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로운 뉴스를 올려주세요.
Date 23/09/16 13:51:03
Name   뉴스테드
Subject   "나랑 결혼할래 죽을래"…여성 스토커 저지른 일이
https://n.news.naver.com/article/015/0004892604?cds=news_media_pc

뭉크의 그림에 대한 반응도 좋지 않았습니다. 당시 미술계는 인상주의와 사실주의로 나뉘어 있었습니다. 뭉크는 둘 중 어느 곳에도 속하지 않았습니다. 그가 생각하기에 인상주의 화가들은 빛에 따라 변화하는 사물의 덧없는 표면에만 집착하고 있었고, 사실주의 화가들은 별 볼 일 없는 것들을 쓸데없이 자세히 그리고 있었습니다. 뭉크는 대신 자신의 영혼 깊이 새겨진 상처와 원초적인 감정들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려 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새로운 화풍은 사실주의자들과 인상주의자들의 협공을 받았습니다. “형편없는 미완성 작품. 실체가 없다.”“그림이 랍스터 소스를 묻힌 생선 같다.” 악평이 쏟아졌습니다.

그럼에도 그의 진가를 알아본 사람들은 있었습니다. 덕분에 뭉크는 스물 여섯살 때 장학금을 받아 프랑스 파리로 유학을 떠나게 됩니다. 파리로 떠나는 배를 타기 전날, 온 가족은 식탁에 둘러앉아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식사를 했습니다. 못마땅해하는 듯한 표정의 아버지 때문에 식사 분위기는 어두웠습니다. 정적 속에서 이따금 나이프와 포크가 접시에 부딪히는 소리만 들렸습니다. 아버지와 뭉크의 대화는 이게 전부였습니다. “파리는 날씨가 습하다니까 건강 조심해라.” “네.”


사춘기(1894~1895). 뭉크는 사춘기의 공포라는 소재를 다룬 역사상 최초의 화가들 중 한 사람이다. 소재 뿐 아니라 여성의 누드를 그렸다는 점에서도 그는 선구자였다. 성적으로 그의 작품을 해석하는 시각도 있지만, 그림자가 덧없음과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상징한다는 해석을 고려하면 단순하게 해석할 수만은 없다. 앞서간 만큼 그의 작품은 제대로 이해받지 못했다. 종교적 엄숙주의에 빠져있는 그의 아버지에게는 더더욱 그랬다.


그리고 마침내 떠나는 날 아침이 밝았습니다. 항구에 도착한 뭉크는 자신이 너무 일찍 왔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아직 배가 출발하려면 몇 시간이나 남아 있었습니다. 문득 아버지에게 제대로 인사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무리 애증의 관계라지만 키워주셔서 감사했다고, 돌아올 때까지 건강하시라는 말 정도는 하고 싶었습니다. 집으로 돌아와 문을 열자 책상에 앉아 있던 아버지가 놀란 눈을 했습니다. 곧이어 아버지의 얼굴에 빈정거리는 표정이 떠올랐습니다. “마음이 바뀌었나? 집에 남으려고?” 뭉크의 마음은 차게 식었습니다. “그럴 리가요.” 그리고 그는 다시 항구로 향했습니다.

오랜 기다림 끝에 증기선은 마침내 굉음을 내뿜으며 항구를 떠나기 시작했습니다. 다른 승객들처럼 뭉크도 갑판 위에 서서, 마중 나온 몇 안 되는 친척과 친구들에게 손을 흔들었습니다. 그러던 중 뭉크는 이상한 시선을 느꼈습니다. 항구 구석에 놓인 두 개의 기다란 화물 컨테이너 사이, 짙은 그늘 속에서 그는 구부정한 모습의 한 노인을 발견했습니다. 바로 그의 아버지였습니다.

-----------

뭉크의 그림을 삽화로 쓴 한편의 단편소설을 읽은 듯 짧은 시간에 여러가지 생각이 들어요.
미술사가 이렇게 흥미진진한 얘기라면 그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지 않을 이유는 없다는 생각입니다.



4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36146 문화/예술"나랑 결혼할래 죽을래"…여성 스토커 저지른 일이 4 뉴스테드 23/09/16 2267 4
36145 문화/예술서울대 교수직 떠난 직후 화가가 그린 ‘빨간 눈 자화상’ 의미는? 4 뉴스테드 23/09/16 1960 0
36144 정치 “일본 수산물 수입 금지, 다시 재판하면 져”…비공개 보고서 입수 1 오호라 23/09/16 2053 0
36143 사회 '롤스로이스男' 다녀간 강남 병원, 마약류 1만개 넘게 처방 4 야얌 23/09/16 2155 0
36142 경제부부가 18억원 이하 아파트 공동소유, 종부세 '0원' 된다 18 danielbard 23/09/15 2295 0
36140 정치尹, R&D 예산 삭감? 낙심한 연구인력들 해외로 눈 돌릴 것 9 오호라 23/09/15 2092 3
36139 정치尹 "우주항공청 이유없이 반대, 국민 심판받을 것" 5 야얌 23/09/15 2198 0
36138 정치‘러시아와 30년 협력’ 팽개친 윤석열식 외교…이런 정권 없었다 11 야얌 23/09/15 2109 1
36137 스포츠웃으며 귀국한 클린스만 감독 "여러분이 오라 해서 왔어요" 21 매뉴물있뉴 23/09/14 2203 3
36136 의료/건강엄마들 이젠 '약국 뺑뺑이'까지?…"아프면 큰일" 약 품절대란 왜 22 먹이 23/09/14 2482 0
36135 정치12.12. 쿠테타는 나라구하려고 나온것이라는 평가에 국민의힘도 동의하십니까 14 매뉴물있뉴 23/09/14 2283 1
36134 정치'홍범도 지우기' 근거됐던 육사 종합발전계획은 원래 없었다 3 매뉴물있뉴 23/09/14 2187 0
36133 정치“일본, 강제동원 공식 사과했다” 우리 정부가 UN에 낸 ‘의견서’다 7 알탈 23/09/14 2174 0
36132 국제'대홍수' 리비아 사망자 6천명으로 늘어…1만명 넘을 수도 1 스라블 23/09/14 1965 0
36131 사회"손을 전혀 쓸 수 없는 상태"…'부산 목욕탕 화재' 진압 경찰, 간호비 지원 못 받아 8 swear 23/09/14 2108 0
36130 정치‘김기현 창립 축하’ 단체 “광화문광장 세종·이순신에 문제의식 못 느끼면 우파 아냐” 5 야얌 23/09/14 1944 0
36129 정치TV조선 '이동관 학폭 공익제보자 전교조 소속' 정정보도 4 스티브잡스 23/09/14 1972 3
36128 정치‘개탄스러운 사람들’과 ‘미래가 짧은 분들’ 29 뉴스테드 23/09/14 2106 6
36127 사회장비 대신 대학원생 자를 판… ‘카르텔 몰이’ R&D예산 삭감 후폭풍 3 오호라 23/09/13 2038 1
36126 정치국립현대미술관 관장에 김성희 전 홍익대 미술대학원 교수 3 다군 23/09/13 2103 0
36125 정치“엄마, 내가 채 상병을 못 잡았어”…울면서 잠 깨는 해병대 아들 8 매뉴물있뉴 23/09/13 2273 0
36124 정치박근혜 "총선 승리" 주문…김기현 "보수 대단합·朴 영향력 모아야" 8 뉴스테드 23/09/13 2039 1
36123 정치신원식 “문재인 모가지 따는 건 시간 문제···초대 악마 노무현” 11 오호라 23/09/13 2013 0
36122 사회청년 연령 '34세 이하→39세 이하'…경기도의회 상임위 통과 20 Groot 23/09/13 2049 0
36121 정치윤석열 대통령 개각 11 R세제곱인생 23/09/13 2072 0
목록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