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9/04/17 00:44:49
Name   The xian
Subject   차라리 그 악독한 자들이, 슬퍼하고 분노하도록 내버려 두었다면.
참으로 떠올리기도 민망하고 참혹한 상상을 해 봅니다.

세월호 참사에 대하여, 박근혜 정부가 온갖 못된 짓과 은폐행위를 하지 않고, 하다못해 정해진 보상 정도만 주고, 유족들이 슬퍼하고 사람들이 분노하도록 그대로 내버려 뒀다면 세월호 참사는 여느 국가 참사처럼 인재가 동반된 국가 재난으로만 남았을 확률이 매우 높았던 일이다 싶습니다. 박근혜씨가 재임 중 다른 대다수의 국정을 내팽개칠 때처럼 차라리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면 말입니다.

왜냐하면. 대개 사람의 분노와 슬픔은 '그것 만으로는' 슬프게도 그렇게 오래 가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분노하고 슬퍼한다 해서 이미 죽었던 사람이 돌아오는 게 아니고 잃은 것이 채워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그렇게 되었다면 세월호라는 이름은 어쩌면 이 나라에 인재가 동반된 재난이 또 일어날 때마다 가끔 이름이 불리는 것 외에는 조용히 지나갔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생각하고 상상합니다.

하지만 세월호는 지금껏 기억되고 있습니다.


왜 세월호는 지금껏 기억될까요. 간단합니다. 당시 그 사악한 자들이 그렇게 하지 않았으니까요.

참사를 교통사고쯤으로 취급하는 그들의 머리 속에서 국민들이 수백 명이 죽었다느니 뭐니 하는 건 그들에게 부차적인 문제였을 것입니다. 그 사악한 자들에게 있어 세월호 참사는 하루빨리 씻어내야 하는 오점이었고 티끌이었으며 그것을 씻어내고 그것으로 벌어지는 위기를 회피하고 없는 것으로 덮는 것이 그들에게 중요했을 것입니다. 희생당한, 그리고 상처받은 국민들을 보살피고 치유하는 것보다 말입니다. 박근혜씨 자신은 물론이고 박근혜 정부는 무죄여야 하고 책임이 없어야 했을 것입니다. 더 이상 구제할 수 없는 그 역적들의 머리 속에서는.

히히덕거리며 웃던 정신 빠진 대변인의 행동이나 국무회의 셀프사과 및 조문을 연출한 박근혜씨 등등을 비롯한 그 벌레만도 못한 위정자들의 머리 속에서 국가 재난으로 희생당하고 상처받은 국민들은 안중에도 없었습니다.


다들 아시는 이야기라 지겨울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만 그들이 한 만행 중 일부를 다시 떠올려 봅니다.

박근혜씨는 세월호 참사 당일 청와대 집무실에 출근하지 않고 관저 침실에 머물고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시시각각 대응을 했다고 말하며 '이것이 팩트입니다'라고 주장했으나 하나에서 열까지 거의 전부 조작된 것이었습니다. 비서실장과 국가안보실장은 썩어빠진 박근혜씨와 자기들의 범죄행위를 감추기 위해 보고 및 지시 시간을 조작했고 심지어 청와대가 재해의 컨트롤타워가 아니라고 법규를 자기 멋대로 날조하기까지 했습니다.

박근혜 정부와 당시의 여당인 새누리당은 세월호를 교통사고 취급하고 국론분열 운운하면서 마치 유족들과 희생자들을 국가의 적처럼 묘사하기까지 했습니다. 유족들과 희생자들을 욕보이는 행위입니다. 더욱이 세월호와 관련된 진실을 은폐하려 하고 특히 세월호 특조위에 부적격 인사를 위촉하는 등의 방법으로 조직적으로 방해하는 등 정권 및 당 차원의 세월호 진상 은폐를 반복적으로 진행했습니다. 마치 5.18을 다룰 때처럼.

또한 박근혜 정부 위정자들의 뜻대로 움직인 방송과 언론들은 유족들을 돈에 환장한 사람으로 만들기를 주저하지 않았으며 (심지어 대다수는 그 일을 반성조차 하지 않고 있습니다) 경찰과 군 기무사 등은 세월호 유족들과 주위의 사람들에 대해 자기 마음대로 성향과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등 불법 사찰하고, 심지어 이들을 좌파 등으로 낙인찍어서 국가에 해가 되는 세력으로 취급하였습니다.

뭐 이것 외에도 뒤져 보면 더 많이 나올 것입니다.


대한민국이란 나라에 산업화와 민주화를 거쳐 가면서 독재자 이승만, 박정희, 군사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전두환 등등 반민주적인 정부와 헌정 파괴자 아래 무고한 국민들의 희생이 아니 발생했던 정권은 없었고 민주화가 된 뒤에도 무고한 희생이나 재난으로 국민이 피해를 받는 일은 분명히 있었지만, 적어도 국가 재난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유가족들과 희생자들을 국가가 겉치레라도 지켜주지는 못할 망정, 국가가 방송과 언론과 경찰과 군 기무사 등을 동원해 국가의 적으로 낙인찍고 국익에 해가 되는 존재로 취급한 세월호 같은 예는 참으로 흔치 않은 일입니다.

그래서 세월호는 절대로 국가 재난만으로 남길래야 남길 수가 없는 것입니다.
삼풍백화점 붕괴, 성수대교 붕괴 등등의 인재와 동급으로 남기고 싶어도 이미 그렇게 남길 수 없는 존재가 되고 만 것입니다. 박근혜 정부의, 악마도 고개를 돌릴 정도의 사악한 만행 때문에.


당시 박근혜 정부, 즉 국정농단 세력의 중심에 섰거나, 거기에 빌붙어 먹던 자들이 세월호에 대한 피로감 운운하고, 세월호를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라고 부르짖고, 유족들에게 10억원이 어쩌구 하는 소리를 주워섬기며, 그런 행동에 대해 단죄와 비판은 하지 못할망정 이들의 행위를 애국이라 칭송하는 등, 사탄이 굽실거리며 배워야 할 정도로 악독한 짓이 바로 어제까지도, 아니, 어쩌면 지금 이 순간도 대놓고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이라면 세월호는 어쩔 수 없이 국가 재난 이상의 의미를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이고, 그것이 이 나라의 현실이겠지요.

그 악독한 자들은 자기들이 세월호로 인해 피해를 입고 자신이 지지하는 세력이 정권을 빼앗기고 아무 죄도 없는 박근혜씨 같은 사람들이 옥고를 치른다고 진심으로 생각하고 있으니 참으로 끔찍한 노릇입니다. 사탄에게도 그런 사악함은 없을 것입니다.

저는 세월호 유족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 때부터 지금까지 벌어진 악독한 일들을 생각하면 그들이 추종하는 독재세력이 무고한 자들을 죽이고 괴롭히던 대접을 백배 천배 더하게 해줘도 분이 풀리지 않을 지경이지만, 그래서는 안 되는 것이 현실이니 통탄할 노릇입니다.


아직도 어떤 사람들은 세월호를 안전 문제, 시민의식의 문제, 재난의 문제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세월호라는 참사를 단정짓기엔, 세월호의 피해 국민들을 둘러싼 박근혜 정부의 죄와 그 죄에 개입한 대한민국의 사회, 정치적 요소들의 범위가 너무나 크고 깊습니다.

아무리 안전이 개선되고 아무리 시민의식이 향상되고 아무리 재난에 대한 대비가 탁월해진다 한들.

재난으로부터 국민들을 보호해야 할 국가 권력이 보호는 커녕 재난 피해를 입은 국민들을 국가의 적으로 삼고 국가는 물론 정치, 언론, 군, 경찰 등등이 돌아가면서 반복적이고 집요하게 괴롭힌 극악한 범죄가 세월호 참사에 둘러싸여 있는 한. 그리고 그런 현실에 대해 단죄가 이루어지기는 커녕 잘못을 망각하고 심지어 이를 추종하는 무리들이 계속 존재하는 한,

세월호는 절대로 평범한 국가 재난으로 남을 수 없을 것이고,

세월호로 피해를 입거나 세월호가 마음 깊은 곳에 각인된 사람들 역시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건 어려울 것이라 생각합니다.


- The xian -



18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9086 사회차라리 그 악독한 자들이, 슬퍼하고 분노하도록 내버려 두었다면. 2 The xian 19/04/17 4088 18
    9628 정치차기총선 본인의 등록지역 국회의원들 재선될 거 같으십니까? 27 알겠슘돠 19/09/05 3524 0
    11629 정치차기 대통령은 윤석열도, 이재명도 아닐까? 16 Picard 21/04/30 3468 1
    11880 정치차기 대권 윤석열-이재명-이낙연 3강 구도가 되는가? 40 구글 고랭이 21/07/13 4026 0
    2607 육아/가정차가 생겼습니다. 12 Toby 16/04/13 5760 1
    5291 일상/생각차 사자 마자 지옥의 (고속)도로연수 47 SCV 17/03/26 4771 3
    5695 기타찜질방 이야기 -1- 7 개마시는 술장수 17/05/24 4137 1
    13592 일상/생각찌질하다고 욕해도 나는 지금도 군대에서 빼앗긴 그 시간이 너무 억울하고 아깝다 33 뛰런 23/02/23 3732 16
    707 방송/연예찌질의 역사가 영화화 됩니다. 10 Leeka 15/08/03 5601 0
    6710 창작찌질남 12 살찐론도 17/12/05 4072 13
    3083 창작쯧, 하고 혀를 찼다. 4 nickyo 16/06/21 3775 2
    9959 일상/생각쭈글쭈글 1 사이시옷 19/11/08 3744 6
    5301 일상/생각쪽지가 도착했습니다. 36 tannenbaum 17/03/27 4557 24
    1317 일상/생각쪼그만 회사 일상 #2 4 Las Salinas 15/10/22 7102 0
    1151 일상/생각쪼그만 회사 일상 15 Las Salinas 15/10/01 7775 0
    3382 기타짱구는못말려 16기 오프닝 [부리부리 댄스 파티] HD ver. 1 자동더빙 16/07/28 5470 0
    12273 여행짧은 제주도 여행에 대한 짧은 글. 3 늘푸른하루 21/11/14 3653 4
    9706 일상/생각짧은 이야기 1 구름비 19/09/26 3582 5
    6666 육아/가정짧은 유치원 이야기 13 CONTAXS2 17/11/28 4634 7
    1255 일상/생각짧은 에피소드으.. 19 눈부심 15/10/14 8738 0
    3160 일상/생각짧은 소식들 23 기아트윈스 16/06/29 3715 3
    8704 일상/생각짧은 세상 구경 6 烏鳳 18/12/30 5302 21
    10503 정치짧은 생각. 25 다키스트서클 20/04/17 4423 2
    1739 일상/생각짤막한 사랑 15 나쁜피 15/12/09 5134 0
    2915 일상/생각짤막한 레진코믹스 후기 36 Raute 16/05/29 5266 0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