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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9/01/11 07:05:04
Name   The xian
Subject   경기방송 김예령 기자의 질문 논란에 대한 짧은 생각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에서 태도 논란으로 문제가 된 김예령 기자의 질문과 그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답변, 그에 대한 주위의 반응 등을 보고 간단히 글을 써 봅니다. 자기의 소속을 밝히지 않은 무례함에 주목하는 사람도 있고 사이다 질문이라는 사람도 있고 기자의 기본적인 자질을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고 천차만별이더군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저는 저 기자와 저 기자의 질문의 '문제'는 예의나 태도. 정치적 스탠스 등등보다는 오히려 기본적인 읽고 글쓰기 측면에서 바라봐야 할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단 문제가 된 김예령 기자의 질문부터 보시겠습니다.

[대통령께서 현 정책에 대해서 기조를 바꾸시지 않고 변화를 갖지 않으시려는 그런 이유에 대해서도 알고 싶고요. 그 자신감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인지, 그 근거는 무엇인지 단도직입적으로 여쭙겠습니다.]

일각에서는 이 질문이 나온 이후 태도가 그게 뭐냐고 이야기합니다. 소속과 이름을 밝히는 게 우선 아니냐 하는 이야기(실제로 기자회견에서는 보통 어느 언론의 누구입니다. 라고 소속을 밝히죠) 자신감 운운하는 태도는 뭐냐 하는 이야기를 합니다. 물론 문제삼을 수 있는 부분이고 기자의 자질을 의심케 하는 행동인 건 맞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이건 어디까지나 곁다리입니다.


대한민국 기자들이 이명박근혜를 비롯한 한나라당 및 그 전신, 후신의 정치 지도자 앞에서는 다소곳하고 반대로 노무현, 문재인 대통령 앞에서 무례했던 건 하루이틀 있었던 일이 아닙니다.

강한 자에게 약하고 약한 자에게 강한 언론의 선택적인 분노와 선택적인 까대기는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지닌 일입니다. 지난 번 비행기 안에서의 대통령 기자회견 때에도 기자들은 대통령 면전에다 '자신 있으십니까' 라는 식으로 말했고 (https://redtea.kr/?b=13&n=36089) 그것을 왜곡해 문재인 대통령을 엿 먹이려고 언론에 불통이다 (https://redtea.kr/?b=34&n=13661) 라는 기사까지 냈지요.

따라서 태도가 뭐냐고 하는 건 굉장히 지엽적인 문제이며 무엇보다 이 기자의 질문으로 촉발된 논란의 본질로 보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일각에서는 해당 기자가 자유한국당 의원들과 친분이 있는 트윗을 남겼네 뭐네 하는 기사화를 하기도 하는데 그것 역시 언론의 저열한 편가르기밖에 안 되니 제가 알 바 아닙니다.


오히려 진정한 문제는 기자의 빈곤한 질문 내용과 그런 빈곤한 질문 내용이 나온 맥락에 있습니다. 굳이 한 번 더 거르면 김예령 기자의 질문은 '경제가 살아날 거라는 그 자신감은 어디서 나온것이냐'인데. 문제는 그러한 자신감 자체를 - 그 내용이 듣는 뭇 사람의 마음에 들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만 - 문재인 대통령은 충분히 이야기했다는 것이지요.

문재인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지난 20개월간 가장 힘들고 아쉽고 아픈 점은 고용지표가 부진하고 국민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점이라고 언급하면서,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고,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신뢰도가 낮아졌다는 현 상황을 엄중하게 보고 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래서 올해 국민의 삶 속에서 정부의 경제정책이 옳은 방향이라는 것을 확실히 체감하도록 하기 위해 3대 전략 혁신산업과 전통 제조업 혁신을 통해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경제 성과를 내고, 혁신성장을 통해 조선ㆍ철강ㆍ자동차 등 전통 제조업도 부활시키겠다고 밝히고, 규제 혁신에 대한 지원과 지역 균형발전에 대한 화두, 일자리 지원 문제 등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각 항목마다 그렇게 해야 하는 나름의 명분과 이유를 들었습니다. 이상이 약 30분 가량 있었던 기자회견문입니다.


네. 맘에 안 들고 반대할 수도 있습니다. 저도 다 맘에 드는 이야기는 아니예요. 그런데 자기 마음에 안 든다고 내용 자체를 없던 일로 하는 건 잘못된 행동입니다. 특히나 그러는 사람이 남의 말을 듣고 읽고 전달해야 하는 기자라면 말입니다.

이러한 내용의 기자회견 전문을 다 들었음에도 '그러려는 이유와 자신감은 무어냐'라고 질문하는 건, '이미 문재인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30분 내내 말한 내용'의 주제가 무엇인지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조차 없었거나, 아니면 그런 이해를 했든 말든 준비해 온 질문을 그대로 한 셈인데 어느 쪽이든 참담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더욱이 이런 기자회견 전문은 사전에 출입기자들에게 배포됩니다. 즉, 미리 꼼꼼히 읽고 현장에서 질문을 구성할 여유도 충분히 있었다는 것이죠. 그렇다면 더더욱 참담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따라서 이 기자의 질문은 기자의 자질 이전에 읽고 듣고 말하기 수준까지 내려가야 하는 건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차라리 문재인 대통령의 기자회견에서 나온 여러 정책 중 무언가를 콕 찝어서 무슨 정책으로 인한 부작용 때문에 이런 경제의 난맥상이 있고 그래서 이것은 이런 방향으로 수정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것을 왜 수정하지 않느냐고 물었다면 이런 역반응이 일어나지는 않았겠지요.

제가 보기엔 충분히 그런 지적을 할 수 있는 방향성의 대목도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 기자는 그렇게 하지 않고 고집을 부린다는 이미지만 덮어 씌우려고 했던 건지 준비한 질문이 그 수준이었던건지 굉장히 두루뭉술하고 모호한 질문을 한 거죠.

그러니 문재인 대통령은 [오늘 제가 모두에 기자회견문 30분 내내 말씀드린 것이었고 그에 대해서 필요한 보완들은 얼마든지 해야 하겠지만 정책기조는 계속 유지될 필요가 있다는 말씀은 이미 충분히 드렸기 때문에 새로운 답이 필요할 것 같지 않습니다.] 로 받아치면 그만이었던 것이지요.


한편으로 이러한 수준 미달의 질문을 어떤 언론들은 '돌직구'나 '사이다'라고 말하는데 그거야말로 대한민국 언론의 수준이 다 고만고만한 돌머리라고 인증하는 셈입니다. 세상에. 읽고 답하기, 글쓰기의 수준조차 안 된 질문을 저렇게 포장해주다니. 사탄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을 일입니다.


마지막으로, 저는 이 글을 쓰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이라는 배경 이슈가 정치 활동이니 이 글에 정치 탭을 붙였습니다만 (논란을 막기 위해서입니다.) 저는 이게 정치 이슈인지에 대해 참으로 많은 의문이 듭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 일의 본질은 '정치의 난맥상'이 드러났다기보다는 '언론의 난맥상'이 다시 한 번 드러난 일이기 때문입니다. 특정 대상이 하는 말을 듣고 그 말에 대응하는 답변을 하는 '듣고 말하기'의 기본조차 되지 않는 수준의 질문을 한 기자의 문제점에는 거의 눈을 돌리지 않고 '태도 논란'과 같은 지엽적인 부분만 이슈화하거나, 심지어 이것을 '사이다'라고 포장해 주는 한심한 수준의 '듣고 말하기'를 시전하는 언론을 보면 참으로 웃기지도 않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 The xia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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