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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9/08/24 19:59:45
Name   AGuyWithGlasses
Subject   [사이클] Marcel Kittel의 이른 은퇴


2년 전 투르 드 프랑스에서 당시 QuickStep 소속이었던 독일 출신의 스프린터 Marcel Kittel은 무려 5개의 스테이지 우승을 가져가며 당대 최강의 스프린터임을 입증합니다. 비록 사간이 Stage 5에서 실격되어 자리에 없긴 했습니다만 당시 키텔이 보여주었던 퍼포먼스로는 사간이 계속 투어를 뛰었더라도 글쎄 저 중에서 한번은 막았을까 싶긴 합니다. 비록 Stage 17에서의 낙차로 투르를 퇴장하며 그린 저지를 입지는 못했습니다만, 누가 봐도 TDF 최고의 스프린터는 키텔이었죠.

키텔은 현재 UAE의 페르난도 가비리아처럼 프레임이 좀 얇았습니다만 공간만 주어진다면 펠로톤에서 가장 빠른 스프린터였습니다. 2016년까지는 오픈에서는 가장 빠르지만 길이 좁거나 그라이펠 같은 떡대와 경합하면 곧장 밀려나던 선수였습니다만, 연차가 어느 정도 쌓이고는 몸싸움을 최대한 피해서 없는 공간을 쑤시고 들어가는 능력이 일취월장했죠. 2017년에는 그 능력이 모두 만개하였고, 말도 안되는 퍼포먼스는 모두를 전율케 했습니다.

그리고 2년이 채 지나지 않은 2019년 5월, 마셀 키텔은 1년 전 이적했던 새 팀인 카츄사-알페신과의 계약을 상호 해지하고 휴식을 선언했고, 2019년 8월 24일 오늘 프로에서의 은퇴를 선언합니다. 부상이 아닌 멘탈 이슈가 그를 2년도 안 되는 기간에 정상에서 해수면까지 끌어내려버린 거죠.

프로의 세계에서 최정상에 오르는 것은 굉장히 어렵습니다. 하지만 한번 최정상을 밟아보게 되면 많은 것들이 달라진다고 하죠. 자신이 갓 쌓아올린 업적에 대해 다른 선수와 팀들의 무수한 공격이 들어올 것이고, 스폰서는 당연히 최고가 되었으니 다음 번에도 최고의 자리에 변함없이 있을 것을 당연히 주문합니다. 프로는 그야말로 약육강식의 최정점. 성적이 모든 것을 대변해주는 것이죠. 특급 스프린터면 GC라이더급, 어떤 경우는 그 이상의 인기와 연봉을 누릴 수 있고, 그에 뒤따르는 책임을 지고 연봉에 상응하는 경쟁을 요구받습니다.
키텔은 2017년 TDF 이후 계속되는 압박을 도저히 견디지 못했던 것입니다. 그러면서 선수로서의 의욕조차 상실해 버린 거죠. 한 가정의 아버지로서 자라라는 아이의 모습을 시즌 중에는 스카이프로만 봐야 하고, 시즌이 끝나도 가정을 돌보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는 불안정한 생활에 대한 회의. 오로지 압박 압박, 그리고 압박만이 존재하는 프로로서의 삶.

보통 선수가 이런 모습을 보이면 꺼어어억으로 대표되는 비판과 프로 의식에 관한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나오게 됩니다. 본의 아니게 글이 키텔에 대한 실드글이 되었는데 뭐 최고의 스프린터로 생각하고 영입했는데 1년 반만에 계약 깨고 나가서 돌연 은퇴하면 그게 선수로서 할 일이냐는 비판은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프로로서는 좀 많이 아니라는 생각을 합니다. 하지만 저도 앞자리가 3으로 바뀌고 나서부터는 약간씩 생각이 바뀌더군요. 참 저 직업이 아무리 스폰서의 돈과 팬들의 인기를 받고 일하는 거라지만 별로 할 짓은 못 되구나 같은 생각...

사실 저게 프로냐라던가 안타깝다는 생각보다는 그냥 좀 허망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2년 전에 이렇게 커리어가 끝날 거라고는 정말 단 한 번도 상상을 못했거든요. 카츄사-알페신이 물론 선수 매니징 드럽게 못하기로 유명한 팀이긴 한데, 그렇다고 그 불화의 중심이었던 알렉산더 크리스토프가 바로 퇴물이 되지는 않았습니다. 지금도 주요 대회에서 여전히 우승권에 있는 스프린터 정도의 평가는 받습니다. 그런데 키텔은 딱히 그런 문제도 아니었고 자기의 멘탈 문제로 인한 은퇴...
사람이라는 게 놀라울 정도로 강할 때도 있는데 한순간에 약해지기도 하고 참 그렇네요.

티탐게에 적긴 좀 횡설수설이긴 한데 탐라에 적긴 너무 가볍고 부엘타 글도 안 쓰는 마당에 사이클 글은 꾸준히 올리고 싶고ㅋㅋ 그래서 함 적어봤습니다. 아마 부엘타는 시청을 안할 계획이라 이적시장 이야기를 시장이 정리되는 대로 좀 해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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