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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9/10/07 00:16:05수정됨
Name   김독자
Subject   참치가 무지개다리를 건너갔습니다.



안녕하세요.

오늘 출근을 하고.. 걱정이 되어 전화를 해보았더니..
참치가 무지개 다리를 건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체온을 쟀을 때는 38도로 온도는 회복했지만, 컨디션이나 체력은 올라오지 않았대요.

마지막으로 확인했을 때는 참치 몸 안에 구더기가 가득했었대요. 하루 이틀 만에 사고로 생긴 것이 아니라.. 이미 오래 전부터 앓았을 것이라고 추측하시더라구요.

아이가 건강해지면 어딜 통해서 입양 보내야 하나 출근하는 내내 희망에 가득 차서 혼자 행복해서 왔었거든요.

걱정과 응원해 주신 분들께 감사의 말씀 전합니다.
적은 금액이 아닐거라고 생각하시면서도 선뜻 제게 돈을 보태주시겠다고 했던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이번 일로 마음이 많이 쓰이셨다면 길고양이를 위한 후원이나, 주변의 일에 기부하는 식의 좋은 방향으로 마음을 써주실 수있으셨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참치는 제가 거둔 아이니.. 잘 마무리해서 보내겠습니다.

새벽 내내 같이 응원해주시고, 격려해주셨던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용기 낼 수 있었던 덕에, 그나마 참치를 따듯한 곳에서 보낼 수 있게 되어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아침에 집을 나오니 비가 내리고 있어 어제 데려가길 잘했다고 생각했거든요.

잠시지만 그 아이를 만나서 참 기뻤어요. 

제게 고맙다고 했던 모든 분들께 저 역시 고맙다는 말을 전합니다.

이만 줄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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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용 추가되었습니다.

2019.10.7 11시경
집 앞에서 다리를 다친 채 구석에서 계속 울고있는 아이를 발견했어요.
저희 집은 부모님께서 보호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고.. 저도 이 아가의 치료비를 선뜻 내어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에요..

[위치 삭제]

육안으로는 한살도 안되보이는데 엉덩이쪽에 피가 잔뜩 엉켜있고 뒷발은 제대로 움직이질 못하고 앞발로만 기어다니다 이제는 그러지도 못하는 상황같아요.

물이랑 고양이 사료도 일단 사서 줬는데 사료는 아예 못먹고 물은 조금 마시곤 그 뒤로 잘 못마시구...

병원 치료를 하거나 집에 들일 수 있는 상황도 여건도 아니라 할 수 없이 일단 박스에 넣고 수건으로 감싸뒀는데 이대로 두기엔 너무 마음이 걸리네요.

현상황에서 조치할 수 있거나 도움을 줄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있을까요?
도움을 주실 수 있는 분을 찾습니다ㅠ

이미 신고도 해봤는데 구청에서는 고양이를 보호할 수 없대요.
동물보호법 상 길고양이는 구조 대상이 아니라고 해요
동물구조관리협회 (031-894-5757)에서도 전화를 안 받고,
새벽까지 보호 가능한지 여쭤봤는데.. 동물구조관리협회에도 인계가 안 되는 상황이라 마음 아프지만 안 된다는 답변을 받았구요..

근처에 있는 다른 협회들은 일요일 밤이라 전화를 다 받지 않아요.
날이 많이 차서 아이가 살 수 있을지도 잘 모르겠어요..
그런데 인적이 들리면 애가 열심히 울거든요..살려달라고..
도와주실 수 있는 분이 계시다면 꼭..도움 부탁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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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0.07 새벽 3시 현황

두서가 없어서 읽는데 양해 부탁드려요..

이 기록은 혹 다음에라도 유기묘를 발견하게 되신다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까싶어서 상세하게 적어요

.

결국 마음에 걸려서.. 제가 구조하기로 했어요.
lagom님의 덧글에 용기가 났어요. 십시일반으로 보태주시겠다구.. 

저 혼자 감당하기에는 300이라는 숫자가 아른거려서 쉽지 않았어요.
부모님의 허락은 당연히 안 되는데 (동물을 무척 싫어하세요. 멀리서 보는건 괜찮아도 키우는 건 절대 안된다 주의.)
무엇보다도 제가 생명을 책임질 자신도 없었거든요. 
키울 수 없으니까 함부로 주워올 수 없었거든요.
저는 당장 나 혼자 먹고 살기도 벅찬 이기적인 사람이어서요.

그래서 사실 확인하러 가면서도 계속 마음이..안 좋았어요.
이미 죽었다면...  
그렇다면 그냥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면서 갔어요.

박스는 그 자리에 그대로였어요.
살았을까, 걱정하면서 체온을 만지는데 살짝 온기가 적더라구요.
아.. 설마.. 했는데 아이가 눈을 번쩍 뜨더니 다시 삐약삐약 울기 시작했어요.
그 때 아 오길 잘했다고 생각했어요.
여태까지 유기묘 구조하는 일화들을 보면서. 살아있어줘서 고맙다는 말이 되게 안 와닿았었거든요.
근데.. 정말 다행이라는 안도감에 무척 기뻤어요.
마음이 엄청...밝아지더라구요.

라곰님께서 많이 도와주셔서.. 중간중간 연락하면서 아이를 구조하기로 했어요.
정말 감사해요 라곰님 용기낼 수 있게 해주셔서요.

바로 주변에 수소문해두었던 24시 병원으로 택시를 타고 이동했어요.
택시 아저씨도 아이가 시끄러울 수 있다고 죄송하다고 했는데 괜찮다고 되려 웃어주시더라구요. 박스 들고 허둥대는 절 보면서도 천천히 하라고 독려도 해주시구요.

처음 간 병원에서는 다른 고양이가 응급 수술중이어서 근처의 다른 병원을 안내해주셨어요. 차가 없어서 택시타고 왔는데.. 도보로 한 10분 정도 걸리더라구요 슬리퍼 신고 나왔었는데 박스 들고 그래도 혹시 흔들릴까봐 안고 어르고 달래가면서 데려갔어요.

그 때 이름을 지어줬어요. 참치라구.
참치야 미안해, (냥) 참치야 아까 올 걸 그랬는데. (냥) 언니가 잘못했다 그치.(냥)  (땅콩 없는거 보니 암컷같은데 맞겠죠?)

가는 내내 애가 대답이 없어서 참치야 참치야 불러도 기척도 없이 그냥 누워있는 거에요. 야아 참치야.. 길 가다가 돌부리 걸려서 휘청하니까 그제서야 다시 일어나서 뺙뺙 울더라구요. 운전 제대로 안하냐 닝겐.
참치한테 혼나니까 살짝 울고 싶었어요.

여차저차 동물병원으로 들어갔어요. 접수를 하는 내내 참치는 울었어요.
처음에 간호사분께서 이름이 뭐냐고 물었을 때 참치라고 말할까 말까 하다가 말았어요..
여기까지 왔지만 또 막상 책임지려는 상황이 되니까 도망가고 싶더라구요..

그래서 그냥 주운 아이라고만 얘기하고.. 피가 나고 골절인 것 같다.
앞발로만 기어다니고, 뒤에서 피를 봤다..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서 수건으로 감쌓고, 골절일까봐 손도 못대고 데려왔다.. 잘 눕힌지 모르겠는데 한 번봐주실 수 있나..
간호사분께서 잘 눕혔다고, 여기서 기다리라고 하면서 진료실 한 켠을 내주셨어요.





참치는 계속 울더라구요.. 미안해 일찍 올걸 그랬어.

https://www.youtube.com/watch?v=bCRFwQ1sFmM

한 20분 쯤 뒤에 선생님이 오셨어요.
선생님께서는 정말 많이 보던 광경일 거라는 생각을 했어요.
유기묘, 구조 그리고 비용..

일단 골절은 아닌것 같다고 하셨어요. 어디 부러진지는 엑스레이를 찍어봐야하는데..일단 아가의 컨디션이 너무 안 좋다구요.. 살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고 하셨어요.
체온계를 항문으로 넣어서 재는데.. 기구가 온도를 잴 수 없을 정도로 체온이 낮아진 상태라고 하셨어요. 많이 좋지 않다구요..
피는 소변에서 나오는 것 같다고 하셨어요. 근데 그것도 검사를 해봐야 알 수 있는데
그게 골절인지 아니면 안이 다친건지는 검사를 해봐야 하는데
검사를 할 수 없을 정도로 아이의 컨디션이 안 좋다구요.





(애기가 물도 자꾸 못마시고 누워있기래 휴지를 좀 말아서 베어줬어요. 그런데 그닥 효과는 없었던 것 같아요)

이상하죠. 참치는 선생님이 말하는 도중에도 계속 삐약삐약 울고 있었거든요.
제가 봤을 때 참치는 살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선생님은 힘들다고 하세요.
선생님 말씀이 맞을지도 모르는데 그냥 막연하게 잘 될거고, 참치는 살 거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선생님께서 거기까지 얘기해주시다가, 얼마나 책임질 수 있는지를 물어보셨어요.
그때의 표정은 정말 찰나였어요.
그 질문을 던지고 제가 대답하기 전까지 선생님은 외면하고 싶으셨던 것 같았어요.
선뜻 대답은 안 나왔어요.
"키울 수는 없지만 살리고 싶어요."
선생님은 잠시 고민하시는 것 같았어요.

저는 그때까지 계속 라곰님하고 얘기를 나누고 있었어요.
그래도 할수 있는데까지는 해봐야 하지 않을까요 ㅡ 살려야 그 다음을 생각할 수 있잖아요.
독자씨는 어떻게 하고 싶어요?

거기까지 듣고는 마음이 이제서야 결정이 나더라구요.

살려야죠, 여기까지 왔는데.

참치는 선생님의 인도로 집중치료실에 들어가 장판과 따듯한 팩을 켜고 체온을 높히고 있어요.

경과를 들으면서 가장 속상했던 건..
애가 어디가 아픈지는 검사해봐야하는데.. 발에 채여서 다친것일수도 있다고.. 고양이를 싫어하는 사람 때문에요..
왠지 근데 저는 그럴 확률이 높다고 생각했어요.
처음에 제가 다가갔을 때 엄청 하악거리면서 경계했거든요. 다리는 못 움직이고,, 소변에선 피가나온다고 하니 안에 출혈이 심했을수도 있구요..
어찌되었건.. 일단 체온도 올라야 하고.. 살아야하니까..
저는 다리 다친줄만 하고 안아주지도 못했거든요. 제가 안았다가 괜히 다리 영원히 못 쓸까봐..
그런 걱정 할 거였으면 진작에 데려가는 거였는데.. 

중간에 간호사 선생님께서 차트를 다시 한 번 입력해달라고 가져오셨는데
이름에 길냥이라고 되어있더라구요.

보호자 이름과 서명을 하면서 길냥이 옆에 (참치)라고 적었어요.
간호사님께서 차트를 확인하고 들고가시면서, 문이 닫히는데 기쁜 목소리로 의사선생님께 말을 건내는 걸 들었어요.

'이름이 참치래요.'

그리고선 얼굴을 다시 빠꼼하게 내밀고, 차트에 참치로 올려도 될까요? 하고 물으셔서
네 하고 웃으면서 대답했어요.

참치가- 오늘 새벽을 넘길 수 있을지 잘 모르겠어요.
여전히 제가 참치를 책임질 수 있을지는 모르겠구요.
비용도.. 살리더라도 아니더라도 만만치 않게 들겠지만.. 그건 다음달의 제가 책임지겠죠..?

그리고 좀 뻔뻔하게 마치 맡겨둔것처럼 제가 요청 할 것 같은데요-
참치가 살아나게 된다면, 큰 병이 있을 수도 있고 전염병이 있을 수도 있고, 얼마나 아픈지도 몰라요
오늘을 넘기기 힘들지도 모르구요..

그런데 참치가 살 수 있다면 여러분 좀 나중에 도와주세요.
진짜 이쁘거든요 참치.

중간에 일어나서 잠깐 제 눈을 보는데 눈도 얼마나 예쁜지 몰라요.
젤리도 진짜 예뻤는데 그건 나중에 만져볼래요.

오전 10시쯤에 전화 해서 경과 듣기로 했구요.
혹시라도 먼저 무지개다리를 건넌다면 연락 주시기로 했어요.

결재하고 나오는데 영수증에 참치라고 적혀있더라구요.
영수증 가격은 별로 안 귀여운데 프린트 된 그 이름이 참 귀엽네요.
의사 선생님하고도 간호사 선생님하고도 저는 다 웃으면서 인사나누고 왔거든요.

참치 살 수 있다. 그치?
살았으면 좋겠다.

병원 나서는데 비가 똑 똑 떨어지는 것 같더라구요.
더 늦기전에 데려올 수 있어서 다행이에요.. 더 일찍 병원 데려올 걸 그랬어요.

어찌되었건.. 저는 참치랑.. 이 순간 부터 좀 얽혔거든여.. 계속 근황 업데이트 할게요.
참치 좀 응원해주세요.



참치야 힘내자



32
  • 이 새벽에 고생했어요.
  • 감사합니다 ㅠ
  • 제발 살아다오
  • 독자님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참치는 이겨낼 수 있어요! 화이팅!
  • 춫천
  • 고생 많으셨습니다 ㅠㅠㅠ
  • 고생하셨습니다. 부디 평안히 참치가 잠들었기를...
  • 고묘의 명복을 빕니다.
  • ㅠㅠㅠ
  • ㅠㅠㅠ 눈물꾹 ㅜㅜㅜ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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