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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19/10/02 16:21:44 |
Name | 메존일각 |
Subject | 한국 지하철에서 자유롭게 대화하는 일본인 |
10년 정도 된 얘기입니다. 저는 당시 약속이 있어 오후 시각에 2호선 지하철을 타고 어디론가 가고 있었습니다. 승객들은 적당히 탄 정도였고 조용한 분위기는 아니었는데, 같은 차량 내 어떤 일본인 두 분이 거슬릴 정도는 아니지만 조금 시끌시끌한 수준으로 대화를 하고 있었습니다. 한국인들이었다면 그런가보다 했을 텐데, (상식선에서 알고 있었고 몇 번인가 봐왔던) 지하철에서 보통 침묵을 지키는 일본인들이 외국인 한국에서 눈치를 보지 않는다는 게 개인적으로 신기했습니다. 그리고 그때의 흥미로운 기억을 (지금은 운영하지 않는) 블로그에 올렸습니다. 오래된 일이라 정확한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데, 일본에는 메이와쿠(迷惑)라는 문화가 있다.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 것이 미덕이고, 이를 어기면 눈총을 받으므로 동일한 공동체인 일본에서는 스스로를 억제하여 침묵을 지켜야 했을 것이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그런 규칙에 구애받을 필요가 없기 때문에 그렇게 스스럼없이 행동했던 것이 아닐까? 정도로 마무리를 지었을 겁니다. 그런데 이 글이 일본의 어떤 웹으로 번역되어 퍼날라가졌습니다. 눈알 아이콘이 있던 당시엔 제법 유명한 커뮤니티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글을 퍼나르신 분이 한국 등 외국에서 바라보는 일본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옮기시는 것 같더군요. 댓글이 상당히 많이 달리는 뜨거운 반응에 놀랐더랬죠. 본토인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저도 궁금하여 내용을 쭉 살펴보니 공감하는 반응이 4할 정도, 내용이나 저를(?) 비난하는 반응이 6할 정도였습니다. 공감하는 반응 중엔 '재미있다' '그럴 수 있다' '일본인들은 지나치게 남 눈치를 본다' 등이 있었고, 비난하는 반응 중엔 '거짓말이다 '거짓말하지 마라'가 가장 많았는데요. 가장 재미있던 반응은 '떠든 건 자이니치(在日)였을 거다'라는 거였죠. 당시 한국에선 일본의 혐한 기운을 지금처럼 크게 느끼지 못했던 터라 이상하리만큼 적대적인 반응에 의아했습니다. 며칠 전 지하철에서 자유롭게 대화하는 일본인 두세 분을 보고 당시의 기억이 떠올라 몇 자 적어봅니다. 일본에 안 가본지 꽤 오래돼서 지금도 지하철에서 침묵이 이어지는지는 궁금하네요.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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