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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9/09/20 22:14:49
Name   swear
Subject   가족
"분명 여 놔뒀는데 안 보이네...참.."

아버지는 내 주민등록증을 도저히 못 찾겠는지 연신 투덜거리면서도 계속 찾으셨다.
추석 전에 드디어 찾았다고 하셨는데 그새 그걸 잊어버리셨나 보다.

어릴 때는 아버지 기억력이 참 좋다고 생각한게 한 두 번이 아니었는데 어느새 시간이 이렇게 흘러서 얼마 전 일도 한 번씩
깜빡 깜빡 하시는 모습을 보니 마음 한 켠이 아려온다.

"이 봐라. 곱제?"
"어? 어어.."

아버진 주민등록증 대신 할머니가 시집 오기 전 사진을 보여주면서 미소를 보이셨다.

그리고 난 그 사진을 보자 어릴 때 아버지가 했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어느 가족과 같이 어릴 때 우리 집도 일주일에 서 너번은 자주 싸울 때는 하루에 한 번씩 싸우곤 했는데
그게 유독 심해지는게 명절 때였다.

티비를 틀면 명절 스트레스니 고부갈등이니 그런 걸로 방송을 많이 하다보니 난 모든 집이 다 그런 줄 알았다.
크면서는 생각보다 화목한 집도 꽤나 많다는 걸 깨닫고 부럽기도 했었고..


그때도 추석연휴의 마지막날 집으로 돌아오며 차 안에서 이미 아빠와 엄마의 싸움은 시작되고 있었고,
누나들과 나는 또 시작이구나 하고 그러려니 했지만...싸움은 좀처럼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집에 와서
그 불똥을 누나들과 나한테까지 날아왔다.

그런데 그 불똥 중 내가 한 일이 아닌 걸로 혼나자 나는 무척이나 억울했다.
같이 방을 쓰지만 난 깨끗하게 치워놨는데 왜 싸잡아서 나도 같이 혼나지라는 마음에 엄마가 방에서 나가자마자
큰 누나와 대판 싸웠고, 그 소리에 아빠가 내 손을 잡아 끌고 밖으로 데리고 나갔다.

"내가 안 그랬다고!! 난 방 깨끗하게 치웠는데 누나가...누나가.."

말이 다 끝내지도 못하고 서러운 마음에 눈물이 터져나왔고, 아빠는 그런 나를 데리고 슈퍼에 가서 아이스크림을 사서
손에 쥐어 주었다.

"사내자슥이 뭐가 그리 서럽다고 울어대노? 자..이제 이거 들고 고만 울어래이. 알긋제?"
"어...어어.."

난 이미 아이스크림이 손에 쥐어준 순간부터 울음이 뚝 그쳐 있었고, 아빠는 그런 나를 보며 빙긋이 미소를 지으며 집 근처
강가에 데리고 갔다.

"아빠는 중학생 되던 해에 엄마가 돌아가셨데이. 고혈압이었는데 돌팔이 한의사가 침을 잘못 놔서 갑자기 팍 쓰러져가지고..하루도 안되서
돌아가셨는데 나는 아직도 그때 엄마 얼굴이 생생하게 남아있대이. 나는 엄마한테 살면서 한 번도 말대꾸도 한 적도 없고..아직도 엄마가 한 번씩 꿈에 나오고 그칸다. 지금도 엄마가 다시 살아 오신다 하면 평생 업고 지낼 수도 있데이..그만큼 엄마가 보고 싶고 그렇다. 니도 지금은 모르겠지만 아빠 엄마 죽고 나면 후회되고 보고 싶고 그럴끼다. 무슨 말인지 아나?"

"어..안다.."

"그리고 누나가 잘못한 걸로 막 억울하고 그래도 조금 참고 그럴 줄도 알아야 된다. 그걸로 막 누나한테 대들고 싸우고 그러면 되나? 아빠는 열 살 때 동생이 떡 먹고 급체해서 갑자기 허망하게 그리 됐는데..크면서 한 번도 싸우고 그런 적 없다. 같이 그래도 피를 나눈 남매인데 왜 그리 치고 박고 싸우노.. 좀 억울한 거 있어도 참고 양보도 하고 배려도 하고..그런게 가족이고 형제 남매 아이가..그렇제?"

"어어...알겠다.."

"그래 사내 대장부는 마음도 좀 넓고 그래야 되는기라. 그래 마음 좁게 쓰고 하면 대장부 되긋나? 엄마 말도 잘 듣고 누나들하고도 사이 좋게 지내고 알긋제?"

"어어.."



그 당시에 열 살 밖에 안되는 나이였지만 아빠의 이야기에 많은 생각이 들었고 가족들에게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생각이 그럴 뿐..타고나기를 까칠한 성격이다 보니 그 후에도 누나와도 싸우고 엄마한테도 한 번씩 말대꾸를 하기도 했다.
물론 빈도수는 그 이야기를 들은 후 훨씬 줄어들었지만..









" 뭐 그리 보고 있노? 여 와서 빨리 음식 하는거 안 돕고"

사진을 보며 잠시 옛날 생각에 잠겨 있다 어머니의 잔소리에 다시 현실로 돌아와 열심히 명절 음식을 준비를 도우러 주방으로  향했다.
이번 추석은 싸우지 말고 별 탈 없이 무사히 넘어가길 바라며.. 나의 욱하는 성미를 더욱 더 죽일 수 있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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