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로운 뉴스를 올려주세요.
Date 21/11/03 18:23:21
Name   syzygii
Subject   "쌀 사먹게 2만 원만.." 22살 청년 간병인의 비극적 살인
https://news.v.daum.net/v/20211103154321181


아버지는 가을과 겨울과 봄을 병원에서 보냈다. 삼촌 통장은 바닥났다. 퇴직금을 중간정산 해 평소 왕래 없던 형의 병원비로 썼다는 사실을 숙모가 알게 됐다. 가정 불화가 시작됐다. 삼촌에겐 열 살도 안 된 아이가 둘 있었다.
"도영아, 이젠 삼촌도 도와줄 수 없다. 아버지 퇴원시켜야겠다."

꽃 피는 3월, 삼촌은 많이 괴로운 듯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강도영은 할 말이 없었다. 멍하게 삼촌을 바라봤다. 삼촌 눈은 이미 붉어졌다.

강도영은 이미 월세 3개월을 밀렸고, 이용료를 못내 전화기와 집 인터넷도 끊겼다. 도시가스도 끊겨 난방도 요리도 할 수 없었다. 그런데 이젠 집에로 아버지를 모셔와 콧줄로 음식을 주고, 대소변을 치우고, 2시간마다 체위를 바꿔주는 간병노동도 해야 한다.
(중략)
그날 강도영과 삼촌은 괴로운 합의를 했다. 아버지 연명치료를 중단하기로. 안타깝지만 산 사람은 살아야하지 않겠냐고. 마음을 굳게 먹고 병원 담당 의사에게 말했다.
"아버지 연명치료를 중단해 주십시오."
다행인지, 불행인지 의사가 답했다.
"아버님 상태가 다시 좋아졌습니다. 연명치료 중단 요건에 해당하지 않구요. 계속 치료를 받으셔야 합니다."
(중략)
평생 누워 지내야 하는 아버지와 강도영은 4월 23일부터 집에서 함께 살기 시작했다. 이제 아버지의 삶은 오로지 강도영의 손에 달렸다. 죽 형태의 식사를 콧줄에 넣고, 아버지의 대소변을 치우고, 2시간마다 자세를 바꾸고, 마비된 팔다리를 주무르고… 누군가 죽어야 끝나는 간병노동을 22살 강도영이 감당해야 했다.

가스가 끊기고 월세가 밀린 단독주택 2층 집에서 말이다. 둘의 휴대전화도 모두 끊긴 상태였다. 여기에 더해 여러 금융기관에서 돈을 갚으라는 독촉장이 날아오기 시작했다. 돈은 없는데, 돈을 요구하는 곳은 많고, 돈을 써야 하는 곳은 천지였다.
(중략)
우울했고, 무기력했다. 때로는 죽고 싶었다. 아버지의 대소변을 치우고 마비된 몸 마사지하던 어느날, 아버지가 아들에게 작게 말했다.
"도영아, 미안하다. 너 하고 싶은 거 하면서 행복하게 살아라. 필요한 거 있으면 아버지가 부를 테니까, 그 전에는 아버지 방에 들어오지 마."
(중략)
강도영은 아버지가 들어오지 말라고 한 그 방에 5월 3일 밤 들어가봤다. 그때 아버지와 아들의 모습이 강도영 씨에게 유죄를 선고한 1심 판결문에 담겨 있다.
"피고인(강도영)은 피해자(아버지) 방에 한 번 들어가 보았는데, 피해자는 눈을 뜨고 있으면서도 피고인에게 물이나 영양식을 달라고 요구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피고인은 이를 가만히 지켜보면서 울다가 그대로 방문을 닫고 나온 뒤 피해자가 사망할 때까지 방에 들어가지 않았다."
그날이 마지막이었다. 아버지는 아무 말 없이 아들을 바라봤고, 강도영은 그런 아버지를 보면서 한참을 울었다. 그 후 아버지 방에 들어가지 않았다. 강도영은 집밖으로 나가지도 않았다. 아버지가 외부의 도움 없이 굶어 죽어가는 동안 그는 자기방에서 울며 누워서 시간을 보냈다. 모든 걸 포기했는지 집도 치우지 않았다.
(중략)
"그저 남들처럼 아버지, 어머니, 저 이렇게 셋이서 저녁 때 마주보고 밥을 먹고 싶었습니다. 누구에겐 그저 하루의 한 순간이지만 저와 같은 사람에겐 제일 간절하고 꼭 얻고 싶은 순간입니다."

----------
그때 강 씨는 몰랐다. 자신은 이미 외통수에 걸렸다는 걸, 자기든 아버지든 둘 중 한 명은 죽어야만 끝나는 간병 전쟁이 시작됐다는 걸 말이다.
----------
죽어가는 아버지에게 음식료를 제공하지 않아 사망에 이르게 한 아들의 이야기입니다. 그냥 단편적인 기사로 봤을땐 삼촌이 부양하다가 아들에 넘어간지 얼마 안되 일어난 끔찍한 일이라고만 생각했는데..과연 그렇게 판단할 문제였나 싶네요. 사회경험이 없는 대학교 휴학생의 입장이 되보니 사건 당시 사실상 심신미약이 아니었나 싶기도 하고.. 징역 4년이 적합한지 아닌지를 떠나서 이 청년이 이후 평범한 사회인으로 행복하게 살기를 바랍니다.



8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3095 경제한국 성인 보유자산 인당 평균 2억.. 서유럽 수준 10 이울 18/10/24 5098 1
28272 댓글잠금 정치안철수 "제 길 굳건히 가겠다"…단일화 결렬 선언 35 다군 22/02/20 5097 1
8730 의료/건강유럽이 퇴출한 타이레놀, 우리는 먹어도 되나? 20 Erzenico 18/03/19 5097 3
22103 방송/연예아이린 "스타일리스트 분께 마음의 상처를 드려 진심으로 죄송해" 10 the 20/10/22 5096 0
6345 사회[JSA 귀순] "차마 아이들을 보낼 수 없어 내가 갔다" 9 elena 17/11/16 5095 5
25170 정치최재형 "최저임금, 지역별 차등 적용" 논란 79 기아트윈스 21/08/02 5092 0
25455 정치'위안부 관련단체 명예훼손 금지법' 발의…윤미향도 참여 38 私律 21/08/23 5091 5
21464 의료/건강박능후 : 그렇습니다. 의사 협회하고는 사전 협의 안 한 건 사실입니다. 21 경계인 20/08/23 5091 1
29496 정치정치방역 이상의 방역 59 당근매니아 22/05/17 5090 3
4232 IT/컴퓨터[외신] 사운드 클라우드 파산 위기 15 Toby 17/07/27 5089 0
18501 정치울산시장 선거개입 공소 관련 기사 모음 62 나림 20/02/05 5084 7
16001 사회대법 “서로 호감있어도 기습키스·손잡기는 추행일 수 있어” 35 월화수목김사왈아 19/07/14 5084 0
15932 의료/건강BBQ, 14년 만에 황금올리브 순살 출시 9 장생 19/07/08 5084 0
14297 국제국방부 "日, 광개토함 전체 레이더정보 요구… 대단히 무례" 9 April_fool 19/01/15 5084 0
23865 사회[세상읽기] 가난은 대물림조차 되지 않는다 / 이강국 33 맥주만땅 21/04/07 5079 7
23867 정치오후 1시 재보선 투표율 38.3% 38 호미밭의 파스꾼 21/04/07 5078 0
29151 정치국민의힘 윤리위, '성상납 의혹' 이준석 징계 절차 개시키로(종합) 50 다군 22/04/22 5077 3
24092 기타'성관계하려 돈번다'던 日부호 사망..55세 연하 부인 체포 5 쿠팡 21/04/29 5077 0
18874 국제왜 국내서 마스크 구하기가 힘든가 했더니... 중국으로 다 나갔네 33 하리보와와 20/02/25 5076 2
26424 사회"쌀 사먹게 2만 원만.." 22살 청년 간병인의 비극적 살인 31 syzygii 21/11/03 5075 8
7441 IT/컴퓨터비트코인 광맥 끊기나..中 채굴 전면 금지 21 Erzenico 18/01/11 5074 0
22772 방송/연예설민석, 석사 논문 표절 의혹..."복붙, 짜깁기, 그리고 52%" 25 swear 20/12/29 5072 0
22618 기타‘도둑고양이’이라니…‘길고양이’는 억울합니다 17 오구 20/12/15 5072 1
21393 방송/연예"집이 X쩔어""낮술 오짐다" 강지환 CCTV-카톡 입수…피해자몸→DNA無, 카톡도 터졌다 22 swear 20/08/18 5072 0
23005 정치1년 2개월만에 마무리된 檢 세월호 특수단.. 외압·사찰 의혹 '무혐의' 25 알겠슘돠 21/01/19 5071 0
목록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