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질문 게시판입니다.
Date | 16/04/09 21:21:22 |
Name | 기아트윈스 |
Subject | 일본만화는 왜 고딩이 주인공인가요? |
요즘 제 뇌를 사로잡고있는 질문입니다. 일본만화는 대개가 고딩이 주인공이지요. 일본 고딩들은 참 대단해요. 연애도 잘하고 사건도 해결하고 범죄조직도 일망타진하고 축구도 농구도 야구도 골프도 테니스(...)도 세계를 제패하지요. 심지어 심심찮게 세계평화도 지키고 우주도 구해냅니다. 반면에 한국만화는 (근자에 본 웹툰들이 위주이긴 하지만) 대딩들이 주인공입니다. 고딩이 활약하는 경우가 없지않아 있지만 많은 경우 대학생들이 주인공으로 나와 알바도 하고 연애도 하고 이세계로도 가고 군대도 가고(...) 등등. 물론 대딩 나오는 일본만화가 없고 고딩 나오는 한국만화가 없다는 말이 아니라 그냥 전반적인 인상이 그렇다는 거에요. 가만 보면 만화뿐 아니라 드라마나 게임으로 넘어가도 일본은 고딩 한국은 대딩 공식이 대강 맞지 않을까 싶구요. 엄.. 왜그런걸까요 'ㅅ'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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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는 타겟층에 따라 레이블이 아예 따로 분류되어 있습니다. 소년층을 타겟으로 하는 잡지에서 나온 만화는 소년만화, 영어덜트층을 타겟으로 하는 잡지에서 나온 만화는 청년만화, 장년층 이상을 타겟으로 하는 잡지에서 나온 만화는 성인만화가 되는 식이죠. 당연히 각각의 범주에 따라 만화의 성향도 꽤나 다르고요. 비슷하게 순정만화-여성향 만화도 레이블에 따라 소녀만화와 레이디스 코믹으로 나뉘어지고 각 작품이 다른 성향을 띠며 각기 다른 계층에 의해 소비되죠. 물론 남성들은 커봐야 애기 때문에(-0-), 그리고 갈수록 사회가 전반적으로 ... 더 보기
일본에서는 타겟층에 따라 레이블이 아예 따로 분류되어 있습니다. 소년층을 타겟으로 하는 잡지에서 나온 만화는 소년만화, 영어덜트층을 타겟으로 하는 잡지에서 나온 만화는 청년만화, 장년층 이상을 타겟으로 하는 잡지에서 나온 만화는 성인만화가 되는 식이죠. 당연히 각각의 범주에 따라 만화의 성향도 꽤나 다르고요. 비슷하게 순정만화-여성향 만화도 레이블에 따라 소녀만화와 레이디스 코믹으로 나뉘어지고 각 작품이 다른 성향을 띠며 각기 다른 계층에 의해 소비되죠. 물론 남성들은 커봐야 애기 때문에(-0-), 그리고 갈수록 사회가 전반적으로 키덜트화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청년만화와 소년만화 사이의 작품내적인 경계는 아주 뚜렷한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고등학생은 이렇게 정서적 교집합이 있는 소년만화와 청년만화 모두에서 주인공으로 삼기 적당한 교집합 연령대이기도 하고요. 예컨대 <3월의 라이온>나 <기생수> 같은 작품은 작품 내적으로 봐도 명확하게 청년만화고 소년만화와는 거리가 있지만, 고등학생이라는 주인공의 연령대가 주제의식이나 정서 전달에 장벽으로 작용한다든가 청년층이 향유하는 데에 방해가 되지는 않지요. 이것의 반대항에 위치하는 것이 주인공의 연령대가 비슷하지만 타겟층은 완전히 다른 <원피스>가 될 테고.
이와 달리 한국의 웹툰은 연령별 레이블이 따로 없이 인터넷 향유층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경향이 있고(물론 네이버에 비해 다음이, 다음에 비해 레진과 같은 유료 매체들이 성인물을 지향하는 경향이 있지만), 이미 10대 중반부터 40대 초반까지는 인터넷이 생활화 되어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주인공들의 연령대가 높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와 달리 한국의 웹툰은 연령별 레이블이 따로 없이 인터넷 향유층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경향이 있고(물론 네이버에 비해 다음이, 다음에 비해 레진과 같은 유료 매체들이 성인물을 지향하는 경향이 있지만), 이미 10대 중반부터 40대 초반까지는 인터넷이 생활화 되어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주인공들의 연령대가 높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답변 감사합니다. 저는 산업구조 보다는 조금 더 인류학적인(?) 방향으로 생각해봤었어요. 꼭 그런 건 아니지만 남성향 만화로 한정해봤을 때 고딩이 주인공으로 나오면 뭔가 더 패기가 있고 막나가는 돌진형 캐릭터가 더 많은 것 같고 대딩이 나올 경우 삶의 불안정함과 미래에 대한 두려움에 치여 약간 끙끙거리고 찌질하게 사는 캐릭터가 더 많은 것 같아요. 연령대에 따른 현실적 고민이 캐릭터에 반영되는게 아닌가 싶어요.
이걸 양국의 현실이나 문학적 성향과 연결시켜서 해석하면 일본 남성문화의 마초적 성향 + 열혈 (패애애기와 노오오력으로 다 때려부순다) 기질이 고딩주인공 소년만화와 잘 어울리는 반면 현재 한국 젊은층의 자조적/시니컬한 성격이 대딩주인공과 잘 어울리는 게 아닌가 하는 망상을 -_-;;
이걸 양국의 현실이나 문학적 성향과 연결시켜서 해석하면 일본 남성문화의 마초적 성향 + 열혈 (패애애기와 노오오력으로 다 때려부순다) 기질이 고딩주인공 소년만화와 잘 어울리는 반면 현재 한국 젊은층의 자조적/시니컬한 성격이 대딩주인공과 잘 어울리는 게 아닌가 하는 망상을 -_-;;
음...뭐 특별히 믿을만한 근거를 갖고 하는 이야기는 아닙니다만, 한국이 일본보다 사회풍조가 더 비관적이라든가 미래관이 부정적일까 싶기는 합니다. 스트레오 타입에 불과하기는 하지만 한국은 일본을 부동적인 국가로, 일본은 한국을 역동적인 국가로 간주하는 것을 보더라도 그렇지 않나 싶고...
그래서 그보다는 한국 <웹툰>과 일본 <소년만화>의 타겟/향유 연령층에 따른 차이가 크지 않을까 싶어요. 소년만화야 애초에 초중딩 보라고 만든 것이니 주인공은 열혈 미성년자인 것이 당연한 것이고, 한국의 웹툰 같은 대중만... 더 보기
그래서 그보다는 한국 <웹툰>과 일본 <소년만화>의 타겟/향유 연령층에 따른 차이가 크지 않을까 싶어요. 소년만화야 애초에 초중딩 보라고 만든 것이니 주인공은 열혈 미성년자인 것이 당연한 것이고, 한국의 웹툰 같은 대중만... 더 보기
음...뭐 특별히 믿을만한 근거를 갖고 하는 이야기는 아닙니다만, 한국이 일본보다 사회풍조가 더 비관적이라든가 미래관이 부정적일까 싶기는 합니다. 스트레오 타입에 불과하기는 하지만 한국은 일본을 부동적인 국가로, 일본은 한국을 역동적인 국가로 간주하는 것을 보더라도 그렇지 않나 싶고...
그래서 그보다는 한국 <웹툰>과 일본 <소년만화>의 타겟/향유 연령층에 따른 차이가 크지 않을까 싶어요. 소년만화야 애초에 초중딩 보라고 만든 것이니 주인공은 열혈 미성년자인 것이 당연한 것이고, 한국의 웹툰 같은 대중만화야 중딩부터 X세대까지 보니 대학생을 소재로 다루기 좋은데, 대학생 쯤 가면 이미 성인이고 현실의 차원으로 넘어온 연령대인지라 비현실적이고 판타지스러운 접근을 하는 것에 제약이 가해지니까요. 그러면 소년만화보다는 일본의 청년만화 시장과 비교하는 것이 적당할 텐데, 청년만화 시장이 대중적이지 못하다든가 혹은 청년만화들도 진지함의 수위와 현실적 접근 수준이 한국 웹툰에 비해서 떨어진다면야 양국의 차이를 논할만하겠지만, 과연 그런지는 좀 의문스럽거든요. 예컨대 우미노 치카의 <허니와 클로버>나 <3월의 라이온>, 미즈시로 세토나의 <실연 쇼콜라티에>, 코야마 츄야의 <우주형제> 등이 일본에서 예외적인 작품이라든가 한국 웹툰과 비교해서 미성년 정서가 짙은 만화라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아서요.
그리고 쓰다보니 생각난 것인데, 독자의 표본 선별에 있어서도 바이아스가 개입할 것 같습니다. 일본만화들 중 한국에 번역 출간 되는 것은 일부에 불과하며 그것들은 대개 소년만화입니다. 하지만 그것들이 한국에서는 일본 만화를 대표하게 되지요. 그 반면, 한국 웹툰의 접근성은 사실상 완전 오픈이기 때문에, 네티즌들은 자신의 기호와 취향과 연령대에 맞는 작품들을 장벽없이 반복적으로 접할 수 있고, 그 과정에서 자신의 기호 바깥의 작품들은 인식에서 잊혀지며, 결과적으로 자신이 향유하는 작품들이 한국 웹툰에서 주류이고 대표성을 가진다고 생각하기 쉽지요. 예컨대 레진코믹스의 <단지>나 윤태호의 <미생>, 최규석의 <송곳> 등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그것들이 한국 웹툰의 표준 모델은 아닐지언정 그로부터 멀리 떨어지지 않았다고 여길 수 있습니다(실제로는 한국에서 가장 잘 나가는 \'표준 웹툰\'은 <신의 탑>, <복학왕>, <연애혁명> 같은 것들 입니다만). 하지만 그것들이 한국 웹툰이 아닌 일본 출판 만화였으면 한국으로 수입조차 되지 않았을 공산이 크지요. 즉, 각각 주관적으로 가지고 있는 \'한국 웹툰\'과 \'일본 출판 만화\'의 표준 모델이 서로 간에 굉장히 상이할 가능성이 크며 그만큼 실재와는 거리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보다는 한국 <웹툰>과 일본 <소년만화>의 타겟/향유 연령층에 따른 차이가 크지 않을까 싶어요. 소년만화야 애초에 초중딩 보라고 만든 것이니 주인공은 열혈 미성년자인 것이 당연한 것이고, 한국의 웹툰 같은 대중만화야 중딩부터 X세대까지 보니 대학생을 소재로 다루기 좋은데, 대학생 쯤 가면 이미 성인이고 현실의 차원으로 넘어온 연령대인지라 비현실적이고 판타지스러운 접근을 하는 것에 제약이 가해지니까요. 그러면 소년만화보다는 일본의 청년만화 시장과 비교하는 것이 적당할 텐데, 청년만화 시장이 대중적이지 못하다든가 혹은 청년만화들도 진지함의 수위와 현실적 접근 수준이 한국 웹툰에 비해서 떨어진다면야 양국의 차이를 논할만하겠지만, 과연 그런지는 좀 의문스럽거든요. 예컨대 우미노 치카의 <허니와 클로버>나 <3월의 라이온>, 미즈시로 세토나의 <실연 쇼콜라티에>, 코야마 츄야의 <우주형제> 등이 일본에서 예외적인 작품이라든가 한국 웹툰과 비교해서 미성년 정서가 짙은 만화라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아서요.
그리고 쓰다보니 생각난 것인데, 독자의 표본 선별에 있어서도 바이아스가 개입할 것 같습니다. 일본만화들 중 한국에 번역 출간 되는 것은 일부에 불과하며 그것들은 대개 소년만화입니다. 하지만 그것들이 한국에서는 일본 만화를 대표하게 되지요. 그 반면, 한국 웹툰의 접근성은 사실상 완전 오픈이기 때문에, 네티즌들은 자신의 기호와 취향과 연령대에 맞는 작품들을 장벽없이 반복적으로 접할 수 있고, 그 과정에서 자신의 기호 바깥의 작품들은 인식에서 잊혀지며, 결과적으로 자신이 향유하는 작품들이 한국 웹툰에서 주류이고 대표성을 가진다고 생각하기 쉽지요. 예컨대 레진코믹스의 <단지>나 윤태호의 <미생>, 최규석의 <송곳> 등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그것들이 한국 웹툰의 표준 모델은 아닐지언정 그로부터 멀리 떨어지지 않았다고 여길 수 있습니다(실제로는 한국에서 가장 잘 나가는 \'표준 웹툰\'은 <신의 탑>, <복학왕>, <연애혁명> 같은 것들 입니다만). 하지만 그것들이 한국 웹툰이 아닌 일본 출판 만화였으면 한국으로 수입조차 되지 않았을 공산이 크지요. 즉, 각각 주관적으로 가지고 있는 \'한국 웹툰\'과 \'일본 출판 만화\'의 표준 모델이 서로 간에 굉장히 상이할 가능성이 크며 그만큼 실재와는 거리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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