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9/03/06 20:08:40
Name   모모스
Subject   버닝썬 사건에서 언급된 물뽕, 그리고 마약 이야기
우리의 뇌를 지배하는 약물 또는 화학물질은 크게 2가지로 구분되는데

코카인, 암페타민 (히로뽕, 필로폰류), 니코틴, 카페인, 항우울제 등은 신경흥분제
모르핀-헤로인 (아편), 수면제, 신경안정제, GHB, 대마, 알콜 등은 신경억제제로 구분합니다.

(기타 LSD 같은 환각제들도 있습니다.)

이들 중에 많은 것들이 마약류에 속하는데 더 세부적으로는 마약, 향정신성의약품, 대마류로 분류되어 사용에 제한을 받거나 불법 사용시 처벌을 받습니다.

그럼 "물뽕"은 무엇인가?

물뽕이라하면 히로뽕을 연상하게 되는데 흔히 말하는 히로뽕은 필로폰이라도 불리우는 암페타민류 마약을 말하는 반면 물뽕은 그 이름과 달리 보통 GHB (Gamma-HydroxyButyrate) 를 지칭할 때 많이 쓰입니다.

GHB는 우리나라에서는 비교적 최근인 2001년부터 향정신성의약품으로 분류되어 있습니다.



GHB는 GABA (γ-AminoButyric Acid) 에서 유래한 물질로 생체에서 서로 변환하기도 하는 우리 몸에도 소량 존재하는 물질입니다. GHB는 GABA와 작용도 비슷한데 흔히 말하는 GABA 수용체에 통해 억제성신경에 작용합니다.(GHB는 특이하게 암페타민 등과 같이 도파민의 분비 증가시키는 작용이나  코카인 등과 같이 도파민의 재흡수를 억제하는 작용 등으로 뇌의 도파민시스템을 교란하여 미세하게 신경흥분제로도 작용합니다. 기전은 아직 정확하게 불명) GABA 수용체는 전체 중추신경계 수용체의 40%을 차지할 정도로 아주 중요한 수용체입니다. GABA 수용체에 작용하는 다른 대표적인 물질이 바로 알콜, 술이죠. 이 물질들을 외부에서 대량 주입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용량에 따라 다르겠지만 억제성 신경에 작용하여 처음엔 몸을 나른하게 만들다가 과량 흡입시 자율신경계까지 억제시켜서 사망에 이를 수도 있습니다.  진정 > 수면 > 전신마취 > 혼수 > 사망  테크를 타겠죠. 모든 신경억제제들이 마찬가지입니다. 역시 술도 용량에 따라 같은 테크를 탑니다.


지난 번 글에서 내인성 마약인 엔돌핀과 외부에서 투여한 모르핀과 비교하면서 우리 몸엔 단백질이나 펩타이드 또는 내인성 물질이 신호전달물질이나 신호체계로 쓰이고 뜬금 없는 외부에서 들어온 Small molecule이 그 신호체계에 끼어드는 경우가 있다고 했습니다.  GHB는 내인성 마약은 아니지만 우리 몸에는 존재하는 내인성 물질로 엔돌핀과 비슷하게 볼 수 있습니다. 실제 몸에서 소량 존재하고 반감기가 짧고 분석하기도 어려운 물질입니다.

GHB의 반감기는 대략 1시간정도로 복용후 5시간만 지나도 몸에서 98.4 % 이상 대사되거나 몸밖으로 배출됩니다. 거기다가 GHB가 워낙 분자량 (104.1) 이 작은 물질이라서 정량분석이 어려운데 마법의 기계인 GC-MS나 LC-MS를 통해서도 50 ng/ml 정도까지 분석가능할 정도로 까다로운 물질입니다. 보통 복용용량에서 최대 농도가 200ug/ml 인데 반감기와 분석감도를 감안하면 12시간 이상 지난 시료에서는 GHB 검출이 불가능합니다.

정성분석은 GHB-R ELISA 키트 같은 단백질효소 분석 키트들이 있어서 편리하지만 뇨 기준으로 대략 10ug/ml 이상의 농도까지만 검출 가능하여 시간이 조금만 지나도 검출이 불가능합니다. 참 까다로운 물질입니다.  

GHB는 이런 작용과 분석의 한계 때문에 데이트 강간약물로도 사용되는데 자발적으로 본인이 직접 먹는 다른 중독성이 강한 마약과 달리 다른 사람을 해할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이라 더더욱 죄가 무겁습니다.

그 밖에도 데이트 강간약물로 미국에서는 로힙놀 (Flunitrazepam) 이 많이 알려져 있는데 지난 번에 소개한 수면제나 신경안정제들이 다 이에 해당합니다. 특히 로힙놀 (Flunitrazepam) 처럼 벤조디아제팜계 약물들이 주로 많이 쓰인다고 합니다. 우리가 많이 아는 바리움 (Diazepam), 아티반 (Lorazepam), 할시온 (Triazolam), 자낙스 (Alprazolam) 등으로 Barbiturate계 약물에 비해 호흡중추에 대한 작용이 약해 고용량 투여에도 호흡곤란에 의한 사망 가능성이 비교적 낮아 이들 신경안정제들이 데이트 강간약물로 많이 사용된다고 합니다. 비교적 안전한 편에 속하지만 이들은 모두 다 향정신성의약품으로 분류되어 있고 역시 불법사용시 다 처벌을 받습니다.


다른 마약류도 간단히 알아보면

코카인은 도파민의 재흡수를 억제하여 작용하는 신경흥분제 마약으로 중독성이 매우 커서 거의 모든 나라에서 사용이 불법입니다. (일부 페루등 국가에서 코카인의 원재료인 코카잎의 사용을 허가하긴 합니다.  )

암페타민(히로뽕, 필로폰) 류는 도파민의 분비 증가시키는 신경흥분제 마약으로 역시 중독성 매우 강합니다. 마약으로 분류되어 있진 않지만 신경흥분제인 담배-니코틴도 거의 이에 준합니다.

모르핀-헤로인은 뮤수용체 (μ-opioid receptor) 작용하는 신경억제제 마약입니다. 양귀비-아편에서 유래한 물질로 마약 중에서도 가장 심각한 중독성을 나타내는 것 중에 하나 입니다. 펜타닐 같은 더 강력한 합성 약물도 있죠.

대마는 신경억제제로 중독성이 낮은 편에 속하지만 (담배-니코틴보다 훨씬 낮은 편) 술과 같이 만성중독 가능성도 있고 업무효율을 낮추므로 많은 국가에서 아직 불법입니다. 마약류로 묶기기엔 좀은 약한 놈입니다. 그래서 현행법상 마약이 아닌 대마류로 분류됩니다.






11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8966 일상/생각많은 생각이 드는 날이네요 12 LCD 19/03/17 3874 0
    8965 음악[팝송] 브라이언 아담스 새 앨범 "Shine A Light" 김치찌개 19/03/15 4700 2
    8964 일상/생각집안 문제아.. 다들 있나요?? 16 잘될거야 19/03/15 4829 6
    8963 기타두 편의 시. goldfish 19/03/15 4688 1
    8962 음악전래동화 시리즈 13~18(아기돼지 3포형제 등) 2 바나나코우 19/03/15 4031 1
    8960 기타미세먼지 폭격 받은 태국 6 화이트카페모카 19/03/14 4933 1
    8959 경제2018년 나의 직구 리뷰 5 danielbard 19/03/13 4581 4
    8958 기타펠리세이드 3.8 AWD 4천 km운행기 17 맥주만땅 19/03/13 12295 16
    8957 IT/컴퓨터갤럭시 버즈 5 헬리제의우울 19/03/13 4738 4
    8956 역사프랑스혁명과 아이티(Haiti) 독립혁명 이야기 4 droysen 19/03/13 4206 13
    8955 일상/생각'그럼에도'와 '불구하고'의 사이 7 임아란 19/03/12 5125 57
    8954 기타낙서 3 잡상 혹은 북부 경상도의 기억 1 goldfish 19/03/12 4317 13
    8953 스포츠[사이클][리뷰] 2019 Strade Bianche : 퀵스텝의 폭주 10 AGuyWithGlasses 19/03/12 5574 10
    8952 음악[클래식] Polovtsian Dances 폴로베츠인의 춤 - 보로딘 10 ElectricSheep 19/03/11 4752 5
    8951 기타스1, 스2 뭐가 더 재밌나요? 31 화이트카페모카 19/03/10 5050 0
    8950 일상/생각앞으로의 인생에 대해 고민이 많은데 이런 얘기를 들었어요 15 바다 19/03/10 3917 5
    8949 음악거울 공주 6 바나나코우 19/03/10 3511 4
    8948 일상/생각청소년의 운동 야외활동 14 풀잎 19/03/10 4870 8
    8947 영화주토피아(Zootopia, 2016) 3 나니나니 19/03/10 3747 0
    8945 도서/문학서평 『웃는 늑대』 - 쓰시마 유코 2 메아리 19/03/08 3942 5
    8942 도서/문학[리뷰] 인류의 기원 , 이상희 저 2 소원의항구 19/03/07 4406 5
    8941 기타여기저기 미세먼지 관련 주워들은것 10 화이트카페모카 19/03/07 5251 0
    8940 여행휴양지 장단점 간단정리 (1) - 하이난 14 그저그런 19/03/06 6007 1
    8939 의료/건강버닝썬 사건에서 언급된 물뽕, 그리고 마약 이야기 9 모모스 19/03/06 8900 11
    8938 기타3.1절 기념) 아베 신조와 평화헌법 개정 5 곰도리 19/03/06 4466 1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