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9/05/14 16:22:18
Name   Cascade
Subject   누군가의 글
느림이란 무엇일까요?
많이 생각해 보았지만
그 의미를 잘 몰랐었는데...
오늘 느림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동작역안에 이발소가 있어서
용기내어 들어갔더니
이발사 아저씨가 조용하게 맞아주시네요.
얼마냐고 여쭤보니 "팔천원" 헐~~
그렇게 오래된 의자에 앉으니
옛날 방식 그대로 커다란 수건을 몸에 둘러주고 얇은 수건을 목에 꽁꽁 묶고 하얀 스카프를 두르더니
조금은 투박한 가위로 써걱 써걱 가위질을 시작합니다.
씹히는 듯 잘리는 듯
쫑쫑쫑 가위질 소리에
내 머리는 졸기를 반복합니다
바리깡 기계음이 없이 계속되는 가위질은 더 없는 자장가였습니다.
얼마나 되었을까요?
스르륵 스카프를 벗겨내더니 이내 보온밥통에서  따뜻한 비눗솔을 꺼내 면도 준비를 합니다.
손바닥만한 신문 종이를 입에 물더니 가침없이 싹싹싹 밀어냅니다.
이내 머리를 감기위해 특별한 방법이 동원되지만 나는 계속 편안한 의자에 앉아있기만 하면 되었습니다.
샴푸가 끝나고 이발사의 스킬중에 수건으로 머리털기를 받고보니
정말 환상이더군요.
대충 물기를 털고 의자를 뒤로 젖혀서 어른 냄새라고 생각했던 스킨과 로션을 얼굴에 발라주고
다시 의자를 세우고 드라이를 시작합니다.
이리로 저리로 머리카락를 매만지며
모양을 잡으니
이제 이발이 끝났습니다.
오! 오! 오!
"감사합니다"가 절로 나옵니다.
그렇게 총 40분을
오직 나 하나를 위해 사용하셨네요.
느림이 느림이 될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작지만 큰 행복이 가슴속에서 밀려옵니다.

---------------------------------------------------------------------------------------------------------------------------------

+ 우리 아빠는 인스타 감성이 풍부한 것 같아요.
++ 이거 카톡으로 보내주면서 사진까지 곁들여 보내셨...
+++ 혹시 글을 지울 수도 있다는 점 미리 알려드립니다 ㅎ



15
  • 이 글은 좋은 분께서 쓰신 글이다.
  • 멋쟁이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6767 일상/생각누군가 옆에서 항상 나를 지도해주는 느낌 8 망고스틴나무 17/12/14 4316 0
4245 일상/생각누군가가 일깨워 주는 삶의 가치 13 까페레인 16/11/28 3754 1
4909 일상/생각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것 7 HD Lee 17/02/17 3983 8
9193 일상/생각누군가의 글 12 Cascade 19/05/14 4778 15
5218 일상/생각누군가의 운구를 함께 한다는 것 8 그럼에도불구하고 17/03/17 3896 23
11771 사회누군가의 입을 막는다는 것 17 거소 21/06/09 4366 48
8656 꿀팁/강좌누끼 자동으로 따주는 사이트 17 토비 18/12/19 47177 6
8468 경제누나들이 울었대 7 mmOmm 18/11/05 5489 2
14372 일상/생각누나와의 추억 1화 큐리스 24/01/01 1492 3
14375 일상/생각누나와의 추억 2화 2 큐리스 24/01/01 1573 1
14376 일상/생각누나와의 추억 3화 12 큐리스 24/01/02 1615 1
14377 일상/생각누나와의 추억 4화 18 큐리스 24/01/02 2008 2
1345 일상/생각누드에 대한 단상(후방주의) 54 눈부심 15/10/26 24653 2
8721 오프모임누얼이의 월요일 맛벙 첫번째 시간 - 아웃백 21 니누얼 19/01/02 4442 8
5731 일상/생각누워 침뱉기 16 tannenbaum 17/06/01 3983 23
11341 일상/생각눈 가리고 아웅아웅 1 사이시옷 21/01/15 3846 7
5007 창작눈 길이 쓰다듬는 사이 2 二ッキョウ니쿄 17/02/25 2858 0
2045 도서/문학눈 뜬 봉사 4 눈부심 16/01/18 4426 0
4567 일상/생각눈 마주치기 31 은머리 17/01/08 4893 5
6796 오프모임눈도 오는데 함 모여 봅시다.(취소) 33 tannenbaum 17/12/20 4873 5
14936 문화/예술눈마새의 '다섯번째 선민종족'은 작중에 이미 등장했을지도 모른다. 6 당근매니아 24/09/22 916 0
1773 방송/연예눈물은 왜 짠가 (feat. 김제동) 1 홍차먹다빨개짐 15/12/15 9569 0
7906 일상/생각눈물하구 기적 4 알료사 18/07/21 4478 8
4662 음악눈이 오면 생각나는 노래 2곡 3 NightBAya 17/01/20 4432 0
3872 게임눈치게임 107 Toby 16/10/11 5124 0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