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5/09/15 12:16:24
Name   새의선물
Subject   King Crimson - Starless


킹 크림슨의 창립 멤버였던 드러머 마이클 가일즈(Michael Giles)는 로버트 프립(Robert Fripp)에게 1967년경 어떤 그룹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세가지 요소가 있다고 했다고 합니다. 음악, 우정 그리고 돈. 이 세가지 중에서 두가지가 있다면 그룹이 유지될 수 있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이 이야기는 로버트 프립에게 꽤나 깊숙하 박혀있었던 이야기였던지, 그는 2000년 인터넷에 공개적으로 적고 있던 블로그에 이 이야기를 글로 올립니다.

http://www.dgmlive.com/diaries.htm?entry=1249

1969년 In the Court of Crimson King 앨범은 누가 뭐라고해도 프로그레시브 록이 무엇인가를 보여주는 기념비적인 앨범이었고, 이후 등장하는 모든 프로그레시브 록 음악의 원형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그리고 킹 크림슨 역시 이 음반에서부터 끊임없이 변형을 거듭해 나갑니다. 초기의 록에 찍힌 방점이 조금씩 재즈로 흘러가다가 예스의 드러머였던 빌 브루포드(Bill Bruford)의 가입과 페밀리(Family)와 함께 했던 존 웨튼(John Wetton)의 가입후 발매한 Starless and Bible Black은 킹 크림슨이 다시 록으로 회귀함을 알렸다면, 그룹에서 부드러움과 신경질적인 면을 담당했던 바이올린 주자 데이비드 크로스(David Cross)는 자신이 설 자리를 조금씩 잃어가고, 결국 Starless and Bible Black 음반 발매후 투어를 마치고는 그룹에서 축출됩니다.

끊임없던 그룹 멤버들의 변화와 그 속에서 음악적 방향을 결정지어왔던 로버트 프립은 더 이상 킹 크림슨이라는 이름으로 그룹을 지속할 수 없다고 생각을 하고 그룹의 해체를 결정했지만, 마지막 남은 스튜디오 음반은 녹음을 하기로 합니다. 그리고 남은 두 멤버들에게 자신이 더 이상 주도적으로 음악의 방향을 결정하지 않겠다고 이야기를 하고 음반을 녹음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음반인 Red는 킹 크림슨의 음반 카탈로그에서 가장 뛰어난 음반으로 남겨지게 되었습니다. 어떤 그룹이 만든 음반중에서 녹음에 들어가기 전에 이미 그룹의 존재 가치를 부정한 상태에서 이런 완벽한 음반을 만들어낸 경우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Red 음반중에서도 최고의 백미는 아마도 마지막으로 실린 Starless일텐데, 원래 이 곡은 이전 음반인 Starless and Bible Black을 위해서 만들어진 곡입니다. 처음 존 웨튼이 이 곡의 가사를 쓰고 곡을 만들었을때 그룹 멤버들은 이 곡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서 Starless and Bible Black음반에서는 제목만 가져오고 이 곡은 남겨집니다. 하지만 공연을 다니는 동안에 이 곡은 계속 연주가 되어졌고, 결국 마지막 음반인 Red에 이 곡을 녹음해서 싣기로 결정을 하고 녹음을 했습니다. 곡이 시작하면서 나오는 멜로트론 소리는 킹 크림슨 초기 두개의 음반 - 특히나 Epitaph나 In the Wake of Poseidon등 -을 연상시키는 킹 크림슨 특유의 멜로트론 소리를 들려주고, 데이빗 크로스의 바이올린은 로버트 프립의 기타가 대신하고 있습니다. 이 후 후반부에 전개되는 혼돈은 아마도 그룹의 마지막 그룹 멤버들이 느꼈을 심리적 상태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그리고 딜런 토마스(Dylan Thomas)의 밀크 우드 아래서(Under Milk Wood)의 한 귀절에서 가져온 제목처럼 이 곡의 가사는 그룹의 마지막 순간을 횡으로 잘라서 보여주고 있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Sundown dazzling day
Gold through my eyes
But my eyes turned within
Only see
Starless and bible black

Ice blue silver sky
Fades into grey
To a grey hope that oh years to be
Starless and bible black

Old friend charity
Cruel twisted smile
And the smile signals emptiness
For me
Starless and bible black




0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976 영화[스포]선지자의 집 보고 왔습니다. 4 王天君 15/09/13 3391 0
    978 음악Mikis Theodorakis - Los Libertadores 5 새의선물 15/09/13 3699 0
    979 일상/생각아이고 의미없다....(8) 8 바코드 15/09/13 5876 0
    980 방송/연예시작은 맹기용이었으나 8 헬리제의우울 15/09/13 5021 0
    981 일상/생각우리집 자동차이야기 14 까페레인 15/09/13 4404 0
    982 생활체육[GIF] 유럽축구판 북산 vs 산왕 4 Raute 15/09/13 5263 0
    983 일상/생각버킷 리스트는 최대한 어릴 때 작성하는 거랬습니다. 27 헤칼트 15/09/13 4356 0
    984 IT/컴퓨터아이폰6s가 중국/홍콩에서 예약이 폭주하고 있습니다. 3 Leeka 15/09/13 4438 0
    985 영화애니메이션 추천: 바다의 노래 5 인간흑인대머리남캐 15/09/14 4853 0
    986 과학/기술줄초상 난 카자흐스탄의 사이가산양들 10 눈부심 15/09/14 7259 0
    987 일상/생각잠이 오지 않는 밤 3 NightBAya 15/09/14 3363 0
    988 음악이 세상 최고의 딥 빡 음악!!!(레알~~!!) 8 표절작곡가 15/09/14 4441 0
    990 기타파란 비계의 산돼지(사진주의) 12 눈부심 15/09/14 5248 0
    991 음악Mary Hopkin - Ocean Song 4 새의선물 15/09/14 3534 0
    992 일상/생각아이고 의미없다....(9) 11 바코드 15/09/14 3236 0
    11831 일상/생각확진자 급증하네요.. 5 마음아프다 21/06/30 3214 0
    11832 게임10년전에 썼던 얼왕 탱킹팁 11 헬리제의우울 21/06/30 5529 0
    994 음악아재소환글 - 좋은 수록곡 12 *alchemist* 15/09/15 4188 0
    995 영화[스포] 앤트맨 보고 왔습니다. 10 王天君 15/09/15 4033 0
    996 음악King Crimson - Starless 5 새의선물 15/09/15 5636 0
    997 정치메갈리아를 어떻게 해석 혹은 분석할 것인가 23 난커피가더좋아 15/09/15 7825 0
    998 일상/생각불조심하세요 14 천무덕 15/09/15 3535 0
    1000 기타초급 문제 출시! 물량공세! 장기 묘수풀이 (댓글에 해답있음) 26 위솝 15/09/15 7599 0
    1001 일상/생각[부산/경남] 친목질을 시도해봐도 될런지요? 42 세인트 15/09/15 6193 0
    1003 IT/컴퓨터스마트폰 시장 관련한 여러가지 이야기들 8 Leeka 15/09/15 8144 0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