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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9/04/14 19:48:35
Name   The xian
Subject   2019 스무살우리 LCK 스프링 결승 시청 후기
- 제가 LOL을 잘 모르기 때문에 챔피언의 기술이나 메커니즘 등에 대해 전문적인 지식을 가지고 있진 않지만, 그럼에도, 경기를 본 분들이면 다들 말할 만한 당연한 결론부터 말하자면 SKT는 SKT 다운 경기를 했고, 반대로 그리핀은 그리핀 답지 않은 경기를 했다고 생각합니다. LOL에 대해 잘 모르는 시청자도 아마 많이들 그렇게 느끼셨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그리고 결승전의 WORST는 단연 라이엇 게임즈입니다. 도대체 뭐 하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분석데스크에서 주요장면 안 틀어준 것은 실수라고도 말하기 민망할 정도의 초보적인 문제고. 세트 종료 후에 SKT 대기실에서 피드백을 하고 있는 모습을 내보내면서 김정균 감독의 음성을 그대로 송출한 건 도대체 무슨 멍청한 짓인지 모르겠습니다. 그 때 밴픽에 대해 뭐라고 말이라도 했으면 어떡하려고 그랬던 것일까요?

또 하나. SKT T1 창단 15주년인 자리에 전현직 SKT 관계자들 와 있고 거기에는 작년까지 같이 뛴 동료들도 있을 텐데 페이커가 전 동료들과 작년에 함께 있을 때 우승해주지 못해서 아쉬웠다고 말하는 인터뷰를 할 때 카메라가 도대체 누굴 잡아주는 겁니까?? 이건 뭐 떠먹여줘도 밥상을 뒤집어버리니. 개념도 뭣도 없고. 참 나 원.


- 선무당이 사람 잡는듯한 예측(?)이라면 예측일까요. 제가 본 경기가 몇 경기 없어서였는지 모르겠지만 결승전 직전까지 별다른 실수가 없었던 쵸비가 좀 심하게 망했다고 할 수 있었던 정규시즌 경기가 다름아닌 킹존전에서 두 경기 다 리산드라를 들고 상대 폰에게 망했던 경기였는데, SKT-그리핀의 2세트 밴픽을 보고 저는 SKT가 2세트도 이기겠구나 했습니다. 밴픽 전략으로 쵸비에게 리산드라를 강제한 선택이 꽤 절묘해 보였기 때문입니다.

물론 초반부터 어이없는 교전 미스로 인해 2킬이 나고 시작하지만 않았으면 그렇게까지 차이가 나지 않았을지도 모르겠지만 저는 그리핀이 이기지는 못했으리라 생각합니다.


- 그리핀에서, 1세트에서 초반 우위조합이라고 사람들이 말하는 조합을 들고 나왔고 결과적으로 실패한 것에 대해서는 그럴 수 있다 쳤지만, 제가 유일하게 그리핀에게 아쉬웠던 부분은 3세트에 또 다시 1세트의 조합을 들고 나온 것이었습니다. 오히려 단체로 게임이 터진 2세트보다 이게 더 아쉬웠습니다. 심정은 이해가 가지만 그렇게 하는 게 맞았을까 싶은 기분이었습니다. 왜 그렇게 생각했냐면, 이런 식으로 한 번 쓴 전략 또 쓰는 건, 마치 도박장에서 본전이라도 건져야겠다는 심정으로 뛰어들었다가 본전은 커녕 주머니의 동전까지 싹 털리는 듯한 상황에 빠지기 쉬운 선택이라 생각했으니까요. 얻을 수 있는 이득은 적지만, 위험은 몇 배가 됩니다. 하이 리스크 로우 리턴입니다.

물론 어차피 지면 뒤가 없으니까 그랬겠다 싶습니다. 하지만 이건 내 패 안 보여주는 블라인드 카드게임이 아니라 고수들이라면 챔피언만 봐도 대강의 전략을 알 수 있다고 하는 LOL이지요. 그래서 SKT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도 밝혔듯 3세트에서 1세트 때 하려고 하던 것 하는구나 하고 다 알고 있었고, 그래서 1세트보다 더 확실하게 막기 위해 대비를 했고, 게임 내에서는 클리드의 도움으로 SKT가 선취점까지 땄습니다. 그러면 결과는 뻔할 수밖에요.


- 마타의 영입으로 SKT의 드림팀 구성 이후 이른바 '사파리 조련사' 드립이 흥했는데 저는 그 말 참 잘 맞았다고 생각합니다. 확실히 든든한 서포터의 존재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더군요.


- 페이커는 도대체 생불인지 아니면 성인인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게 준비한 멘트이든 아니면 즉흥적으로 떠올린 것이든, 우승 인터뷰에서 예전 작년 같이 뛰었던 동료들 이야기하면서 작년에도 우승을 많이 할 수 있었는데 그렇게 해주지 못해서 미안하다는 말이 어떻게 나오는지 저 같은 속 좁은 사람의 생각으로는 도저히 이해를 할 수 없어요. 아니 뭐. 동료들 생각하면서 작년에 잘 하지 못한 게 아쉽다고 말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건 아닙니다. 그런데 작년에 성적이 안 나와서 가장 많이 고통받고 손가락질 받은 사람은 다름아닌 페이커 그 자신이거든요.

설령 그것이 우승을 차지한 승자의 여유이든 비로소 작년의 고통을 다소 치유받은 것이든 저는 그렇게 한다는 것 자체가 참으로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 말이 났으니 말인데 어제 밤에 비로소 더 체이스 페이커 편을 봤는데 중반부에 심리검사 이야기 나온 뒤부터 보는 내내 밤에 꺼억꺼억 울기만 했습니다. 저도 제 나름대로는 재작년부터 상황도 건강도 굉장히 절망적이고, 지금도 하루에 몇 번씩, 심하면 수십 번도 지금 하는 일에서 내가 하는 게 맞는지, 내가 예전처럼 잘 할 수 있는지 의심하고 또 의심하다 보니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닌 상황이라 누가 스트레스를 받는다 하는 이야기 보면 - 물론 제가 페이커는 아니지만 - 고통받던 제 이야기 같아서 도저히 참고 그대로 보고 있을 수가 없더라고요.

더욱이 그게 제가 아끼는 선수라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예전에 이윤열 선수 고통받을 때 마음이 정말로 괴로웠던 때나 마찬가지인거죠. 그래도 보길 잘했다 싶습니다.


- 어떤 스포츠든 간에 저는 마음과 육체는 결국 따로 떼어놓기 어려운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야심차게 준비한 전략이 다 들통나 멘탈이 약해졌든, 아니면 반대로 가지고 있는 실력은 좋은데 멘탈이 약해서 제 실력을 못 보였든. 결국은 그것이 그리핀이라는 팀이 한 단계 더 성장하려면 극복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지켜보는 사람들이 그것을 극복하라는 심정으로 '노력'만 부르짖지는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마음이 부서졌든 실력이 잠시 떨어졌든, 때로는 노력만으로 극복하기 어려운 것도 있는 법이니까요.

- 그리핀 잘 했습니다. 2등도 잘 한 겁니다. SKT. LCK 7회 우승 축하합니다.


- The xia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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