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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19/11/10 01:03:35 |
Name | 알료사 |
Subject | 상인과 연금술사의 문 |
카이로에 있는 한 가게에 <세월의 문>이라는 시간 여행을 가능케 해주는 통로가 있습니다. 가게 주인 바샤라트는 손님으로 찾아온 주인공에게 세월의 문을 드나든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그 첫번째는 밧줄 직공 <하산>이라는 청년입니다. 하산은 이십 년 후의 미래로 찾아가 부자가 된 자신과 만납니다. 나이 든 하산은 젊은 하산이 찾아올 때마다 그에게 찾아올 나쁜 사건들을 피해갈 수 있는 조언을 들려주고, 하산은 그 덕에 무사히 고비를 넘기다가 어느날 길에서 소매치기 소년과 부딪힙니다. 지갑이 없어진 사실을 알아챈 하산은 인파를 헤치고 소년을 추격합니다. 이번 일은 왜 미래의 하산이 미리 알려 주지 않았을까 하고 분노하면서. 다행히 소매치기를 잡은 하산은 위병에게 소년을 넘기려 했으나 소년이 지갑을 돌려주며 흐느끼자 그를 용서합니다. 다음에 미래로 가서 나이 든 하산을 만나 따집니다. 왜 소매치기에 대해 경고해주지 않았냐고. 나이 든 하산이 묻습니다. <즐겁지 않던가?> 젊은 하산은 아니라고 대답하려다가 입을 다물었습니다. 생각해 보니 나쁜 경험이 아니었던것 같았으니까요. 소매치기를 추격하는 순간의 스릴도 괜찮았고, 소년의 눈물에 용서를 베풀면서 고결해진듯한 기분도 맛보았거든요. 나이 든 하산은 젊은 하산이 자신의 뜻을 이해했음을 알고 그제서야 부자가 될 수 있는 결정적인 정보를 알려줍니다. 숲속에 묻혀 있는 보물상자의 위치를요. 그 정보를 마지막으로 이제 자네의 힘만으로 살아가라는 당부와 함께. 하산은 그 말을 받아들여 보물상자를 찾아 가난한 자들에게 자선을 베푸는 유복하고 존경받는 상인이 됩니다. 두번째는 양탄자를 짜며 살아가는 <아지브>라는 직조공입니다. 아지브도 바샤라트에게 하산의 이야기를 듣고서는 세월의 문을 지나 미래의 자신을 찾아나섭니다. 하산처럼 부자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하지만 미래의 아지브는 현재의 자신과 별 다를바 없이 초라한 집에서 간소한 옷을 입고 살고 있었어요. 아내로 보이는 여자가 함께 있긴 했지만 실망이 너무 큰 나머지 그녀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어요. 미래의 아지브 부부가 외출한 사이에 젊은 아지브는 그의 집에 들어가 평소에 돈을 모아두는 궤를 열어보았습니다. 그 안에는 금화가 가득했어요. 않이, 돈이 이렇게 많은데 삶을 즐길 생각을 안한다고? 죽을때 무덤에 돈 가지고 갈건가? 이런 재산은 그것을 쓸 줄 아는 사람이 가질 권리가 있어, 미래의 내 돈을 내가 가져가는건 도둑질이 아니야, 라는 식의 논리를 펼치며 그 궤를 짊어지고 세월의 문을 통해 현재로 돌아옵니다. 좋은 집을 사고, 좋은 옷을 입고 남은 돈은 환전상에게 맡기고는 오랫동안 짝사랑했던 타히라의 오빠를 찾아갑니다. 타히라의 오빠는 약제사였고 타히라는 그의 조수로 일하고 있었어요. 타히라의 오빠는 자기 여동생이 일개 직조공과 혼인하는 것을 허락할 리 없었지만, 이제는 좋은 신랑감으로 나타난 아지브였기에 혼인을 승락했습니다. 타히라도 예전부터 아지브를 좋아해 왔기에 두말없이 동의했어요. 둘은 성대한 결혼식을 치르고 인생에서 가장 즐거운 일주일을 보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도적들이 아지브의 집을 털고 타히라를 납치해 갑니다. 도적 두목은 타히라를 보내주는 조건으로 아지브가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큰 금액의 돈을 요구해요. 아지브는 환전상에게서 전 재산을 모두 인출해 도적 두목에게 건네고 타히라를 구해옵니다. 타히라는 아지브가 자기 때문에 빈털털이가 된 것에 대해 감동하고 고마워하는데, 아지브의 돈이 원래 본인의 것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알고 아지브와 함께 그 돈을 갚기 위해 오빠의 약국에서 함께 일하며 열심히 저축합니다. 예의 그 <돈 모아두는 궤>에 말이지요. 시간이 흐르며 검소함은 인색함으로 바뀌고 신중함은 째째함으로 변질되었어요. 그보다 더 나빴던건 아지브와 타히라의 애정이 서서히 옅어진 거였어요. 모아놓은 돈을 쓸 수 없다는 사실을 서로의 탓으로 돌리며 다퉜고, 그렇게 세월이 흐르고 아지브는 금화를 두 번째로 도둑맞는 날을 맞이하게 됩니다.. 세번째는 나이 든 하산의 아내 <라니야> 입니다. 라니야는 어느 날 남편이 어떤 청년과 저녁식사를 하는 모습을 목격해요. 청년이 떠나자 남편에게 누구냐고 묻고, 하산은 믿기 힘든 얘기를 들려주었죠. <그 사람한테 내 얘기도 했나요?> <얘기하지 않았소. 과거의 그가 당신과 만나는 순간을 망치고 싶소?> 그래서 라니야는 젊은 하산에게 말을 걸지는 않고 둘 사이의 대화를 엿듣고 훔쳐보기만 했어요. 남편이 장사를 위해 집을 비운 사이, 라니야는 세월의 문을 지나 젊은 하산의 집을 찾아가 뒤를 밟아요. 나이 든 하산을 상대로는 몇 년 동안이나 느껴본 적 없는 강렬한 욕망을 느끼면서. 하산을 미행하다가 그가 보석상에게 목걸이를 팔려고 하는 장면을 보게 돼요. 그 목걸이는 혼인식을 치르고 남편에게 받은 것이었는데..? 저걸 팔려고 했었다고? 보석상은 내일 다시 오면 1000디나르를 주겠다고 해요. 하산은 동의하고 자리를 뜨는데, 근처에서 두 사내가 쑥덕이는 소리가 들려왔어요. <저 목걸이 봤어? 우리 보물함을 훔쳐간 게 저 자식이야> <두목님께 보고하자.> 라니아는 하산이 땅에서 파낸 보물이 본디 도적떼의 것이었다는걸 깨달았어요. 그들은 자기들의 전리품을 훔친 범인을 찾아내려고 그 지역의 모든 보석 가게를 감시하고 있었던 거예요. 라니아는 세월의 문으로 자신의 집에 와서 문제의 목걸이를 꺼내고, 다시 20년 후의 노파가 된 라니아를 찾아가 역시 목걸이를 챙깁니다. 두 라니야는 젊은 하산을 구할 방법을 궁리해요. 다음 날 두 도적은 두목과 함께 보석 가게에 나타나 하산이 보석상에게 목걸이를 보여주는걸 지켜봐요. 이때 라니야가 앞으로 나가 말합니다. <정말 신기하네요! 저도 똑같은 목걸이를 팔려고 왔는데> 그리고 이어서 노파 라니야가 다가와 말해요. <이럴 수가! 믿을 수 없어! 나도 똑같은 목걸이가 있는데, 이걸 나한테 판 작자는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목걸이라고 했는데!> 보석상은 하산과의 거래를 취소하고, 도적 두목은 저건 흔해빠진 목걸이라면서 부하들을 꾸짖고서는 돌아갑니다. 라니야는 젊은 하산을 유혹해 그와 잠자리에 들어요. 기대했던 순간을 맞이하여 흥분했던 라니야는 핫산의 서투름을 보고 놀랍니다. 이상하다? 내 신혼 첫날밤은 이렇지 않았는데? 이 젊은 하산은 곧 젊은 라니야를 만나게 될 텐데 그동안 무슨 일이 생긴걸까? 생각의 잠긴 라니야는 곧 답을 알아챕니다. 그때부터 라니야는 하산에게 사랑의 기술을 전수합니다. (...) 다시 세월의 문을 통해 자기가 사는 집으로 돌아온 라니야. 나이 든 하산이 장사를 끝내고 돌아옵니다. 남편을 따뜻하게 맞이하는 그녀였지만, 비밀은 털어놓지 않고 가슴속에 간직합니다.. 바샤라트에게 세월의 문을 통과한 세 명의 이야기를 전해들은 주인공은 자신도 그 문을 이용하고 싶다고 요청합니다. 주인공은 이십 년 전 나쟈라는 여인과 결혼해 행복하게 살고 있었는데, 어느 날 노예 교역을 위해 먼 길을 떠나려 했고 나쟈는 그것을 말리다가 심하게 말다툼을 하고 말아요. 일주일 후 교역에서 돌아온 주인공은 모스크가 무너지는 바람에 그 벽에 깔려 나쟈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습니다. 나쟈의 죽음은 사고였지만 주인공은 마치 자신의 손으로 나쟈를 죽인 것만 같은 죄책감에 시달려 왔던 거예요. 주인공은 세월의 문을 이용해 무언가를 바꿀 수 있을까요? 이상은 테드 창의 단편집 <숨>에 수록된 첫번째 작품, <상인과 연금술사의 문>입니다. 약간은 <당신 인생의 이야기>와도 통하는 면이 있는듯 하고, 약간은 루프물 느낌도 나는, 하지만 이런 종류의 여타 소설들과 확실한 차별점을 보여주는, 평범한 듯하면서도 훌륭한 단편 특유의 <짧지만 굵은> 임팩트를 안겨주는 작품이었어요. <그녀는 사고로 죽었지만 나와 다퉜던 기억 때문에 마치 내가 죽인것만 같았다>라는 주인공의 입장이 저의 개인적인 경험과 겹쳐 더 감정이입이 될수밖에 없었고, 비극을 바꾸고자 하는 주인공의 시도와 그 험난한 여정, 그리고 그 마지막 순간의 깨달음이 단지 교훈적 감동 이상으로 저를 위로했습니다. 몇십년 전의 나로 돌아가면 무엇을 할까? 지금 미리 알고 있는 당첨번호의 로또를 구입할까? 비트코인을 초기부터 시작할까? 나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나는 내 운명에 대해 무엇을 기대하고 무엇을 후회하고 있을까? 같은 상상들 한번쯤은 해보잖아요? 그런 가볍게 스쳐 지나갈만한 상상력을 살살 건드려 재미난 이야기를 들려주면서도 종착지에 이르러서는 콧등 시큰하게 현재의 내 삶에 충실하고자 다짐하게 만들어준 소설. 비범함이 철철 넘쳐 흘렀습니다 ㅋㅋ 그렇지, 테드 창이었지, ㅋㅋ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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