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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19/05/26 16:54:30수정됨 |
Name | 저퀴 |
Subject | 토탈 워: 삼국 리뷰 |
토탈 워: 삼국을 플레이해봤습니다. 한번 엔딩을 봤고, 플레이 시간은 20시간이 조금 넘네요. 권장 사양 정도의 PC로 플레이했고 캠페인에서 제공되는 두 모드 중에서 연의 모드만 택해서 플레이했습니다. 우선 토탈 워 시리즈는 언제나 그 해에 손 꼽히는 고 사양의 PC 게임이었고 발매 직후에는 늘 불안정한 편이었는데 이번 작은 상당히 안정적입니다. 여러번 발매 연기를 해서 최적화 문제나 심각한 버그는 찾아보기 힘듭니다. 캠페인을 시작하면 배경에 대한 설명이 담긴 삽화와 나레이션 다음으로 보게 되는 월드 맵은 놀라울 정도로 화려합니다. 전 토탈 워가 월드 맵이 장점이었던 적이 한번도 없었다고 생각하는데 이번 작만큼은 훌륭합니다. 대신 함께 눈에 띄는 UI는 하면 할수록 실망스럽습니다. 로마 2부터 이어진 '한 눈에 모두 보기'에 집중된 건 좋은데, 단색 위주의 직관적인 아이콘에서 바뀐 새 UI는 이걸 설명이 없으면 뭔지 구분조차 안 가는 내정 창이라서 볼 때마다 혼란스럽고, 개혁 트리나 외교 창도 고 해상도를 기준으로 디자인했는지 고개를 자꾸 돌려가며 설명을 읽어야 할 정도로 한 눈에 잘 안 들어와요. 거기다가 튜토리얼도 여전히 별로인데다가 설명도 글을 읽어주는 게 고작이라서 형편 없는 UI와 시너지를 냅니다. 만일 토탈 워를 전에 해본 적이 없고 특히 전략 게임을 별로 안 해봤으면 첫 인상이 별로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전략 게임인 토탈 워 시리즈의 정체성은 아주 잘 지켰습니다. 쇼군 2처럼 동아시아 배경의 토탈 워는 정체성이 다른 국가 간 싸움이 아니라 개인의 군벌 간의 경쟁이라서 서로 개성이 드러나지 못할 수도 있는데 이번 작은 그런 점을 해결하려고 무진장 노력한 흔적이 보이고, 실제로도 잘 지켜졌습니다. 특히 세력 별로 고유의 메커니즘까지 충실히 구현해서 비슷한 지역의 다른 세력을 골라서 플레이해도 플레이가 강제되지도 않고 색다릅니다. 그리고 삼국지를 잘 아는 한국이나 중국 플레이어라면 큰 문제가 되지 않을텐데 그게 아닌 사람 입장에선 인물 간 관계가 이해를 못 할 수도 있겠다 싶더군요. 예를 들면 장군 간 이벤트는 왜인지는 설명을 안 하고 결과만 보여주거든요. 전 삼고초려 이벤트 같은 건 공개했던 트레일러라도 삽입할 줄 알았는데 별거 없더군요. 대신 굳이 단점을 뽑아보자면 토탈 워 시리즈라면 납득이 될만한 수준이겠지만 개개인에 대한 묘사나 시스템 내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부족합니다. 만일 코에이의 삼국지 시리즈나 패러독스의 크루세이더 킹즈 같은 롤 플레잉을 생각했으면 아쉬울 수 있어요. 발매 전에는 이런 요소를 장점으로 내세우려고 구상은 한 것 같은데 막상 기존의 토탈 워 시리즈하고 큰 차이는 없다고 봐요. 전반적인 게임 밸런스에도 다소 문제가 있어요. 아군 영토 내에서 아군보다 적군이 더 빨리 움직여대서 포위하지 않으면 죽어라 추격해도 잡지 못하는 모습이나 전투에서는 궁병의 화력이 너무 강해서 발매 직후의 쇼군 2를 보는 것 같더군요. 공성전은 성의 방어 시설이 지나치게 강하고 벽을 부수기는 너무 쉬워서 미디블 2 시절처럼 일단 벽부터 부수고 시가전만 붙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반대로 더 좋아진 부분도 있는데 외교는 상대적으로 전작보다 유연하고 다양하게 행동할 수 있고, AI도 그렇게 행동합니다. 전투에서도 AI는 우회 돌격을 능숙하게 선보이는데 최소한 성 안에서 길도 못 찾아서 한참을 돌아다니던 수준에선 벗어났습니다. 첩보 시스템은 절반의 성공처럼 보입니다. 전작처럼 요원이 너무 비중이 높고 강력해서 불쾌한 경험을 줄 때가 많았는데 그거에 비하면 비중도 적절해서 좋습니다. 그런데 40명 가량의 전용 초상화를 받은 전설적인 장군들이 게임이 시작하자마자 첩자로 나와 있으면 그건 삼국지를 몰라도 눈치챌 수 있어요. 큰 문제는 아니지만 번역도 살짝 별로입니다. 이게 정확히 무슨 시스템인지 이해를 못 하고 번역해놔서 게임을 플레이하는 입장에선 무슨 소린가 싶을 때가 조금씩 보여요. 대신 이게 한국어인지도 모르겠다 수준의 번역까진 아닙니다. 이번 작에서 제공하는 더빙은 영어, 중국어, 한국어를 다 들어봤는데 영어 빼면 다 괜찮습니다. 마지막으로 멀티플레이는 제가 쇼군 2의 아바타 컨퀘스트 이후로 토탈 워 시리즈의 멀티플레이에는 전혀 관심이 안 가서 일절 안 건드렸습니다. 기존의 로스터를 결정하고 전투로 승부를 보는 멀티플레이 틀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번 토탈 워: 삼국은 길고 긴 연기를 통해서 안정적인 발매가 이루어졌고 완성도에 있어서도 대부분의 추가점은 만족스럽습니다. 영웅 개인과 가문에 서사를 맞추는 롤 플레잉을 기대했으면 다소 실망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전략 게임으로는 최근 나온 작품 중에서 가장 좋습니다. 시리즈 전반을 돌아봐도 완벽까진 아니더라도 손에 꼽힐만합니다. 특히 워해머에서 시작된 영웅 위주의 전투는 토탈 워 시리즈와의 괴리감을 너무 주지 않는 선에서 아주 잘 계승했다고 봅니다.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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