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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5/09/13 18:19:36
Name   Raute
Subject   [GIF] 유럽축구판 북산 vs 산왕
때는 1984년, 프랑스의 흔한 중소클럽 메츠는 쿠프 드 프랑스, 즉 프랑스 컵에서 명문 모나코를 만나 연장 혈투 끝에 우승을 차지합니다. 1932년에 창단한 뒤 처음으로 경험한 우승이었죠. 그리고 이 우승으로 메츠는 유럽 각 리그의 컵 챔피언들이 나가는 컵 위너스 컵(ECWC) 티켓을 획득합니다. 1969년에 페어스컵에 나간 뒤 15년만의 유럽대회 출장이며, 유럽축구협회(UEFA)가 주관하는 공식대회에 나가본 건 처음 있는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84/85시즌 위너스컵 1라운드 32강에서 스페인의 거함 바르셀로나를 만나게 됩니다.

지금과 같은 슈퍼파워도 아니고 여러 불운이 겹치며 계속 리그 우승을 놓치고 있었지만 당시에도 바르셀로나는 유럽에서 손꼽히는 강팀 중 하나였습니다. 미겔리, 후안 알베르토, 프란시스코 카라스코 등 스페인 국가대표 선수도 여럿 있었고 용병으로는 80년대 최고의 미드필더 중 한 명인 베른트 슈스터와 스코틀랜드의 간판스타였던 스티브 아치발드가 있었습니다. 1981/82시즌부터 3시즌 동안 위너스컵에서 우승-8강-8강을 기록하고 있었으며 1984년 기준으로 UEFA 클럽랭킹 2위였죠. 여기에 당시 셋밖에 없었던 2회 우승 클럽 중 하나였습니다(이후 바르셀로나는 4회 우승으로 단독 1위가 됩니다). 스페인을 대표하는 명문클럽과 당시에는 변방리그에 해당하는 프랑스의 뉴페이스가 만났으니 당연히 바르셀로나의 절대적 우세로 평가받았죠.

실제로 메츠에서 열린 1차전에서 바르셀로나는 2:4로 완승을 거두었고, 2차전은 원정팀의 무덤으로 유명한 바르셀로나의 캄 노우에서 열리니만큼 누가 봐도 이건 바르셀로나가 올라갈 '각'이었습니다. 슈스터는 패배하고 돌아갈 메츠 선수들에게 햄을 선물로 주겠다고 도발했고요. 1984년 10월 8일, 경기가 시작되고 30분만에 카라스코가 선제골을 넣으며 총합스코어 5:2, 60분 동안 메츠가 넣어야 하는 골은 무려 4골이었습니다. 이대로 게임 터졌다!를 외쳐도 되는 상황이었는데...
















베너블스 : 야 쟤 뭐냐...




바르셀로나는 경기를 잘 풀어나갔음에도 불구하고 토니 쿠르보스의 준족을 막지 못해 무너졌고, 결국 경기 종료 5분을 남기고 역전을 허용하고 맙니다. 결국 최종스코어 5:6으로 메츠가 승리를 거머쥡니다. 메츠 역사상 첫 유럽대항전 승리였으며, 쿠르보스는 캄 노우에서 바르셀로나를 상대로 해트트릭한 3번째 선수가 됐습니다(기존의 2번은 리그 기록).









그러나 메츠는 2라운드에서 동독의 강호 디나모 드레스덴을 만나 1무 1패로 탈락했고, 우승은 잉글랜드에서 갑툭튀한 에버튼이 차지했습니다. 바르셀로나는 34경기 25실점이라는 탄탄한 수비력을 선보이며 11년만에 리그 우승을 탈환했고, 당시 갓 마흔을 넘겼던 초짜 감독 베너블스는 훗날 잉글랜드 대표팀의 감독이 됩니다. 메츠를 향해 도발했다가 본전도 못 건진 슈스터는 1985년 발롱도르 3위에 올랐고요. 메츠는 리그에서 클럽 역사상 최고의 성적을 거두며 UEFA컵 티켓을 따냈고, 2개의 컵을 더 들어올리지만 유럽대회 2승은 1996년이 되어야 경험합니다. 그리고 이 경기의 주인공이었던 쿠르보스는 1984/85시즌이 끝나고 2부리그 생테티엔으로 이적했고, 1986/87시즌에 2부리그 득점왕을 거머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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