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 19/11/22 15:59:42 |
Name | 술탄오브더디스코 |
Subject | 셰일가스는 미국의 전략을 근본적으로 변경시켰나? |
앞서 셰일가스의 발견으로 인해서 한국, 일본 등 여러 국가들의 중요성이 떨어졌다는 주장하신 분이 있는데, 저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셰일가스의 발견은 에너지 과학의 관점에서는 혁신적일 수 있겠으나, 세계 정치의 판도를 변화시킬 만큼의 혁명적인 힘은 없었다고 봅니다. 1. 미국의 지정학적 관심: 유라시아 대륙에서의 도전국 저지 첫째로, 셰일가스의 발견이 미국이 세계를 보는 관점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켰냐, 하면 아니라고 봅니다. 셰일가스는 단지 미국 경제가 다른 나라의 정치, 경제적 상황에 덜 의존하도록 함으로써 국제적인 행동의 자유를 확보하였을 따름입니다. 예를 들어, 1970년대 석유 파동은 제4차 중동전쟁에서 석유수출국기구(OPEC) 국가들이 이스라엘과의 전쟁에서 국제적인 지지를 확보하기 위해 일으킨 ‘석유 무기화’ 전략이었습니다. 미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강한 경제력과 군사력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아랍 국가들을 정치, 경제적으로 압박할 수 없었습니다. 단기간에 중동에서 공급받고 있는 석유를 대체할 수 없었으니까요. 이후 미국은 중동에서의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해서 막대한 군사적, 외교적 자원을 투입합니다. 그러나 이젠 셰일가스가 발견되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유연한 입장에서 자신의 목표를 추구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그럼 미국은 세계를 어떤 관점에서 보고 있을까요? 글 쓰신 분도 서술해 주신 것처럼, 여전히 지정학적 관점에서 사고하고 있습니다. 스파이크만의 중심부- 주변부 이론은 간단히 말해 대륙 국가인 중심부(Heartland) 국가가 주변부(Rimland) 세력을 통합하여 해양으로 세력을 뻗어 나가서는 안 된다는 이론입니다. 이 이론은 과거 냉전 시대 미국의 대소 봉쇄 정책(Containment Policy)의 기반이 되었습니다. 중심부 세력인 소련이 한국이나 일본, 동유럽 등 주변부 국가들로 세력을 팽창하지 못하도록 봉쇄하여야 한다는 정책이죠. 만주 침략과 태평양 전쟁을 일으킨 일본에 대한 역진 정책(The Reverse Course), 즉 일본을 경제적으로 안정화시켜 공산 혁명을 방지하려는 정책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이제 소련은 붕괴하였지만 미국은 빠르게 성장하는 중국을 보며, 다시 지정학적 사고에 골몰하고 있습니다. 미국 카터 행정부에서 외교안보전략을 담당하던 브레진스키(Z. Brezezinski)는 1997년에 이미 <거대한 체스판>에서 미국의 지위를 위협할 세력으로 중국을 지목한 바 있습니다. 실제로 중국은 1970년대 미중 수교 이후 40여년간 연 평균 10퍼센트로 무섭게 성장한데다가 2010년에는 일본의 GDP를 추월하여 세계 제2의 경제 대국으로 부상하였습니다. 스파이크만의 이론을 여기에 적용해 보면, 미국의 행보를 추측할 수 있습니다. 중국이 해양 세력으로 부상하지 않도록 봉쇄하자는 것이죠. 미국 오바마 행정부의 ‘아시아 재균형 정책(Rebalancing)은 이러한 국제정세를 반영합니다. 셰일가스의 발명으로 중동에서의 석유 확보는 상대적 중요성이 떨어진 반면에, 중국의 부상은 미국에게 중대한 위협이 되므로 이에 대응하여야 한다는 논리입니다. 미국은 일본- 호주- 인도 및 동남아 국가들과 정치, 안보적 연계를 강화하여 중국의 해군력 확대에 대응하였습니다. 트럼프 행정부 이후에는 보다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하고 있는 상황이고요. 즉, 미국은 세계 제1강대국이라는 자신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서 전략적으로 행동하고 있는 셈입니다. 셰일가스는 이러한 큰 흐름 가운데 흥미로운 사건이라고 해석할 수 있지만, 큰 흐름 자체를 바꾸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봅니다. 2. 한미동맹의 전략적 중요성은 줄어들었나? 그렇다면 둘째로, 한국은 미국에게 있어서 전략적인 가치가 떨어졌을까요? 저는 이 또한 아니라고 봅니다. 미국이 냉전 이후에도 30여년간 한미동맹을 유지하고 있는 건 미국이 한국을 사랑해서일까요? 그보다는, 한미동맹이 미국에게 이익이 되고 있기 때문일 겁니다. 미국은 2001년 9.11테러 이후로 국방전략검토서(QDR: Quadrennial Defense Review)를 통해서 안보 정책이 변화를 보여줍니다. QDR은 무엇보다도 미국의 본토 방위를 최우선 과제로 설정하고 있고, 이를 위해 세계 어느 지역에서 미국에 대한 테러가 발생하더라도 대응할 수 있도록 동맹 체제를 주둔군에서 유동군으로 변환시키고자 한다는 점을 말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 미국은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격하시키기는커녕, 한미동맹이 한반도라는 지역적 한계를 넘어 미국의 전략적 동반자로 격상되기를 바라고 있는 실정이지요. 즉, 미국은 미국이 한반도 유사시에 일방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 또한 대만이나 남중국해 등 미국이 지원을 필요로 하는 시기에 지원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한국은 한반도에서의 안보 공백, 중국과의 관계 등을 고려하여 신중한 자체를 취하고 있지만 2016년 사드(THAAD) 배치 결정에서와 같이 미국의 요구를 지속적으로 거절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마찬가지로, 한국 또한 한미동맹을 유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중동에서의 석유 확보가 아니라, 윗동네 북한 때문입니다. 물론 중동에서도 석유 확보도 중요합니다. 그러나 한국이 일본이나 필리핀과 같은 국가들에 비해서 미국에게 많은 것은 내어주고 있는 이유는 북한이라는 이유가 큽니다. 한미동맹이 파기되었을 때의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미국이 협상력의 우위를 점하고 있는 거죠. 3. 결론 정리하자면 셰일가스의 등장은 미국이 더이상 중동에 외교적, 군사적 자원을 집중시킬 필요가 없게 되었음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다른 국가들, 특히 한국과 일본의 전략적 중요성이 떨어졌다고는 말하기 어렵습니다. 미국은 오히려 오바마 행정부 이후로 아시아 지역에 관심을 증대시켰기 때문입니다. 오늘날 세계 정치가 미중간의 갈등을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는 점을 본다면 중국, 러시아, 일본 등 주요 국가들과 인접해있는 한국의 중요성이 떨어진다고 보는 것은 어불성설일 것입니다. 더불어 이는 한미동맹이 유지되고 있는 더 중요한 이유를 간과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동맹이란 국가간 이익이 합치되어 나타나는 것이지 단순한 호의로 유지될 수는 없는 제도이니까요. 12
이 게시판에 등록된 술탄오브더디스코님의 최근 게시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