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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19/08/01 14:41:12 |
Name | 그대지킴이 |
Subject | 돈 못 버는 LCK, 이대로 괜찮은가? |
※ 새벽에 일찍 깨서 두서없이 쓴터라 정리가 잘 되지 않았습니다. 더구나 개인적인 생각도 많은터라 그냥 재미로 봐주시길 바랍니다 :) 1. 리그오브레전드가 오랫동안 자리 잡으면서 e스포츠 시장은 확실하게 커졌습니다. e스포츠에 몇 백억씩 투자하는 뉴스가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선수 연봉이 스포츠 스타들처럼 몇 억이 기본입니다. 그런데 정작 LCK 구단들은 돈을 못 벌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2. LCK 10개 구단 중 대기업이 창단한 곳은 SK텔레콤 T1과 kt롤스터, 그리고 한화생명e스포츠 입니다. 나머지 구단들은 제법 건실한 IT 기업 혹은 뉴미디어 스타트업입니다. 진에어는 형식상 네이밍 스폰서로만 남았고, 한국e스포츠협회에서 실질적으로 운영하고 있으니 번외에 가깝군요. 3. 2018년 LCK 1군 선수의 평균 연봉은 1억 7558만원(출처 : 2018e스포츠 실태조사 보고서)입니다. 계산하기 쉽게 선수 1명당 1억이라고 하면 연봉으로만 최소 5억원에서 최대 10억원의 비용이 나갑니다. 여기에 숙소 생활에 필요한 관리 비용은 월 몇천만원이 넘게 소비됩니다. 감독, 코치를 비롯한 코칭스태프와 사무국 직원들의 인건비는 빼더라도, LCK 1군이라면 달마다 1억 가까이 비용이 나갑니다. 1년이면 12억이네요. 물론 상위권 팀들은 더 많이 쓰겠죠? 4. 기본적인 운영비가 '억'소리나는 데 비해 수익은 매우 적습니다. 먼저 우승 상금부터 볼까요? 2019년 LCK 스피링 상금은 2억 9500만원으로 우승했을 시 1억원을 받습니다. 상금을 받더라도 고스란히 구단의 수익으로 남지 않습니다. 세금을 뗀 몇천만원의 금액을 또 선수들과 나누기 마련이죠. 그러면 우승을 해도 손에 남는 건 사실 상 얼마 안됩니다. 마치 월급날의 제 통장을 보는 것 같은 기분이군요. 5. 스포츠 구단의 주요 수익 중 하나인 MD상품(굿즈) 판매는 기대보다 성과가 미비합니다. 매 시즌 각 구단들마다 유니폼, 휴대폰 케이스, 피규어 등 다양한 상품을 내놓지만, 판매량이 적어 수익에 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그나마 T1은 판매량이 높지만, LCK 규격 외의 글로벌 인기구단이니까요. 6. 우승 상금도 적고, 굿즈 판매도 미비하고. 그러면 스포츠 구단의 백미인 이적료는 어떨까요? 현재 선수와 구단 사이에서 계약 기간은 최소 1년입니다. 최근에는 장기 계약도 나오고 있지만, 아직도 대부분의 선수들은 구단과 1년 계약을 맺고 있습니다. 그래서 서머가 끝나면 이적료 없이 선수들의 이적이 이뤄집니다. 법적으로 문제될 것은 아무것도 없지만, 구단 입장에서는 1년 동안 스타 플레이어의 연봉을 다 주고도 이적할 때는 한푼도 못 받습니다. 예를 들자면 2018년 서머에 강등한 'BBQ 올리버스'는 몇 억의 연봉을 주고 유명 선수들을 데려왔지만, 최악의 경기력으로 팀이 강등하고 말았습니다. 선수들은 계약이 끝나서 이적료 없이 다른 팀으로 이적했고요. 구단 운영이 엉망이었던 것과 연봉은 연봉대로 쓰고 구단 수익은 아무 것도 없었던 셈이죠. 7. 구단 수익의 핵심 중 하나인 스폰서십 역시 부족합니다. 이건 한국 특유의 시장성 때문이기도 합니다. 미국이나 유럽, 중국은 그나마 수익이라고 부를 수 있는 스폰서십 후원이 있으니까요. 그런데 한국 시장을 노린 스폰서십은 보통 현물로 지원됩니다. 월 몇 백만원 상당의 현물, 그리고 약간의 현금. 해외 대회에 자주 나가는 구단은 더 나은 계약을 받기도 하지만, LCK의 위상에 비하면 정말 말도 안 되는 금액입니다. 그나마도 차라리 해외 구단을 후원하는 기업이 많아서 LCK 구단은 계약하기도 힘든 상황입니다. LCK 스폰서십에 중국 인터넷 방송국이 많은 이유도 그냥 스폰서십으로는 비용이 적으니 방송을 추가로 계약하기 때문입니다. 8. 이런 저런 수익들을 모두 합쳐도 구단은 매번 적자를 보게 됩니다. 라이엇게임즈도 이런 상황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1부 리그에 있으면 연간 1억씩 총 10억원을 지원해줍니다. 구단마다 1억씩이네요. 구단마다 월에 1억을 넘게 쓰는 데 1년에 1억이라... 다행히 부족하다고 생각했는지 추가로 아이템 판매 금액의 25%를 리그와, 구단, 선수 등에 배분하는 정책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리그와 선수들과 나눠야 하니 실질적으로 구단에게 돌아가는 금액은 적은 편입니다. 결국 쓰는 비용에 비해서는 택도 없는 상황이죠. 9. 결국 현재 LCK에서 구단을 운영하는 건 마케팅 비용입니다. 자사 브랜드를 알리기 위해 매몰 비용을 쓰는 셈이죠. 1년 광고 비용과 연간 구단 운영비를 비교했는데, 구단 운영비가 더 많이 든다? 아니면 회사가 구단을 운영할 정신이 없다? 그러면 진에어처럼 운영을 포기하게 됩니다. 현재 네이밍 스폰서지만, 일부 운영비를 제공하고 있을 뿐 거의 손을 뗀 상황이니까요. 스베누 코리아도, CJ 엔투스도 비슷합니다. 구단 운영이 마케팅인 상황에서 마케팅이 되지 않으면 구단을 포기할 수밖에 없으니까요. 진에어 그린윙스가 1부 리그에 있는데도 쉽게 인수가 되지 않는 이유도 이처럼 운영 비용이 어마어마하기 것도 주요 원인일 겁니다. 10. 구단들도 이런 문제를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새 수익 모델을 찾기 위해 고민 중입니다. 선수 연봉이 적어서 운영비가 적을 때는 "그냥 광고하는 셈 치자"라고 할 수 있었는데, 이제는 운영비가 너무 많아졌거든요. 그리고 구단들은 이미 국내 시장의 한계를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해외 시장을 노리고 있죠. 최근에 유튜브에 올라오는 LCK 구단들의 영상 콘텐츠를 보면 작년과는 기획과 때깔이 모두 다릅니다. 컴캐스트의 투자를 받은 T1은 그야말로 차원이 다른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고, 다른 팀들도 못지 않게 뽑아내고 있습니다. 물론 이 와중에 kt롤스터는... 11. 개인적으로 한국에서 구단 운영만으로 수익을 내는 건 정말 불가능에 가까운 것 같습니다. 이는 대부분의 경기를 온라인 소비하는 e스포츠의 특수성 때문입니다. 거기다가 한국 시장 자체가 작은 이유도 있겠죠. LCS의 팀 리쿼드, TSM, C9이나 LEC의 프나틱, G2, SK게이밍은 MD 판매와 스폰서십으로 수익을 내는 전통의 구단들이니까요. LPL이야 말할 것도 없고요. 시장의 차이란 거죠. 12. 가장 좋은 건 라이엇게임즈가 장기적으로 EPL이나 MLB, NBA처럼 거액의 중계권료를 받아서 각 리그의 구단들에게 배분하면 좋겠지만, 협회도 아니고 사기업에게 바라기에는 좀 어려울 겁니다. 결국 현재 LCK는 마케팅 비용으로 1년에 10억 이상 쓸 수 있는 팀들만 남을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습니다. 과연 각 구단들은 이 위기를 넘어설 수 있을까요? 사족1. LCK는 좀 낫습니다. 시청자 뷰도 높고, 유명도만큼 기업들의 관심도 크니까요. 하지만 배틀그라운드나 포트나이트, 스타2를 운영하는 국내 구단들은 관계자들이 영혼을 갈아넣는 열정 페이로 운영되는 곳이 많습니다. 그나마 오버워치는 블리자드가 MBL처럼 운영하려는 모양이지만, 너무 큰 그림을 그렸는지 완성도 하기 전에 찢어지게 생긴터라.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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