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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5/09/02 01:00:44
Name   리니시아
File #1   t1.daumcdn.net.jpg (138.9 KB), Download : 2
Subject   굿바이 레닌 (2003)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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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독과 서독의 통일을 소재로 진행되는 12년 전의 영화이다.
53회 베를린국제영화제(2003)에서 블루엔젤상(볼프강 베커)  수상한 경력이 있는 영화이다.
이 영화에서 눈여겨 봐야 할 요소는 세 가지 정도 되겠다.

1. 동독이 서독에게 합병됨으로 인한 패배주의
2. 아들의 어머니에 대한 사랑
3. 어머니의 아들에 대한 사랑


첫 시작부터 어머니가 깨어나기 전까지의 내용 과정은 굳이 서독과 동독의 역사를 몰라도 수긍이 갈만한 설명들이다. 주인공이 왜 어머니에게 그렇게까지 거짓말을 하며 지극정성을 치루는지에 대한 당위성을 보여준다.
하지만 우리가 유럽사람이 아니고, 독일인이 아니고서야 (그때 당시의) 서독인들과 동독인들의 마음이 어떠한지는 완벽하게 이해하기가 사실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머니가 정신을 잃고 깨어나서 생일을 맞이하기 까지의 줄거리는 그때 당시의 정황을 잘 모르는 사람이더라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스토리 이다.

나레이션은 이렇게 쓰여야 한다.
영상만으로도 충분히 보여줄 수 있는 캐릭터를 보여주기 위한 나레이션이 된다면 그 얼마나 지루하겠는가 (ex 군도)
굉장히 긴긴 나레이션이 영화 내내 등장함에도 불구하고 '설명충' 같지 않고 오히려 아들이 왜 그러한 행동을 하였는지, 주변인들이 왜 이해하며 행동했는지에 대한 당위성을 친절하게 설명해 준다. 충분히 납득 가능한 나레이션이라 생각된다.



아들은 어머니에게 거의 맹목적일 정도로 사랑(=거짓말)을 보여준다.
처음에 들었던 생각은 왜 저렇게 까지 하였을까 라는 생각이다.
현재 사실을 조금 덜 충격적이게 보여주면 안될까? 라는 생각으로 시작했다.
하지만 거의 막바지에 이르러선 자신이 이상적으로 생각했던 (지크문트 옌을 독일의 서기장으로 우대하며) 통일을 완성시키며 어머니에게 보여드린다.
그 가운데 어머니에게 헌신한 과정이 귀엽기도 하면서 간절하기도 하다.

'그거 가지고 심장마비로 죽겠어?' 라는 마음의 누나와는 달리
'엄마가 죽어도 괜찮다는거야?!' 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어머니를 대한 아들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뭐 극을 풀어내기 위해서 거짓말을 하며 이야기를 진행하지만 아들의 그 마음이 따뜻하게 다가올 수 밖에 없었다.


그 후 내용이 진행되고 아들의 여자친구가 동독과 서독의 통일을 어머니께 이야기하는 장면이 얼핏 나오고 아들이 만든 동독에 의한 서독의 통일의 뉴스를 보며 어머니의 표정은 굉장히 묘하다.
충격을 받아 돌아가시는 커녕 '아이고 내 새끼가... 지가 좋아하는 지크문트를 서기장으로 임명하면서 까지 구라를 치는구나.. 고맙다 ㅠㅠ' 라는 느낌의 그 표정.
어떻게든 자기 자신의 건강을 위해서 발버둥, 몸부림 치는 아들녀석의 노력을 보면서 어머니는 감사해 하고 기특하게 생각하며 행복한 마지막을 치뤘다는 것을 예상할 수 있었다.


가끔 어떠한 소재를 보며 '이것밖에 못하나?' 라는 생각이 들때가 있다.
태극기 휘날리며, 고지전, 국제시장 등의 영화정도가 떠오르는 것을 보면 나만 아쉬운건가 싶기도 하다.



사랑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싶다.
극중 아들인 알렉스의 여자친구 라라의 이야기처럼 거짓말을 하면서 죄책감이 들지 않느냐고 이야기 할 수 있다.
하지만 아들의 선택은 분명 자기만족이 아닌 철저히 어머니를 위함 이였다.
그렇다면 그 사랑을 받는 어머니의 마음은.
마지막 흐뭇하게 웃으며 오히려 아들의 거짓말을 속아주는 모습을 통해 알 수 있다.
아들이 자신을 위해 그토록 노력하며 거짓말을 해준 것에 기특해 하는 표정.


요즘 도올 김용옥의 '사랑하지 말자' 라는 책을 읽으며 내가 평소 생각했던 사랑에 대해 굉장히 공감하며 읽었던 기억이 난다.
남녀간의 사랑이 기독교 가치관을 통해 우리의 개념지도를 얼마나 왜곡했는지 한번쯤 생각 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그렇게 왜곡된 가치가 아닌 진짜 우리가 생각하는 '사랑' 이라는 가치가 무엇일까 생각해보면 사실 간단하다.

겨울왕국에서 안나가 언니인 엘사를 위해 선택했던 행동,
마더에서 어머니가 아들을 위해 하였던 행동.
그리고 굿바이 레닌에서 보여준 아들의 행동 같은 것들.

시간이 지날 수록 사랑이 라는 가치가 남녀관계 뿐만 아니라 가족간에도 계산적이 되고 소홀해 지는 지금, 12년이나 지난 이 영화가 내 가슴에 작은 감동을 준 것은 매우 감사한 일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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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pgr에 쓰여지는 배신과 음모(?!) 스러운 연애글을 보면서 진짜 사랑이 뭘까 가끔 생각 해 봅니다.
결국 허울 좋아 '사랑' 이라는 말로 치장하지만 자신의 존재를 영속화 시키는 (reproduction) 이라는 의미에 지나지 않을까 생각하며 진짜 사랑이라는 가치는 어떤것일까 생각이 들곤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부모님꼐 잘해드려야 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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