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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9/10/24 17:11:48수정됨
Name   AGuyWithGlasses
Subject   [NBA] Orlando Magic Chronicle - (2) 같은 걸 네 번...


IMF 이전까지만 해도 한국에서 NBA는 꽤 인기있는 스포츠였습니다. 저도 초딩 시절 NBA는커녕 농구의 ㄴ자도 몰라도 공책 표지에 지금 기억으로는 페니로 추정되는 선수 사진이 떡 박혀있고 그러던 시절이니까요. 이 시절에는 NBA카드를 파는 가게들이 곳곳에 좀 있었다고 전해집니다. IMF 이후 제가 처음 루키를 보던 2002년에는 단 세곳만 남게되지만...(저는 청실아파트 상가에 있었던 곳만 가봤습니다)

이 시절 가장 인기있는 선수는 당연히 조던이었지만, 올랜도의 페니 하더웨이, 그리고 94년 데뷔한 디트로이트 피스톤즈의 그랜트 힐이 인기로만 따졌을 때 조던의 아성을 강력하게 위협하는 선수가 되었습니다. 특히나 힐은 조던이 복귀한 95-96 올스타에서조차 조던을 누르고 총 득표수 1위를 달성했었던, 당대 최고의 스타 중 하나였습니다. 그러나 리그의 전체적인 영향력을 끼친 점을 따지자면, 아무래도 페니-샥의 올랜도 매직이 조던의 뒤를 이었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올랜도 매직은 93-94 시작 전 페니-앤더슨-샥을 주축으로 하고 스카일스와 스캇, 그리고 PF였던 터너를 돌아가면서 주전으로 기용하면서 탄탄한 선발 라인업을 구축합니다. 다들 경험부족이긴 했지만 거칠면서 매력적인 농구를 했고, 샥과 페니는 어딜 가나 주목을 받았습니다. 그 해의 성적은 50승 32패로, 전년대비 9승을 더 거두고 동부 4위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합니다...만, 레지 밀러가 이끄는 인디애나에게 1라운드에서 3-0으로 지고 맙니다. 경험부족이었을까요.



절치부심한 올랜도 매직은 94-95시즌을 앞두고 FA시장에서 대박을 터뜨립니다. 불스의 1차 왕조에서 상당한 중책을 맡았던 PF 호레이스 그랜트를 영입해온 것입니다. 구형 고글을 항상 쓰고다녔던 선수로 기억하시는 분들도 많을 겁니다.
여튼 이렇게 해서 어마어마한 멤버가 탄생합니다. 스카일스는 2년 전부터 기량을 좀 잃기 시작해서(나중에 회고하기로는 가정을 일보다 중시하게 되면서 커리어가 꺾였다고) 이 해에는 워싱턴으로 팀을 옮겼지만, 어차피 주전은 페니고 오히려 페니-앤더슨-스캇-그랜트-샥이라는 굉장한 라인업이 탄생합니다. 불스가 조던의 은퇴로 표류하는 사이 동부 최강의 자리를 불스에게서 뺏어왔다고까지 표현할 정도로 강력한 팀이었던 거죠.

올랜도 매직은 이 해에 57승을 거두고 모두의 기대대로 동부컨퍼런스 1위를 달성합니다. 창단 6년만에 이룩한 쾌거였지요.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보스턴 셀틱스를 3-1로 물리치고 창단 최초로 2라운드에도 진출합니다. 2라운드 상대는 마이클 조던이 1차 은퇴에서 막 복귀한 시카고 불스였습니다.

확실히 이 해의 조던은 조던답지 않았습니다. 그도 당연할 것이, 농구를 1년 반 이상 쉬었고 도중에 야구를 하다 온 데다, 자신이 없는 사이 멤버가 상당히 많이 바뀌었습니다(피펜 암스트롱 퍼듀 정도나 남았고 나머지는 다 나갔죠). 팀은 조던이 없는 사이 리더십의 부재로 표류하고 있었고, 조던도 몸상태가 100%는 아니었으니까요. 등번호도 23번이 아닌 45번이었습니다. 은퇴 후 23번은 영결처리가 되어서-_-;;

그런 어수선한 불스와 조던에게 올랜도 매직은 1차전부터 한 방을 제대로 먹입니다.



조던 커리어에서 가장 굴욕적인 장면으로 꼽히는 경기가 바로 이 1차전입니다. 전성기라면 절대로 하지 않을 법한 실수를 저질러버리고, 91-94 패배의 단초를 제공합니다. 사실 이날 경기 내내 조던은 좋지 않았습니다. 턴오버만 8개를 저지르지를 않나...

해당 스틸의 주인공인 닉 앤더슨은 조던을 대놓고 도발합니다. "45번 조던은 23번 조던만큼 폭발적이진 않다"... 조던을 열받게 하는 것은 NBA의 최고 사망 플래그인데, 확실히 경기력이 정상이 아니다보니 이번에는 이 도발도 플래그를 살짝 비켜나갑니다. 조던은 벌금을 물어가며 23번 저지를 입고 나섰고 2차전에서는 39점, 4차전에서는 40점을 넣고 시리즈 내내 평균 31득점을 퍼넣으며 올랜도에 악몽을 선사합니다만, 나머지 멤버들과의 손발도 잘 맞지 않고 올랜도 자체가 워낙 강한데다 기세가 있는 팀이다보니 결국 물량공세를 당해내질 못합니다. 결국 4-2로 올랜도 매직이 불스를 꺾고 컨퍼런스 파이널에 진출합니다.

컨파에서 만난 팀은 지난 2년 연속으로 올랜도 매직을 물먹인 레지 밀러의 인디애나 페이서스. 특히나 이 해 페이서스도 2라운드에서 뉴욕 닉스를 만나 레지 밀러가 저 유명한 밀러 타임을 성공시켜 가며 4-3으로 간신히 물리치고 기세를 잔뜩 올리던 팀이었습니다. 기세와 기세간의 대결. 한 끗 차이로 올랜도가 승리합니다. 컨퍼런스 파이널 4-3 올랜도 매직 승리. 창단 6년만에 올랜도 매직은 파이널에 진출합니다. 상대는 서부 6위로 홈코트 어드밴티지를 전부 내줘가며 간신히 올라온 휴스턴 로케츠. 당연히 언론들은 올랜도 매직의 첫 우승을 점칩니다.

그렇게 시작된 파이널 1차전. 50초 정도를 남겨놓고 올랜도가 110-107로 앞선 상황에서 공격권까지 얻어서, 상당히 유리한 상황이었습니다. 올랜도는 이 공격에서 2번이나 슛을 미스하지만 믿을 수 없게도 두번 모두 공격 리바운드를 따냅니다. 시간이 촉박해지자 휴스턴은 절망적인 심정으로 공을 잡은 슈팅가드 닉 앤더슨에게 파울을 걸어 자유투 작전을 쓰게 됩니다. 그렇게 경기는 올랜도로 기울고...

닉 앤더슨은 당시까지는 통산 자유투 성공률이 70퍼센트를 간신히 넘어가는, 그렇게 자유투가 좋지는 않은 가드였습니다. 보통 가드면 75% 이상을 요구받으니까요. 그렇다고 아직 막장까지는 아니던 시절인데, 긴장을 했는지 첫 자유투 2개를 다 놓쳐버립니다. 플레이오프 2라운드에서 조던을 뒤에서 스틸한 그 패기는 어디로 갔을까요.

웃긴건... 여기에서도 올랜도 매직이 공격 리바운드를 잡습니다. 그리고 공을 잡은 앤더슨에게 휴스턴은 이제 진짜 마지막으로 앤더슨에게 파울작전을 겁니다. 남은 시간은 7.7초. 하나만 넣으면 사실상 경기는 끝나는 상황입니다. 앤더슨은 웃으면서 방금 전의 실수를 설욕하리라 다짐합니다.

그러나 승부의 신은 올랜도를 완전히 버립니다. 닉 앤더슨은 패신에라도 홀린 건지 나머지 자유투 2개를 모조리 흘려버립니다. 그리고 이어진 공격에서 휴스턴 로케츠는 케니 스미스가 3점을 꽂아넣으며 승부를 연장전으로 끌고가고, 멘탈이 털린 올랜도를 집요하게 공략하여 1경기를 가져가 버립니다.



당시의 경기 영상입니다. 이는 올랜도 매직 역사의 비통한 한 부분이자, NBA 파이널에서 한 선수가 저지른 가장 큰 실수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JR 스미스의 역주행도 기록적이긴 한데, 2년 전 클리블랜드는 언더독이었고 이 해의 올랜도는 심지어 탑독이었습니다... 그걸 날려먹었으니. 어디에서 프로라면 같은 걸 세 번은 안 당한다는데 같은 걸 네.. 아(잠시 한숨)

그렇게 한때 조던을 무너뜨린 영웅, 닉 앤더슨은 이렇게 역적이 되고 맙니다. 매직 최초의 프랜차이즈였고 정말 팀에 헌신했던 훌륭한 선수였는데...

올랜도는 이후 하킴 올라주원과 클라이드 드렉슬러의 신들린 경기력, 그리고 우승 청부사 로버트 오리와 케니 스미스의 지원포격을 그대로 다 맞고 무너집니다. 특히 4차전에서 하킴 올라주원이 4Q 접전에서 3점 슛을 때려넣는 장면은 이 시리즈의 또다른 하이라이트였죠.



4차전 하킴의 활약상입니다. 그야말로 오닐을 어린 애처럼 가지고 놀았죠. 물론 하킴도 오닐을 다 막진 못했는데, 이 시리즈에서의 하킴은 그냥 완전체였습니다... 나머지 자원에서도 차이가 나기 시작했죠. 그야말로 1차전의 실수가 시리즈를 갈라버린 셈입니다. 올랜도는 탑독이란 평가가 무색하게 6시드 휴스턴에게 4-0 스윕패를 당하고 목전까지 닿았던 우승컵을 내주고 맙니다. 휴스턴 로케츠의 이 6번 시드 우승은 현재까지 가장 낮은 시드의 파이널 우승기록으로 남아 있습니다.

이렇게 쓰라린 패배를 당했지만, 아직 올랜도의 전력은 건재했습니다. 이탈한 선수도 없었고, 특별히 기량이 뚝 떨어질 나이의 선수도 아직 없었죠. 다들 부상도 없었구요. 다음 글에서 이야기하겠지만 실제로 95-96 시즌은 정규시즌만 놓고 보면 이 해보다 오히려 성적이 더 좋았었습니다.
하지만 올랜도는 이 때를 기점으로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합니다. 슈퍼스타가 둘 이상이면 흔히 생기는 슈퍼스타들 간의 알력다툼이 벌어진 것이죠. 그리고 이에 대처하는 올랜도 매직은, 그간의 성공을 생각했을 땐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무능했습니다. 마치 벼락부자가 자기에게 돌아온 행운을 모조리 놓치는 그림이라고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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