혀 공감하지 못했지만, 이정석의 약간 정돈되지 않은 보컬톤을 좋아했고, 깔끔하게 기승전결이 떨어지는 노래구성도 참 좋아했습니다.

이정석, 조갑경의 사랑의 대화도 좋았습니다. 홍서범, 조갑경의 내사랑투유보다 더 좋아했어요.




#. 박혜성 - 도시의 삐에로 (1987년)



사춘기 시절 저의 정서를 대표했던 노래 중 하나입니다.

'사랑도 고독도 영원속에 잠자는 가녀린 불꽃. 언젠간 모두 나를 태워야 하리.'는 당시 공책 앞면에 적어놓고 항상 읽곤 했습니다.
지금 보면 좀 오글거릴 수도 있는데, 오히려 요즘이 정서불감의 시대가 아닌가 싶습니다.





#. 수와진 - 파초 (1988년)



라디오에서 들리는 가요들을 들으면서 이 노래는 녹음을 해야 겠다,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 거의 첫번째 노래였습니다.

당시 주구줄창 이해도 안되는 사랑얘기만 읊어대는 가요에 신물이 나 있었는데, 이 노래는 자기성찰에 대해 노래하기 때문에 좋은 노래다.라고 당시 일기에 썼...
당시라 함은, 중1 시절... 부끄럽네요.





#. 유재하 - 지난날 (1988년)



유재하의 노래 중에서 저는 지난날을 제일 좋아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런 끝내주게 좋은 노래가 가요톱텐에서 1위를 하지 못하고 쓰레기 같은 사랑노래가 맨날 1위를 하는 현실을 개탄했었지 말입니다.

일단 사랑노래가 아니어서 좋았고, 이 노래를 들을때면 웬지 과거의 좋았던 기억이 생각나는 듯 해서 좋았습니다.
이때 제 나이는 중1이었... 네, 노답 중2병 말기환자 맞습니다.




#. 박남정 - 널 그리며 (1988년)



당시 남자 중학생 치고 박남정 춤 한번은 다 따라했었죠.
나중에 티파니(소녀시대 티파니 아닙니다.) 안무 표절로 결론나기는 했지만,  기역니은춤은 정말 센세이셔널했고 소풍 장기자랑의 단골메뉴였었습니다.

사랑의 불시착, 아 바람이여 같은 노래도 있었지만, 저에게 박남정 하면 널 그리며가 제일 먼저 떠오릅니다.





#. 이상은 - 담다디 (1988년)



88년 강변가요제 대상을 차지했던 노래입니다. 당시 초딩, 아니 국딩들한테 절대적인 지지를 받았던 노래였었죠. 부르기 쉽고 따라하기 쉽고 멜로디 쉽고.
이렇게 선머슴같았던 이상은이 리체가 되어 공무도하가같은 명반을 만들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한동안 이상은에게 담다디는 가수 데뷔의 길을 열어주었지만, 담다디의 이미지를 지우기 위해 정말 힘든 나날을 보내야 했던 흑역사같은 존재였었죠.
결국 나중에는 다 받아들이고 공연할때 앵콜곡으로 담다디를 불러줄 정도가 되었습니다.

참고로 이때 강변가요제 금상이 이상우의 슬픈 그림같은 사랑이었습니다.




#. 신해철(무한궤도) - 그대에게 (1988년)



88올림픽이 열리던 그 해에는 (아재 기준으로) 정말 좋은 노래들이 많이 발표되었습니다.
88년 대학가요제 대상으로 혜성처럼 데뷔했던 무한궤도... 그리고 무한궤도는 신해철과 공일오비로 분리되었고, 이후 저의 청소년기의 든든한 한 축이 되었습니다.

괜히 해철이형 생각나네요. 그렇게 가야 할 사람이 아닌데...




#. 장덕 - 예정된 시간을 위해 (1989년)



현이와 덕이라는 이름으로 듀엣 데뷔했었던, 당시도 그렇고 지금도 흔치 않은 여성 싱어송라이터였습니다.
남매가 듀엣으로 데뷔한 것도 흔한 경우가 아닌데, 발표했던 모든 곡을 작사작곡했었던, 대단한 싱어송라이터였습니다.

가요톱텐 5주연속 1위에 빛나는 님 떠난후가 제일 유명하죠.
그 외에도 진미령이 리메이크한 '소녀와 가로등', 이은하에게 주었던 '미소를 띄우고 나를 보낸 그 모습처럼'도 있습니다.

이 노래가 실린 앨범을 유작으로 장덕은 수면제 과다복용으로 요절합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유재하와 더불어 요절한 천재라고 생각합니다.




#. 이지연 - 바람이 멈추어다오 (1989년)



89년 가요계는 이 노래가 점령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어딜 가나 바람아 멈추어다오 밖에 안들렸었죠.
당시 이지연의 인기는 뭐... 수지+아이유+소녀시대 전부를 합친 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지금 봐도 이지연 누님의 미모는 먹힐거 같고, 노래도 촌스럽지 않고 좋네요.




#.조정현 - 그 아픔까지 사랑한거야 (1989년)



발표는 89년에 했지만, 히트는 90년 봄~여름에 했었던 기억이 납니다. 봄인데 왜 노래는 눈이 내리고 이런 가사가 나오나 했었거든요.
당시 장국영을 닮은 외모의 가수라고 많은 인기를 끌었었습니다.

89년쯤 되니 지금 들어도 촌스럽지 않은 코드진행에 세련된 편곡이 나오네요.



#. 변진섭 - 숙녀에게 (1989년)



변진섭 하면 88년에 너무 늦었잖아요로 박남정과 가요톱텐 1,2위를 나눠먹던 시절이 제일 기억나지만, 변진섭 노래중 제일 좋아하는건 이 소녀 감성의 노래입니다.

이때쯤이 슬슬 여자친구도 사귀고 싶고 뭐 그런 시기여서 나중에 여자친구를 사귀게 되면 이 노래를 연습해서 불러줘야지~하는 생각을 했었지만...
다 헛된 꿈이었습니다. 이루어 질 수 없는 그런 꿈...




#. 김혜림 - 디디디 (1989년)



도입부의 동전 떨어지는 소리가 깨알같습니다.
DDD가 무엇이냐, Direct Distance Dilaling의 준말로, 교환수를 통하지 않은 장거리 전화를 말합니다.
이게 뭔소리임? 우리나라에 무슨 장거리가 있음?이라고 생각하시는 당신, 축하드립니다. 당신은 아재가 아닙니다.

하여튼, 당시 김혜림은 이 노래로 꽤 오랫동안 인기를 누렸었습니다.
지금 들어보니 도입부 일렉기타리프가 괜찮네요.




#. 장필순 - 방랑자 (1990년)



장필순 정규앨범에는 없고 오장박 1집 앨범에 수록되어있는 곡입니다.
오장박은 오석준, 장필순, 박정운 3명이 결성한 프로젝트 그룹입니다. '내일이 찾아오면'이 타이틀 곡이고 가장 알려졌죠.

필순 이모 노래중 제일 좋아합니다. 이 노래를 들으면서 나중에 대학생이 되면 완행열차를 타고 혼자서 여행을 떠나는 꿈을 꾸곤 했습니다.





#. 원미연 - 이별여행 (1990년)



이 이별여행은 시골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 진학때문에 광주로 짐싸서 올라가던 택시에서 들었던 노래였습니다.
들을때마다 새로운 환경에 대한 설레임과 혼자 살게 되면서 느꼈던 해방감, 막연한 두려움... 이런 감정들이 새록새록 생각납니다.

그리고 고등학교 3년의 기억들, 좋은 기억보다는 나쁜 기억이 훨씬 많았던 기억들이지만, 시간이 나쁜 기억은 퇴색시켜주고, 좋은 기억은 생생하게 살려줍니다.

이거 택시에서 들었을 때 웬지 이 노래는 나의 인생곡이 될 거 같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그러지는 않더라구요. 역시 인생 랜덤.





#. 박정운 - 오늘같은 밤이면 (1991년)



사실 저의 인생곡은 이 노래입니다. 특별한 사연도 없고 그런데, 그냥 좋습니다.
힘들다면 힘든 고등학교 생활을 버티게 해준 노래 중 하나였습니다.

컨템포러리 팝 장르에서 박정운처럼 깔끔하게 고음을 뽑아내는 가수가 이전까지 없었죠.
TV였는지 라디오였는지 확실하지 않는데, 박정운이 김종서와 고음 뽑기 대결을 했는데 박정운이 이겨서 김종서가 혀를 내두르고 대단하다고 칭찬해주었던 기억도 납니다.




이 다음 92년부터는... 서태지가 등장하면서 아재의 영역에서 벗어나게 됩니다.
그리고 90년 가을에 공일오비가 등장했었지만, 논외로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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