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9/08/15 14:04:29
Name   착각범
Subject   [엽편소설] 빚어서 날카로운 물방울
너는 마음 깊숙이서부터 치받친 울음을 도로 억눌러 삼켜 보이고 있다. 

나에게 눈물은커녕 울음소리조차 주지 않겠다는 양으로. 

내 손길을 저어하며 뻣뻣이 굳은 몸뚱이가, 분명 미칠 듯 괘씸하면서도 가련하기 그지없다.

너의 어깨가 들썩일 때, 내가 내미는 손을 밀어낸 채 나를 애태우며 제 몸을 감싸는 너의 팔이 밉다. 

짙고도 탁하여진 나의 마음을 움켜 담아 부드럽고 찬란한 빛으로 에워싸고, 내 울대를 빌려 그것을 소리로 내보냈다. 

네 잘못이 아니노라, 하며 너의 귀를 적시고 네 그 참담한 심정을 헤아리는 흉내를 내며 다시 한번 손을 뻗었다.

얼마나 힘들었느냐, 하고 내 목소리가 나보다 먼저 너를 감싸고 어르는 듯했다.

너의 울음소리는 점점 갓 난 배기의 것을 닮아갔으니. 

네 목덜미를 매만지며 네 머리칼 한 올마저 이 손으로 낚으려 했다.

네 귓바퀴에 더는 외롭지 않을, 사무치지 않을 낱말들을 흩뿌리며 내 팔 안에 너를 가두었다. 

너를 기어이 나의 품, 곧 너의 나락으로 떨어뜨렸다.

네 울음소리가 잦아들 줄을 모르고 이어졌다.

그마저도 더할 나위 없이 흔쾌한 이 공중의 어디선가 다른 소리가, 이름 모를 혹자의 울부짖는 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다.

어째서인지 그 소리는 나의 목전에서 울고 있는 네 소리보다 더욱더 크게 들려오더니, 북채를 쥐어 내 귓가를 두들기고 날카로운 손톱을 세우고 내 가슴을 찢어놓았다. 

네가 우는 것이 무어라고 내 가슴이 이리도 갈래갈래 찢어지느냐?

어쩌면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은 네가 아니었다.

내가 깎아 빚고 네 눈물방울로 완성된 폭포에 떨어진 것은 네가 아닌 나로구나. 

나마저 얼룩지게 할 너인 것을, 나를 파멸로 몰고 갈 너인 것을 그제야 알아챈 내가 너를 뿌리치지 아니한 것은 그 찰나에도 너의 가련한 몸뚱이가 지독하게 달고도 기꺼웠던 까닭이렸다.


<빚어서 날카로운 물방울>



1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3793 오프모임[오프모임] 5월 6일 토요일 14시 신촌 노래방 30 트린 23/04/28 2284 1
    10625 오프모임[오프모임] 5월 28일 목요일 6시 반 신촌 도란도란 해피해피 28 분투 20/05/27 4110 12
    12685 기타[오프모임] 4월 9일 토요일 18시 문래역 형제상회 어떠세요. 51 트린 22/03/31 3911 4
    7612 오프모임[오프공지]선릉뽕나무쟁이족발 48 무더니 18/06/01 4669 7
    11524 오프모임[오프]3/27(내일) 서촌 스태픽스_카페 각자 할 거 하는 벙(?) 28 제루샤 21/03/26 5197 8
    13810 오프모임[오프 모임 재공지] 5월 6일 토요일 15시 신촌 노래방 19 트린 23/05/02 2570 1
    9560 게임[오버워치] 스테이지 4 2/2/2 도입의 승자와 패자 1 Fate(Profit) 19/08/18 3666 1
    3186 게임[오버워치] 경쟁전 배치고사 후기 2 쉬군 16/07/04 3853 0
    3610 창작[예전 뻘글] 마지막 오리온 4 SCV 16/08/30 3346 0
    9238 방송/연예[예능 톺아보기 시리즈] 1. <대탈출>은 왜 대중성 확보에 실패했을까? 11 한신 19/05/27 7523 12
    9395 영화[예고편] 정두홍 주연 영화라는 <난폭한 기록> 1 파오 19/07/04 5013 0
    12753 정치[옆동네 펌] 손석희 앵커와 문재인 대통령 대담 20 Groot 22/04/26 4268 0
    10108 기타[영화리뷰] 도대체 무엇을 터트리고 싶은 것인가 <백두산> 3 왼쪽을빌려줘 19/12/23 4509 1
    314 기타[영화] 쥬라기월드 소감 (스포일러 주의) 3 존코너 15/06/12 8217 0
    2588 영화[영화] 독립영화 Removed 입니다. 4 까페레인 16/04/10 4420 3
    7857 방송/연예[영업글] 처음 써보는 프로듀스 48 참가자 시타오 미우 연습생 홍보글입니다. 30 세인트 18/07/16 7780 3
    13053 일상/생각[영양無] 양심이 무뎌지면... 7 Picard 22/08/04 3079 8
    14803 문화/예술[영상]"만화주제가"의 사람들 - 1. "천연색" 시절의 전설들 4 허락해주세요 24/07/24 903 5
    9549 창작[엽편소설] 빚어서 날카로운 물방울 2 착각범 19/08/15 3949 1
    5501 문화/예술[연극 후기] 쉬어매드니스 4 와이 17/04/23 4314 2
    14185 오프모임[역벙개] 한끼줍쇼 ~칡의 적상산 여행~ 13(대전) & 17~19 39 23/10/11 2234 5
    187 기타[엘가] 위풍당당 행진곡 - 오르간에 대해 아시나요? 24 표절작곡가 15/06/03 9109 0
    9145 영화[엔드 게임 강스포] 루소형제의 Q&A 10 빠독이 19/05/01 3888 3
    9300 꿀팁/강좌[엑셀월드] #6. vlookup, countifs, sumifs 2 Iwanna 19/06/11 7183 4
    8382 꿀팁/강좌[엑셀월드] #5. 공부 타이머 + 체크리스트(1) 10 Iwanna 18/10/16 9855 10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