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원들이 추천해주신 좋은 글들을 따로 모아놓는 공간입니다.
- 추천글은 매주 자문단의 투표로 선정됩니다.
Date 18/01/07 08:36:42
Name   기아트윈스
Subject   잉글랜드 축구는 왜 자꾸 뻥뻥 차댈까요.
오늘 레스터와 플릿우드의 FA컵 경기를 봤어요. 3부리그 팀과 1부리그 팀이 너나 할 것 없이 앞으로 뻥뻥 차대면서 어깨빵으로 뚜까패고 돌격하는게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보니, 럭비랑 닮았네요.

마음을 비우고 매직아이하는 기분으로 눈을 게슴츠레 풀고 저게 럭비라고 생각하고 보니까 아주 흡사하게 보이는 거 있죠. 이 뻥글랜더들, 럭비랑 풋볼이 갈라친지가 어언 150여 년인데 아직도 멘탈리티를 공유하는 거 아닌가 싶었어요.

이건 의식적 영역 밑에서 작동하는, 어떤 [기분] 같은 게 아닌가 싶어요. 공을 보면 상대 진영으로 뻥 차고 와 돌격할 때 강한 쾌감을 느낀다든가, 공을 쟁탈하기 위해 어깨빵을 칠 때 어깨르가즘을 느낀다든가.

여기에 양적연구방법론을 적용해서 한 팀 내의 잉글랜드선수&코칭스태프 비율과 그 팀의 평균 패스거리 간에 양의 상관관계가 있는지 살펴보면 재밌을 듯해요. 예컨대, 감독이 호지슨이고 선발 11명중 7명이 잉글랜드 국적인 팀의 평균 패스거리가 감독이 펩이고 선발 11명중 2명만 잉글랜드 국적인 팀의 패스거리보다 갑절 이상 길다든지하는 결과가 나오면 재밌을 듯.

뻥글랜드의 추꾸전술을 지배하는 게 합리적 사유의 영역이 아닌 기분이라고 가정했을 때, 다른 나라들, 예컨대 중국이나 일본을 지배하는 기분은 뭘까 생각해봤어요.

쯍궈 LOL팀 경기를 뇌내에서 다시 재생해보니 이것들은 어쩌면 무협지 기분을 내면서 게임하는 게 아닌가 싶었어요. 무협지 주인공들은 어지간해선 팀플레이라든가 전략적 고려 같은 거 안하지요. 저XX랑 내가 얼굴 딱 마주치는 순간 그냥 다짜고짜 생사를 두고 싸워 꺾어야하는 거예요. 그것도 가능하면 일대다로 무쌍을 찍어야 기분이가 상쾌해지는 거지요.

일본애들이 야구에 환장하는 건 어쩌면 사무라이간의 일대일 대결의 긴장감을 야구가 잘 재현해내서 그런 게 아닌가 싶었어요. 투수와 타자 모두 준비자세가 발도자세를 닮았고, 서로 기모으고 눈치보다가 한 합에 '꺄아압' 하면서 승부를 내는 게 하는 기분도 보는 기분도 좋은 가봐요.

이거 뭔가 인류학 저널을 막 뒤져보면 이런 이야기가 이미 나와있을 법도 한데 그거슨 넘나 귀찮...'ㅅ'



* 수박이두통에게보린님에 의해서 티타임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8-01-22 08:39)
* 관리사유 : 추천게시판으로 복사합니다.



10
  • 본문과 댓글의 완벽한 고퀄
  • ㅋㅋㅋㅋㅋㅋ설득력 있네요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385 기타이준석이 동탄에서 어떤 과정으로 역전을 했나 57 Leeka 24/04/11 2859 6
1384 기타절반의 성공을 안고 몰락한 정의당을 바라보며 10 카르스 24/04/11 1522 18
1383 정치/사회의대 증원과 사회보험, 지대에 대하여...(펌) 43 cummings 24/04/04 6988 37
1382 기타우리는 아이를 욕망할 수 있을까 22 하마소 24/04/03 1431 19
1381 일상/생각육아의 어려움 8 풀잎 24/04/03 957 12
1380 정치/사회UN 세계행복보고서 2024가 말하는, 한국과 동북아에 대한 의외의 이야기 17 카르스 24/03/26 1844 8
1379 일상/생각인지행동치료와 느린 자살 8 골든햄스 24/03/24 1495 8
1378 일상/생각아들이 안경을 부러뜨렸다. 8 whenyouinRome... 24/03/23 1251 28
1377 꿀팁/강좌그거 조금 해주는거 어렵나? 10 바이엘 24/03/20 1540 13
1376 일상/생각삶의 의미를 찾는 단계를 어떻게 벗어났냐면 8 골든햄스 24/03/14 1401 19
1375 창작소수 사막은 얼마나 넓을까? 5 Jargon 24/03/06 1195 4
1374 기타민자사업의 진행에 관해 6 서포트벡터 24/03/06 1048 8
1373 정치/사회노무사 잡론 13 당근매니아 24/03/04 1847 16
1372 기타2024 걸그룹 1/6 2 헬리제의우울 24/03/03 816 13
1371 일상/생각소회와 계획 9 김비버 24/03/03 1039 20
1370 기타터널을 나올 땐 터널을 잊어야 한다 20 골든햄스 24/02/27 1760 56
1369 정치/사회업무개시명령의 효력 및 수사대응전략 8 김비버 24/02/21 1543 16
1368 체육/스포츠(데이터 주의)'자율 축구'는 없다. 요르단 전으로 돌아보는 문제점들. 11 joel 24/02/19 1098 8
1367 역사 AI를 따라가다 보면 해리 포터를 만나게 된다. 4 코리몬테아스 24/02/18 1228 11
1366 체육/스포츠(데이터 주의)'빌드업 축구'는 없다. 우루과이전으로 돌아보는 벤투호의 빌드업. 13 joel 24/02/12 1499 30
1365 기타자율주행차와 트롤리 딜레마 9 서포트벡터 24/02/06 1336 7
1364 영화영화 A.I.(2001) 18 기아트윈스 24/02/06 1267 23
1363 정치/사회10년차 외신 구독자로서 느끼는 한국 언론 32 카르스 24/02/05 2743 12
1362 기타자폐아이의 부모로 살아간다는건... 11 쉬군 24/02/01 2314 69
1361 일상/생각전세보증금 분쟁부터 임차권 등기명령 해제까지 (4, 完) 6 양라곱 24/01/31 3005 37
목록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